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신영복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지난 금요일(1월 15일) 밤에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받고 순간 멈칫하였습니다. 그 일주일 전에 선생님의 건강이 위중하셔서 예정된 동계특강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만 하여도, 그래도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실 줄 알았는데 끝내 머나먼 길을 가셨네요. 아직은 저희 후학들이 선생님께 배워야 할 것이 많은데...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수의 삶을 살다가 1988년 광복절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보신 분, 감옥에 있는 동안 엽서나 휴지에 깨알같이 쓴 글을 모아 출간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셨던 분. - 신영복 선생님을 기억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이를 먼저 떠올리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제가 먼저 선생님의 세계를 접한 것은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책부터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가 구속되어 20년을 감옥에서 살고 나온 사람이, 각종 동양고전을 이렇게 깊이 있게 강의하다니! 그런데 그런 사람의 머리에 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등학교 동기 김종채의 책 《민주화에서 통일까지》를 읽었습니다. 제가 고교 동기들이 쓴 책 가운데 학술서적 또는 전문서적이 아닌 대중용 책들은 대부분 읽어보았는데, 이번 책은 특별합니다. 이번 책은 종채의 유고집입니다. 이 말은 책을 쓴 김종채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겠지요? 예! 맞습니다. 종채는 2022년 5월 14일 서울대 사회대평론 편집실 모임 선후배들과 같이 남산을 오르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같은 해 9. 13. 사망하였습니다. 이 책은 종채를 아끼는 친구, 선후배들이 종채의 유고를 모아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단순히 종채의 글만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마지막 4부에는 종채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추모글도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유고집이다 보니 학술논문이나 수필 등을 가리지 않고 종채의 글이 모두 실려 있습니다. 유고집 발간에 핵심 역할을 한 사회대평론 편집실 모임의 박순성은 서문에서 펴내는 취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민주화와 통일이라는 한국 사회의 문제로부터 환경과 평화라는 지구촌 전체의 문제까지 고민하면서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했던 그의 삶은 쉼 없는 학문적 정진과 실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분과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울고 갑니다. 어머니 잘 모시고 아기 잘 기르시오. 내년 가을에나 나오고자 하오. 안부가 궁금합니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이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했는데, 장수가 혼자만 집에 가고 나는 못 가게 해서 다녀가지 못합니다.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로 사람을 보내 귀양살이를 시킨다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2011년 대전 안정 나씨 문중의 무덤을 이장하다가 발견한 한글편지인데, 김영조 소장님은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에 이 편지도 올렸습니다. 이 편지는 조선 전기 군관 나신걸(1461~1524)이 근무지가 갑자기 북쪽 변방으로 변경되면서 고향에 있는 아내 신창 맹 씨에게 쓴 겁니다. 한글이 반포된 지 44년 뒤의 한글편지로 현존하는 한글 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입니다. 보통 ‘조선 시대의 한글 편지’하면 여인네들이 쓴 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 나의 편견인가? -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편지가 남자가 쓴 것이라니 더 눈에 띄네요. 이뿐만 아니라 기록에 나오는 가장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신일용 화백이 교양만화 《현대미술 이야기》를 펴냈습니다. 그동안 신 화백은 《라 벨르 에뽀끄》로 유럽인들이 아름다운 시대로 그리워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유럽 역사를, 또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이야기》로 정말로 우리가 몰랐던 동남아 역사를 만화로 알기 쉽게 우리에게 보여주었었지요. 그런데 신 화백이 이번에는 미술 이야기를, 그것도 난해하고 어려운 현대미술 이야기를 펴내다니요!!! 책을 읽어보니 이건 현대미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낼 수 없는 책임을 실감합니다. 그것도 만화로 집약하여 그린다는 것은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뿐입니까? 현대미술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르네상스부터 서양미술의 흐름을 완전히 이해해야 하고 또 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밑바탕으로 얘기해줘야지 밑도 끝도 없이 현대미술만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책을 보니 신 화백은 완전히 서양미술을 꿰뚫었네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다고 하는데, 신 화백은 한 권의 《현대미술 이야기》를 내기 위해서 그 얼마나 많은 서양미술사 책을 섭렵했을까요! 아! 참!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김영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탐라의 하늘을 올려다보면》을 내셨습니다. 형수님이 – 김 시인이 대학 선배이시기에, 형수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서, 김 선배는 2021년 12월 형수님과 함께 아예 제주로 내려가, 탐라의 곳곳에 발길을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탐라의 자연에서 아름다운 시어(詩語)를 건져 올리셨는데, 이번에 이를 모아 시집을 내셨네요. 시집 첫머리에 나오는 선배의 말을 들으니, 김 선배가 제주에 온 또 하나의 목적은 예술 속에 살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김 선배가 제주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을 찾아보는 것이었답니다. 김 선배는 관동별곡처럼 선인(先人)들이 제주 경관을 노래한 시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현대에 와서도 제주 관련 시들은 많았지만, 놀랍게도 제주의 자연을 노래한 시가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요? 김 선배님 말입니다. “내가 해보리라. 내가 노래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시작했다.” 