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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를 꾸짖는 하버드대 한인학생회는 눈부신 빛

[세상에 외침] 짧은 빛과 짙은 어둠을 보며 1

[한국문화신문 = 김수업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일본 총리 아베가 미국달력으로 지난 426일 미국을 찾아가 이레 동안 머물면서 온갖 열매를 거두어 돌아왔다. 이번에 아베가 거두어 돌아온 일본의 열매들이 러시아와 중국과 일본과 미국으로 둘러싸인 우리겨레의 앞날에 나쁜 재앙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 깨어있는 정신으로 지켜보면서 살아가지 않을 수가 없겠다.  

나는 아베 총리의 이레 동안 발자취를 언론 매체들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대로 지켜보았는데, 무엇보다도 둘째 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벌어진 아베 총리의 연설과 한인학생회의 의거를 지켜보면서 나는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충격은 하버드대 한인학생회로 말미암은 짧으나 눈부신 빛과 아베 총리의 연설로 말미암은 길고 짙은 어둠에서 왔다.  

내 가슴을 때린 짧으나 눈부신 빛의 충격은 하버드대 한인학생회 젊은이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거룩하고 아름다운 데서 왔다.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사회학과 2학년 최미도 학생은 같은 학과 4학년 클라우딘 조 학생과 함께 사회운동 수업을 하다가 일본 총리가 미국으로 온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곧장 뭔가 해야 한다는 뜻을 일으켰다.  

그리고 학생회는 마치 지난날 광복 선열들이 하셨듯이 세 가지 일을 꼼꼼하게 준비했다. 첫째는, 아직 한국에 살아 계시는 이용수 할머니를 모셔서 아베 총리가 하버드대 강연을 하기 바로 앞날 간담회를 마련하여 많은 학생들에게 일본의 야수 같은 처녀 유린 죄상을 밝히는 일이다. 둘째는, 아베 총리가 하버드대로 오는 그날 강연장인 케네디스쿨 정문에서 아침부터 이용수 할머니를 모시고 손에는 항의 피켓을 들고 입에는 X표 입마개를 하고 침묵시위를 벌이면서 회장 최미도 학생이 총리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일이다.  

셋째는, 아베 총리가 강연을 벌이는 강연장 안에서 경제학과 2학년 최민우(조셉 최) 학생이 질문자로 나서, ‘왜 일본 정부는 수많은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사실을 오늘도 사죄하지 않느냐고 얼굴을 맞대고 묻는 일이다. 이처럼 젊은 학생들의 빈틈없는 준비는 마치 모진 멧짐승을 사로잡으려는 세 겹 그물 같아 아무리 철통 대비를 한 일본 총리라도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할 것 같았다. 

 

   
▲ 이용수 할머니를 모시고 침묵시위를 하는 하버드대 한인학생회 젊은이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들 세 가지 일의 열매는 더욱 아름답고 탐스러웠다. 첫째, 하버드대 퐁 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만 열여섯 살 때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 끌려간 곳이 대만에 있는 일본군 가미카제 부대였습니다. 거기서 일본군 방에 안 들어간다고 매를 맞고 전기고문까지 받았어요. 끔찍한 고문 후유증으로 아직도 환청과 환상에 시달려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을 꺼내고, "아베는 내가 죽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사과와 법적 배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을 맺었다.  

아베 총리에게 가슴 떨리는 물음을 던진 최민우 학생이 어제 이용수 할머니가 간담회에서 끔찍한 경험을 증언하며 눈물 흘리시는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한 말만으로도 간담회의 성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둘째, 케네디스쿨 정문에서는 침묵 입마개를 한 이용수 할머니가 불편한 몸으로 휠체어에 앉아 <I am a SURVIVOR of 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나는 일본군 성노예의 생존자다)>라고 굵게 쓴 플래카드를 들었고, 미국중국일본인도네시아 같은 국적을 뛰어넘은 하버드대학생 100여명이 침묵 입마개를 하고 아베 총리를 꾸짖는 피켓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아베는 시위대를 피해 다른 문으로 행사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이용수 할머니는 한 나라의 총리가 떳떳하다면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야지죄를 지은 사람이라 한 나라의 총리답게 행동하지 못하고 뒤로 돌아 몰래 들어가느냐? 아베는 뭐가 그리 무서우냐?” 하며 큰소리로 꾸짖었다.  

셋째, 차분하면서도 서릿발 같은 최민우 학생의 물음은 패전하고 70년 만에 가장 융숭한 환영을 받으며 한껏 들떠 있던 아베에게 마음 깊이 부끄러움을 안겨준 한 줌의 소금이 되었다. “도발적인 물음이 될 수 있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관련된 저로선 너무 마음이 아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점잖게 인사를 닦고, “일본군과 정부가 성노예(sexual slavery) 동원에 관여했다는 강력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 정부는 아직도 성노예 수십만 명을 강제 동원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느냐?” 이렇게 서릿발 같은 물음을 던졌다.  

위안부 이야기는 이번 아베 일행에게 듣고 싶지 않는 말 제1호였겠지만 만일을 위하여 거듭 가다듬어 두었던 대답은 지니고 있었을 터이고 그것을 꺼내놓았을 뿐이라고 본다. 그러나 꿈에도 입에 담고 싶지 않은 거짓말을 온 세상 사람들 앞에서 다시 입에 담아야 하는 노릇부터 얼마나 창피스러웠겠는가!  

최민우 학생이 아베 총리에게 던진 물음 한 마디는 일본의 양심을 깊이 찌른 쪽에서나 우리겨레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운 쪽에서나 그 값어치를 헤아릴 수가 없다. 이래서 나는 이번 하버드대 한인학생회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세 가지 일에서 눈부시게 솟아오르는 <>을 보았다. 체육으로 예술과 문화로 젊은이들이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한류의 한 줄기가 하버드대학에도 넘실거리고 있구나 싶었다. 우리 겨레의 앞날이 환히 밝아오고 있다는 믿음이 일어나면서 기쁨의 충격이 나를 휘감았던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