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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걱정 잊게 하는 '원추리나물'

[한의학으로 바라본 한식 22]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요즘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근심걱정을 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방법이 있다. 원추리나물을 먹으면 된다.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와 놀 때 원추리꽃을 꺾어 향내를 맡으며 근심을 잊었고, 조선초 영의정을 지낸 신숙주도 원추리꽃을 보며 근심이나 걱정을 잊고 허전함과 쓸쓸함을 달랬다고 한다. 그래서 원추리를 망우초(忘憂草요수초(療愁草)라 부른다. 또한 민속에 아이 밴 부인이 원추리꽃을 머리에 꽂거나, 말려서 허리에 차고 다니면 뱃속에 밴 아이가 비록 계집아이일지라도 사내아이로 성이 바뀐다해 의남초(宜男草), 모애초(母愛草)라 부른다.  

원추리는 우리나라 전국 산 낮은 지대 습한 곳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원추리는 새싹부터 뿌리까지 유용하게 쓰인다. 봄이 되면 난초잎처럼 새싹이 돋아나면 이것을 채취해 나물로 먹는데, 민간에서는 넘나물이라고 부른다.  

여름에 백합모양의 황색꽃이 핀다해 황화채(黃花菜금침채(金針菜)라하고 꽃봉오리를 말려 나물이나 약재료로 쓴다. 그리고 뿌리는 한약재로 쓰이는데 훤초근(萱草根)이라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마음과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기쁘게 하며 근심을 없게 한다. 정원에 심어서 늘 구경하는 것이 좋다. 훤초근은 성질이 서늘하고 맛은 달다. 소변이 붉고 잘 나오지 않는 것과 몸에 열이 나는 것을 주로 치료하고 부종을 없애고 술독으로 얼굴색이 누렇게 된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이밖에도 변비에 생강과 함께 즙을 내어 먹고 뿌리를 생즙으로 만들어 마시면 코피 나는 것을 멎게 하고 열을 내리며 유선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최근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고서에 기록되어 있는 원추리의 약효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원추리 꽃잎에 항산화 효과, 암세포를 사멸하는 효능, 잎과 줄기로부터 추출한 성분들이 대장암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강력히 억제하는 효과, 패혈증 치료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원추리 나물 ⓒ 지명순

원추리를 끓는 물에 데치면 독성분이 물에 빠져 나오므로 넉넉한 물에 소금을 넣어 위아래를 뒤집어 부드럽게 삶아 찬물에 헹구어 사용한다. 데친 나물은 물기를 꼭 짜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청장, , 마늘,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고소하게 무치는 것은 기본이고,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넣어도 향기롭다. 된장으로 구수하게 무쳐도 좋고, 초고추장으로 새콤달콤하게 무쳐도 좋은데 식초가 들어가면 녹색을 황갈색으로 탈색시키므로 먹기 직전에 무쳐야 색이 곱고 향긋하다. 데친 나물을 냉동실에 보관하거나 건조시켜 두고 먹어도 좋다.  

또 원추리로 토장국을 끓여도 달달하니 감칠맛이 난다. 1900년대 들어서 이용기라는 음식에 박학한 남자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황화채(원추리꽃)을 이용한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도라지, 미나리, 목이, 황화채(원추리꽃) 등을 볶아서 당면 없이 잡채를 만들고 간 녹두에 파와 미나리, 배추흰줄거리와 쇠고기, 닭고기, 제육과 표고, 석이, 목이, 황화채(말린 원추리꽃), 불린 해삼과 전복 등을 넣어 매우 호화롭게 녹두빈대떡을 만든다.  

동의보감에서는 꽃망울을 따서 생절이를 만들어 먹으면 가슴이 답답한 것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한다고 했다.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쉽게 영양상태 좋고, 약효가 뛰어난 식용 가능한 나물을 가까이서 찾을 수 있다. 올봄 원추리 먹고 근심걱정 잊고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