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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스스로 새롭게 사는 길을 열어주다

[‘세종의 길’ 함께 걷기 68]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학교 명예교수]

 

자신지리(自新之理)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사람이 새로운 삶을 살려면 잘한 일, 잘못한 일을 늘 마음에 새기며 보다 나은 내일을 향해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세종의 마음과 행동의 관계에서 마음을 가다듬어 새사람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갱생과 개심

 

황희는 정승에 임명된 8달 뒤인 세종 9년 1월 사위의 살인옥사에 개입하여 우의정 맹사성과 함께 의금부에 갇히기도 했다. 세종 12년에 뇌물과 간통사건으로 제주도 태석균의 청탁사건에도 휘말렸다.(《세종실록》12/11/14) 이후부터는 청백리로 거듭났다. 처음에는 간악한 소인(《태종실록》16/6/22)이었으나 그만두었을 때는 명재상(《세종실록》31/10/5)이 되어 있었다.

 

잘못한 일로 물러난 부정적 사건을 허물을 벗게 하고 다시 그 직분을 계속하게 기회를 주는 것은 바로 긍정적인 변역(變易, 고쳐서 바뀜)이다.

 

개심역려 : (야인의 습격을 고하지 않은 김윤수에게 재임을 허락하다.) 여연군사(知閭延郡事) 김윤수(金允壽)는 야인이 죽이고 사로잡아 간 인구와 우마(牛馬)를 숨기고 아뢰지 아니하였으니,... 임금이 말하기를, “일이 사유(赦宥, 죄를 용서해 줌)를 지나쳤으니 어찌 윤수 하나 때문에 큰 신의를 잃을 수야 있겠는가. 또 인정(人情)이 잃었던 직분을 그대로 다시 주면 전의 허물을 면하려고 하여 마음을 고치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직분을 그만두게 하지 않는 것이다. ‘하였다.(《세종실록》 17/6/17)

 

(주) 개심역려改心易慮 : 마음을 고치고 생각을 바꾸다.

 

 

야인의 습격을 고하지 않은 김윤수에게 그 죄가 중한데 그대로 재임하게 하자 세종은 “인정(人情)이 잃었던 직분을 그대로 다시 주면 전의 허물을 면하려고 하여 마음을 고치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라고 하였다.” (《세종실록》 17/6/17) 이는 바로 개심역려(改心易慮)다. 김윤수는 한 달 뒤 다시 침략한 적 7명을 모두 화살로 맞추었고 빼앗긴 가축 재산과 작물을 되찾아와 왔다.

 

기본적인 정신은 사람이 실수할 수 있으니 마음을 고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다른 한 예가 있다. 조말생은 태종 때 장원 급제한 인재지만 세종 8년 김도련의 노비 24명의 증여사건으로 사헌부의 탄핵을 받은 바 있다. 다시 병조판서 때 홍충도(지금의 충청도)에서 뇌물 받고 아버지와 아들 군관을 고속 승진시킨 바 있다. 이때 충청도에 유배하였으나 곧 복귀하고 마침내 파저강 토벌 뒤 함길도에 보내 여진족 재침략에 대비케 했다. 마음속에 왜 내치지 않고 싶었겠는가. 그런 임금은 멀리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일찍부터 북방 파저강 여진족을 한번은 토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참고 또 그를 15년 1월 함길도관찰사로 기용한 것이다. 그리고 말 그대로 파저강 전투에 관여해 훌륭히 작업을 수행해 낸다. 파저강전투는 세종 15년(1433)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최윤덕(崔潤德)이 이끄는 조선의 군대가 압록강의 지류인 파저강(波猪江, 지금의 퉁자강) 유역의 건주여진(建州女眞)을 정벌하면서 벌어진 전투이다. 여기에 북방 지역의 사정을 꿰뚫고 있는 조말생을 전쟁과 외교를 맡게 하여 귀히 쓴 것이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참고 또 참으며 인재를 쓸 기회를 살리는 것이다. 물론 남의 재물을 뇌물로 받은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임금의 관점에서는 개인보다 나라를, 잘못보다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마치 잘못한 사람을 세종이 두둔한 것처럼 보이나 그만큼 그 시대에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귀하고 작은 허물로 기회를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종은 멀리, 앞을 그리고 전체를 보는 정치가였다.

