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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한, 구구소한도로 추위를 이겨볼까?

김영조의 배달문화나들이

[한국문화신문 =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셋째인데 해가 양력으로 바뀌고 처음 나타난다. 소한 무렵은 정초한파(正初寒波)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때이다. 이름으로만 봐서는 작은 추위라는 뜻이지만 실제 보름 뒤에 오는 대한보다 더 추울 때가 많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날이 풀리는 입춘 전까지 약 한 달 간 혹한(酷寒)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둔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방에서는 문밖 나들이가 어려우므로 땔감과 먹을거리를 집안에 충분히 비치해 두었다. 

 

   

                         ▲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특히 동지부터 입춘까지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벽에 붙이고 날마다 매화 한 송이를 그려나가면서 봄을 기다렸다. 지금에 견주면 난방이 시원찮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은 누비옷을 입고 방안에 화로를 두는 정도였을 겨울나기에 구구소한도라는 것이 한몫을 한 것이다.


이 구구소한도는 동지가 되면 종이에 9개의 칸을 그려놓고 한 칸에 9개씩 81개의 매화를 그린 다음 하루에 하나씩 매화에 붉은빛을 칠해나가게 한 것을 이른다. 그런데 붉은빛을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한다  


그렇게 하여 81일이 지나면 모두 81개의 홍매화가 생기고 그러면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다른 구구소한도는 9개의 꽃잎이 달린 매화 9개를 그려놓은 것도 있으며, 한 자에 9획으로 된 글자 9개를 써서 모두 81획을 만든 것도 있다.


이렇게 선비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홍매화를 만들어가거나 글자를 써나가 81일이 되는 날 봄이 왔다고 반겼던 것이다. 옛 선비들의 겨울나기는 옷이나 음식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구구소한도를 통한 마음의 겨울나기도 했음이 흥미롭다. 

 

   

                  ▲  흰눈으로 덮인 강추위 속에서도 생명은 숨쉬고 있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지금 들판에 나가면 흰눈으로 덮여 있거나 온 세상이 꽁꽁 얼어 있다. 세상만물이 온통 죽은 것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눈이나 얼음 속에서도 생명은 살아 있다. 그 생명들이 구구소한도의 매화처럼 조용히 봄을 기다린다. 그리고는 81송이의 매화꽃이 그려졌을 때 입춘을 맞고 환한 봄바람 속에서 힘찬 기운을 보여주는 것이다.  


꽁꽁 언 소한, 하지만, 꾸어다가도 해야 할 추위라면 당연히 봄을 맞는 희망으로 견뎌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