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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어학원의 추억

이태리어 배우다 얼굴 빨개진 여학생

[그린경제/얼레빗=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실감 날 것이다. 특히 띠부르띠나(Tiburtina) 길은 로마에서 출발하여 유럽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로마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든 길이어서 북부 도시에서 쉽게 도로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로마가 최초로 만든 큰 길은 로마에서 나폴리 근교까지 뻗어 있는 압삐아 가도(Via Appia)로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길들이 시작된 지점은 현재 로마의 중심부에 위치한 로마의 발생지이며 가장 많은 관광객이 지나가는 고대유적지인 포로 로마노(Foro Romano)이다. 로마는 기원전 공화정이라는 원로원 정치제도와 로마인으로서의 긍지가 대단했던 일등 시민들 덕분에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그 힘이 막강해졌고 로마제국은 전 유럽을 쉽게 다스릴 수 있었다.
 
길이 좋아서 로마는 서양 문명의 중심지가 되었고 식민지의 노예들도 쉽게 데려다 건축에 동원하였을 것이다. 티토 황제는 로마의 번영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는 건축물로 콜로세움(원형경기장)을 만들었는데 유대인 노예들을 데려다 지었으며 노예들의 처형장이자 검투사들에게 경기를 시키고 놀음을 하던 경마장 같은 곳이었다.

   

▲ 로마의 중심 베네치아광장 


근대에는 파시즘으로 유명한 무솔리니가 옛 로마의 번영을 갈망하며 콜로세움에서 가까운 베네치아 광장에 어마어마한 건물을 지어 근대 이태리의 통일과 순국선혈을 기리는 현충탑으로 만들었다. 지금도 365일 24시간 육군, 해군, 공군 그리고 경찰이 돌아가며 헌화를 지키고 있다. 이 불이 꺼지면 이태리가 망한다고 믿을 정도로 애국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다행히 돌로 지어진 건물이라 우리의 국보 1호 숭례문과 달리 화재의 위험은 아주 적다.
 
베네치아 광장의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건물에 포목점, 서점들이 있는데 내부는 미로처럼 방과 방들 사이를 연결시켜 놓은 가게와 창고들이어서 분위가가 특이하다. 대부분 유대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이라고 하는데 현지인들은 이 유대인들이 약 2,000년 전 로마 티토 황제시대의 콜로세움을 건축한 노예들의 후손이라고 애기들 한다. 골목을 따라 조금 더 가보면 테베(Tevere)강이 나오는데 강가에 시나고까라고 하는 유대교 사원이 있는 것만 보아도 이 지역에 유대인들이 많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태리인들은 이집트의 나일강, 메소포타미아의 유프라테스강, 인도의 겐지스강처럼 로마문명은 테베강이 있어 가능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테베강을 바라보면 크게 쭉 뻗어있는 우리의 한강이 갑자기 자랑스러워진다. 성남-서울간 탄천보다도 훨씬 작은 개천을 그들은 강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강이 좁고 작다 보니 다리들은 아치형으로 운치있고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어 강을 끼고 바라보는 티베리나섬과 멀리 천사의 성 그리고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이 있다.
 
어쨌든 이태리의 여러 갈래 큰 길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중심부에 베네치아 광장이 있는데 고대 로마의 앞서간 문화적 정통성을 이어받아 집대성되어 있는 현대 이태리의 학문과 문화예술을 배우기 위하여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몰려든다. 그들이 처음으로 이태리어를 배우기 위하여 모이는 곳도 바로 베네치아 광장이다. 왜냐하면 바로 뒷골목에 가장 전통 있는 단테 어학원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거기서 잠시 공부했었는데 수업을 하다가 생긴 일을 얘기하며 한번 썰렁하게 웃어보자. 어떤 언어를 배우던지 가장 기초 수준에서 익히는 동사인 play(놀다)와 touch(만지다)를 가지고 아가씨 선생님과 공부하고 있었다.
 
놀다(영,play)는 gioccare 라고 쓰는데 이태리식으로 된소리로 읽다 보니 낮 뜨거우면서도 재미있는 일이 발생하였다. 죠까레(gioccare)’하며 3번씩 따라 읽으라는 선생님의 주문에 한국 여학생이 반복하여 따라 읽기 시작하는데 한국 남학생들이 피식 웃기 시작하였다. 조카레… 죠까레… 좃까레…’ 이렇게 읽으나 저렇게 읽어보나 조카라고 지칭하는 건지 욕을 하는 것인지 영 헷깔린다. 어여쁘신 이태리 선생님은 이런 한국인만의 넌센스를 알리 없이 계속 반복을 시킨다. gioccare, gioccare, gioccare
 
그런데 다음 순서는 영어의 touch(터치)에 해당하는 toccare(또까레)로 더 난감하다. 이쯤 되면 한국의 여학생들은 아예 발음을 따라 하지 못한다. 이를 이해 못하는 이태리 아가씨 선생님은 한국 여학생에게 다가와 발음 똑바로 해보라고 또까레, 또까레 하며 잘 따라 하라고 다그치는데 옆에 있는 한국 남학생들은 웃음을 참느라 배가 아프다. 같이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이탈-코리안(Ital-Korean)식 말장난을 이해하지 못하니 점심시간에 골목 어귀 Bar(바)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며 손짓 발짓으로 아까 일어난 상황을 설명하며 하시 한번 배꼽을 잡았다.
 
죠까레(gioccare)나 또까레(toccare)나 모두 –are로 끝나는데 가장 전형적인 이태리 동사형 어미이다. -are가 많이 나오는 노래가 있으니 신나는 깐쪼네 Nel blu dipinto di blu 이다. 1958년 유로비전 송 컨테스트에서 3등을 한 도메니코 모두뇨의 노래로 1등과 2등을 한 곡보다 더 유명해진 곡이다. 우리에게는 볼라레(Volare)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제 길은 하늘에도 열려 있으니 하늘을 날으며 노래를 부르며 이태리로 가보자.


     
 
   
▲ 주세페 김동규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국내유일의 팝페라부부로 김 구미(소프라노)와 함께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