그래서 김 선배는 그러한 시를 짓기 위해 우선 제주의 지질을 연구한 책을 사서 읽었으며, 제주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님이 쓴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에는 조선의 도자기 가운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백자철화끈무늬병 이야기도 나오네요. 술병의 경우 술을 마시다 남으면 허리춤에 차고 가라고 술병에 끈을 동여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백자철화끈무늬병은 이 끈을 아예 백자 속에 무늬로 집어넣었습니다. 그것도 진짜 끈이 달려있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린 것도 아니고, 그냥 끈을 휙~ 그려 넣었습니다. 물론 자세히 보면 청색 선을 미리 긋고 이를 따라 끈을 그린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어쨌든 끈은 한 번에 그렸을 것 같습니다. 처음 박물관에서 이 백자를 보았을 때, 이 끈을 그려 넣은 조선 도공의 해학에 감탄하던 생각이 납니다. 이 백자를 보고 어떤 사람은 넥타이 병이라고 하데요. 하하! 달리 보면 백자가 넥타이를 맨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백자 밑바닥에는 ‘니ᄂᆞ히’라고 쓰여 있습니다. 글씨체로 보아 끈을 그린 도공이 내처 바닥에 이 글씨를 쓴 것 같습니다. 뭘까? 자신의 서명인가? 아니면 ‘니나노~’ 하듯이 흥겨운 감정을 표출한 것일까? 하여튼 백자철화끈무늬병은 조선 도자기 가운데 가장 해학이 넘쳐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고교 선배 이인람 변호사가 《야만의 시간》이란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카톡 문자를 보내오셨습니다. 선배는 하늘이니까, 명령을 어기면 안 되겠지요? 책의 부제는 ‘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입니다. 한통련이 1973년 설립된 단체이니까, 반국가단체 만들기에 희생된 한통련의 50년이라면, 지금까지도 한통련은 반국가단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네요. 이런! 그동안 한통련 연계된 재일교포 간첩사건들이 재심에서 무죄가 나와, 한통련 문제도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제가 무심했었네요. 한통련은 1973년 8월 15일 재일교포들이 설립한 단체입니다. 당시는 박정희 대통령이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영구집권을 꾀하는 때라, 자연히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뜻있는 재일교포들이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단체를 만든 것이지요. 설립 당시에는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는데, 1989년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한통련은 출범 당시부터 김대중 대통령(DJ)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단체입니다. 아니 한통련 설립에 DJ가 깊숙이 관여되어 있습니다. DJ는 그 무렵 교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사진 에세이집 《올리브 나무 아래》가 나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박 시인은 그동안 분쟁지역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 팔레스타인, 쿠르드족, 아프카니스탄, 라틴아메리카 등 지구촌 구석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와 사진 에세이집을 냈고, 또한 전시회도 열었습니다. 이번 올리브 나무 아래》는 6번째 사진 에세이집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이번 사진 에세이집은 올리브 나무와 연관된 것들입니다. 그런데 왜 올리브 나무일까요? 서문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분쟁 현장을 다니다, 나도 많이 다쳤다. 전쟁의 세상에서 내 안에 전쟁이 들어서려 할 때, 나는 절룩이며 천 년의 올리브나무 숲으로 간다. 푸른 올리브나무에 기대앉아 막막한 광야를 바라보며 책을 읽고 시를 쓰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를 아이들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짓다가, 올리브나무 사이를 걸으며 다윗처럼 돌팔매를 던지기도 하고, 저 아래 올리브를 수확하는 농부들을 거들다가 돌샘에서 목을 축이고, 양떼를 몰던 소녀가 따다 주는 한 움큼의 무화과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매일 아침 <날마다 쓰는 우리문화편지>라는 이름으로 따끈따끈한 한국문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번개글(이메일)로 전달해 주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이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 책을 냈습니다. 2023년 5월 15일 쓴 머리말을 보니 우리문화편지는 올해로 4,800회가 넘었다고 하네요. 그 뒤로도 우리문화편지는 계속 쌓여가고 있을 테니, 정말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런데도 김 소장은 아직도 ‘목이 마르다.’라고 합니다. 크으~ 그런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이면 그동안에도 이를 엮은 책이 있지 않았을까? 예! 그렇습니다. 《하루하루가 잔치로세》와 《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이번이 4번째 펴낸 책입니다. 김 소장은 이번에는 164편의 한국문화편지를 8장의 주제로 나누어 책에 실었습니다. 곧 1. 명절과 세시풍속, 2. 세시풍속과 철학, 3. 입을거리(한복과 꾸미개), 4. 먹거리(한식과 전통주), 5. 살림살이, 6. 굿거리(국악과 춤), 7. 배달말과 한글, 8. 문화재, 이렇게 8개의 장입니다. 그리고 글마다 삽화를 넣었는데, 대부분의 삽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섬 활동가 강제윤 시인이 《날마다 섬 밥상》 책을 펴냈습니다. 사람이 사는 우리나라 모든 섬에 발을 디딘 강 시인은 그동안에도 섬을 순례하며 섬과 섬사람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지요. 그리고 4년 전에 《전라도 섬 맛 기행》이라고 사라져가는 전라도 섬의 맛을 글로 살려내더니만, 이번에는 전국 섬의 밥상을 우리 앞에 차려주네요. 저는 강 시인이 교장으로 있는 <섬학교>에 몇 번 나가보면서 강 시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섬학교’라고 하니까 글자 그대로 무슨 학교인가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강 시인이 우리 섬의 숨겨진 비경,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매달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아 섬을 순례하는데, 이를 섬학교라고 하지요. 제가 소개하여 섬학교에 등록하였던 사람도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박재일 회장은 강 시인이 사단법인 섬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지금도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요즈음 강 시인은 전국 섬에 흩어져 있는 걷기 길을 하나로 모으는 ‘백섬 백길’ 프로젝트를 총괄하여 누리집(https://100seom.com/)도 만들고, 모든 국민이 섬 길에 대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