 

자성과 자신지리

 

사람들은 자신지리를 향해 교화와 자각, 자성, 재생, 개심 등을 통하여 마침내 자신지로, 자신지방, 자신지지(自新之志), 자신지리의 본연적 원리를 알아 거듭나게[생생] 된다.

 

사면 : 사면(赦免)이란 흠과 더러운 행실을 깨끗이 씻게 하고 특별한 은전을 널리 베풀어 화기를 오게 하는 것이며. (《세종실록》 13/11/05)

 

자신지로 : 왕지에, 사(赦)란 것은 덕의(德意)를 선포하고 흠을 씻어 스스로 새 길을 열게 하려는 것이다. (《세종실록》 4/2/5)

 

자신지로: (교지) 죄를 사(赦)하는 것은, 이전의 허물을 씻고 스스로 새로운 사람이 되는 길을 열게 하는 것이다. 비록 대사(大赦)를 지나도 용서를 받지 못하게 되는 일은 백성에게 신의를 보이는 까닭이 아니다.(세종 7/11/9)

 

사람들이 새 길을 찾고 새로운 세계에 다다르려는 뜻[志]을 갖게 하려 한다.

 

자신지방(自新之方): 또 음덕을 쌓으라는 교시를 반포하시어 스스로 새 길을 찾게 하옵시니. (《세종실록》 1/8/25)

 

자신지지(自新之志) : 사람들은 의리를 알고 스스로 새롭게 하려는 뜻을 떨치게 할 것이니, 교화(敎化)가 행하여지고 풍속이 아름다워져서 더욱 지치(至治)의 세상에 이르게 될 것이니 ... (《세종실록》 16/4/27)

 

다음 기사는 수강궁에서 중국에 사은하는 표ㆍ전을 보내는 데서 나온 글이지만 임금 스스로 새 길을 찾아가는 정치 행도를 보이고 있다.

 

자신지리(自新之理) : 죄는 경하고 중한 것이 있고, 사람은 자신을 새롭게 하는[自新之理]이치가 있는데, 유사눌의 죄는 가볍고, 후에 감사를 제수하여 누(累)가 그 몸에 미친 일이 없었으니, 어찌 오늘에 와서 옳지 않음이 있겠는가.(《세종실록》4/2/25)

 

이는 사간원 우사간 심도원 등이 유사눌이 사정(私情)을 썼다 하여 벌줄 것을 상소하는 글이지만 개과천선의 의지 곧 자신지리(自新之理)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지리’는 곧 ‘자신을 새롭게 하는 근본적 도리’가 있다는 믿음이다. 이런 믿음의 근거는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부모에 대한 효에서 찾고 있다. 곧 도를 지키는 천성으로 풀이한다. 부모를 아끼듯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천성이며 도(道)이고 직분이라는 것이다.

 

세종의 인간에 대한 믿음은 스스로 새로워짐과 거듭나기[생생]에 대한 소망이다.

 

자신지로와 생생지망 : (도도웅와(都都熊瓦)가 보낸 서신에 답한 예조 판서 허조의 편지) 나의 지극한 마음을 알리게 하여, 스스로 새롭게 사는 길을 열게 하여 주어, 길이 생생(生生)하는 희망을 이루게 하여, 나의 일시동인(一視同仁, 누구나 평등하게 똑같이 사랑함)하는 뜻에 맞게 하노라. (《세종실록》 1/10/18)

 

천성과 본성

 

이러한 사람의 마음을 보는데 있어서 세종은 ‘천성’과 ‘본성’이라는 말을 구별하여 쓰고 있다. ‘천성’의 경우는 순수절대 선(善)으로서의 원초적 인간성을 뜻하는 것임에 견주어 ‘본성’은 선과 악의 요소가 혼재된 현상적 측면을 가리키는 때 쓰고 있다. 이는 성리학에서도 전자는 ‘본연지성(本然之性)으로 가리키는 반면 후자는 기질지성(氣質之性)으로 가르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생화 과정은 잠자고 있는 기질지성을 일깨워 본연지성을 되찾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