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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한 뙈기 밭 갈고 우물 파는 노인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61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一區耕鑿水雲中(일구경착수운중) 물과 구름 낀 가운데에 한 뙈기 밭 갈고 우물 파니

萬事無心白髮翁(만사무심백발옹) 만사에 무심한 백발의 늙은이라네

睡起數聲山鳥語(수기수성산조어) 산새들 지저귀는 몇몇 소리에 잠깨 일어나

杖藜閑步遶花叢(장려한보요화총) 지팡이 짚고 산책하며 꽃들 구경하네

 

이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학자 우계(牛溪) 성혼(成渾)이 벗 안응휴에게 지어준 한시입니다. 하지만 이는 안응휴에 대한 찬사(讚辭)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기 삶의 지침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이 흐르고 구름 낀 가운데에서 한 뙈기의 밭을 갈고 우물을 파니 안응휴는 낮잠을 자다가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깨 일어나 지팡이 짚고 산책하며 꽃들 구경한다고 노래합니다.

 

 

이 시에 대해 허균(許筠)은 《국조시산》에서 “초탈하고 뛰어나 미칠 수가 없다.”라고 평하였고, 홍만종(洪萬宗)은 《소화시평》에서, “문장과 성리학은 그 경계(境界)에 이르면 한 몸이다. 당나라 한유(韓愈)가 문으로 도를 터득한 사람인데 성혼이 바로 그러하다.”라고 했습니다. 성혼은 “학문이란 어버이(父母)를 섬기고, 형(兄)을 따라 함으로써 당연함을 얻는 것이다. 마음을 잘 잡고, 열심히 노력하여 주어진 상황에 힘쓰고, 남는 힘이 있을 때 학문하는 방법을 더할 뿐이다.”라며 실천을 중시한 학자로 현재 성균관 대성전에 위패를 모신 동방 18현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