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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왜 원자폭탄을 맞았는지 생각하라

나가사키원폭의 날을 앞둔 일본을 나무란다

[그린경제/얼레빗 = 도쿄 이윤옥 기자]  “8월 9일 나가사키원폭의 날(長崎原爆の日)을 앞두고 다우에도미히사(田上富久) 나가사키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어제 일본적십자 나가사키원폭병원을 찾아 입원해 있는 피폭자들을 위문했다.”고 나가사키신문이 8월 2일 보도했다.

 

   
▲ 나가사키 시장이 원폭피해자들을 위문했다는 나가사키신문 보도 기사(8월2일)

69년 전 8월 9일, 일본은 미군에 의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세례를 받았다. 상상할 수 없는 위력의 원자폭탄은 이 두 도시의 하늘을 검은 구름으로 뒤 덮었으며 도시를 쑥밭으로 만들고 수많은 희생자를 내었다.  당시 나가사키시의 인구 25만명 가운데 14만 9천명이 죽거나 다치고 건물은 36%가 파괴되었다.

그 희생자들이 아직도  후유증으로 병원에 살아 있어 나사키시장과 의회 의장이 꽃다발을 사들고 찾아갔다는 기사다. 동석했던 사토(佐藤) 의회 부의장은 “원폭의 무서움과 평화의 존엄함을 젊은 세대에게 전해주십시오”라고 했다고 신문은 전한다.

 해마다 일본은 원폭일(8월 9일)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피폭자 위문, 평화 사수” 같은 보도를 빠지지 않고 내보내는데 이러한 보도에 유감스러운 점은 “왜 피폭자가 생겼는가? 왜 원자폭탄을 맞아야 했는가?”를 다루지 않는 점이다. 

   
▲ 피폭으로 타버린 여학생의 도시락을 전시하여 일본이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나가사키평화기념관

 

   
▲ 나가사키 피폭으로 멈춰버린 시간, 나가사키 평화기념관 전시물

이러한 보도는 전후(戰後) 69년간 지속되고 있다. 실제 나가사키에 있는 평화자료관에 가보아도 “원폭을 당한 이유”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반면 당시 일본인의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만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하고 러일전쟁, 중일전쟁, 세계 2차대전 등 온갖 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공포와 두려움으로 내몰던 일본은 분명 전쟁의 가해자다. 그럼에도 8월 9일 원폭일만 되면 갑자기 피해자의 입장으로 돌변한다. 아니 곳곳에서 일본이 가해자가 아니라고 발뺌해온 게 지난 69년 동안의 작태이다.

   
▲ 육중한 크기로 만들어 놓은 평화기념상

   
▲ 나가사키평화공원 안에 초라한 조선인희생자 추도비

그 가운데 하나가  나가사키시에 세우려고 하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건설추진사업”의 지지부진을 들 수있다. 이들은 올 1월에 나가사키시의 평화공원에 위령비 설치를 위해 허가 신청을 냈으나 시가 비문에 새겨 넣을 문구 조정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어 사실상 중단되었다고 한다.

중단된 까닭을 보면 “한국인 원폭 희생자가 태어난 배경을 둘러싸고 강제징용문제 및 한국의 식민지시대의 피해에 관한 내용을 비문에 새겨 넣을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원폭피해자위령탑에서 식민지 시대의 피해사실을 빼면 무엇을 적어 넣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냥 하기 좋은 말로 “평화로운 미래를 위하여 비를 세운다”고 하자는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나가사키시에서는 “일본에 의한 강제노동을 주장하는 한국을 비난하는 편지가 1,000통 이상 들어왔다. 시 의회가 이들의 반대에 부딪혀있다.”면서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미래의 평화를 위한 한국인 피폭자들의 위령탑을 세우는 일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8월 9일 원폭당시에 나가사키 시내에는 일본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이곳에는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수많은 조선인들이 있었고 이들도 함께 원폭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일본은 언제나 자국민만 싸 감으면서 엄청난 규모의 평화공원을 만들고 어마어마한 피폭 기념탑을 만들어 해마다 성대한 기념식을 연다.

   
▲ 이러한 처참한 전쟁의 결과를 일본은 벌써 망각했는가?(원폭으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소녀, 1945.8.10), 위키제공

그러나 그 한 모퉁이에서 변변한 추모탑도 갖추지 못한 채 조선인피폭자들은 해마다 추도식을 해왔다. 기자도 몇 해 전 그 현장을 직접 보고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일본이 정말 인류의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 없는 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과거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 현장에서 숨져간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도 똑같은 대우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 피폭자들과 똑같이 적극적인 치료와 보상을 해주었는지 일본은 가슴에 손을 얹고 뒤돌아 보았으면 한다.

추모탑 정도가 아니라 일본인 희생자를 위한 엄청난 규모의 ‘나가사키평화공원’만한 규모의 공원이라도 만들어 주겠다는 자세가 아니면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 영원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을 비문에 적어 넣자는 것까지도 거부하고 일반 시민을 핑계로 미온적으로 나온다면 그래서 적당히 문구를 조정해서 추모비를 세운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은 “전쟁을 불식시키고 평화를 구한다”는 일본이 또 다시 전쟁 분위기로 질주하는 아베정권의 “평화무드깨기” 행동은 어찌 할 것인지 답을 구한다.

“무조건 항복하지 않으면 일본을 전멸 시켜버릴 것이다”라는 연합국의 경고는 포츠담 선언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제는 전 인류가 전쟁을 일삼는 국가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한편, 지난 7월 22일 군마현에서 내린 “현립공원 내에 있는 조선인희생자 추도탑 설치 갱신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보면서 일본 사회의 “피폭에 대한 무서운 망각증”에 심한 우려감을 느낀다. 또다시 일본은 전쟁의 시대로 회귀하여 저 태평양전쟁의 그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자초하려는 것인지 8월 9일 일본의 패전의 날을 앞두고 묻고 싶다.

 

 *나가사키평화공원이란?

 나가사키평화공원 (長崎平和公園 ‘Peace Park’)은 나가사키시 마츠야마쵸(長崎市松山町)에 만든 공원으로 1945년 8월 9일에 투하된 원자폭탄낙하중심지(폭심지‘爆心地’)와 그 북쪽 언덕을 포함한 56000여평에 평화를 기념하기 조성했다. 이곳에는 원폭자료관, 평화기념상 등 엄청난 규모의 시설이 들어서 있으나 피폭의 한가운데 있었던 한국인을 위한 기념시설은 없다. 다만 한쪽 구석에 시민이  만든 초라한 추도비만 있을 뿐이며 그나마 여기서 해마다 조선인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이 따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