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지난 11월 17일은 ‘순국선열의날’이다. 일제강점 전후부터 1945년 광복까지 독립운동으로 산화하신 분을 순국선열이라 하고 광복 이후까지 생존하셨던 독립운동가는 애국지사라고 한다. '순국선열의날'은 일제에 의해 외교권을 빼앗긴 치욕의 을사늑약이 있었던 날(1905년 11월 17일)을 잊지 말자고, 1939년 임시정부 임시의정원회의에서 차리석ㆍ지청천 의원의 제안에 따라 시작됐다. 화성시(문화유산과)에서 기획 주관한 순국선열의날 야외공연은 '을씨년스럽다'의 어원이 무엇인지 아느냐는 사회자의 재미있는 물음으로 시작되었다. '을씨년스럽다'는 1905년 을사년에 있었던 일제에 의한 외교권 박탈에 온 국민이 느낀 그 참담함에 '을사년스럽다'는 표현이 생겨 '을싸년스럽다'로 돼다가 뒤에 '을씨년스럽다'로 변했다고 한다. 논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의미심장한 추론인 듯하다.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음악당은 반석산 아래 잔디광장으로 조성되었고 초고층 빌딩들이 무대 뒷배경이 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동탄시민의 사랑을 받기에 손색없는 공간이었다. 늦가을 단풍이 한창 고왔고, 가을바람에 빨강 노랑 바람개비와 태극기바람개비가 쉼 없이 돌고 있었다. 코로나19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깊어가는 가을 아침에, 사라지는 것에 대한 추억과 아쉬움으로 울적해진다. 가을 정취를 자아내며 가을바람에 살랑이던 부들과 강아지풀과 억새가 굴착기(포크레인) 한 삽에 사라졌다. 주위에 전원주택단지 개발로 길을 넓히느라 파헤쳐진 탓이다. 자연을 벗하며 살려고 산기슭으로 조용히 파고들어, 전원주택 짓는 건 옛말이 된듯하다. 요즘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의해 산을 마구잡이로 깎아내고 축대를 쌓아 거침없이 집터를 만들고 있다. 붉은 흙으로 속살을 드러낸 산이 안쓰럽다. 비탈에서 작업하는 트랙터도 위험해 보인다. 산 턱밑까지 파고드니, 산은 과연 어디까지 품어줄까. 이따금 보이던 고라니도 올핸 보지 못했다. 올여름 큰비에 잘 버텼는지 걱정된다. 잔디를 길러 떼어 팔아 수익을 올리던 넓은 잔디밭도 결국, 주택단지 조성으로 사라지고 있다. 강아지와 맘껏 뛰놀던 추억을 남기고~~ 야생동물들 목축이던 웅덩이는 흔적만 남았다. 올해도 하늘타리를 만날까 살피며 걸었던 논두렁도 사라지고, 물오리형제 노닐던 논도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인근에서 사랑받던 약수터는 이름만 남기고 폐쇄되었다. '장짐리약수터양어장'이란 이름으로 예쁘게 꾸며지고 있다. 아마도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비록 코로나 시기이지만 도시 외곽의 농촌에선 견딜만하다. 부지런히 몇 발짝만 발을 떼면 넓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가을바람에 살랑이는 들꽃과 수확을 앞둔 풍성한 논밭을 마주할 수 있다. 키 큰 수수가 가을바람에 춤추는 듯 흔들리는 광경을 보니, 불현듯 도회지에 사는 친구들과 이런 정경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얀 구름 흘러가는 가을하늘도 보여주고 싶다. 저 하늘 흘러가는 곳 내마음도 따라 흘러간다 전봇대 꼭대기에 서 있는 저 새도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노래하는 걸까? 저수지 가장자리에 핀 노란 들국화와 억새도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가을풀꽃과 들꽃도 보아달라고 손짓한다. 쑥부쟁이. 애기나팔꽃, 구절초, 사광이아재비(며느리밑씻개), 애기똥풀꽃 달개비꽃,. 살살이꽃 등등 이름도 재미나다. 그 밖에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도 많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늦봄부터 여름 내내 '메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엷은 분홍색에 수줍은 듯 들판 여기저기 피어있던 메꽃이 자취를 감췄다. 가는 세월이 아쉬운 듯, 달랑 한 송이 매달려있는 '메꽃'이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바야흐로 나팔꽃 세상이다. 새벽에 해님과 함께 피어나 오후에 지는 나팔꽃.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뚜뚜 따따 기상나팔을 부는 듯 피어난다. 메꽃보다 늦게 피기 시작하여 가을까지 꽃이 핀다. 전봇대, 울타리, 풀섶 가리지 않고 덩굴을 뻗어 꽃을 피운다. 잡풀과 뒤섞여 잡풀이 꽃을 피운 듯 잘 어울린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해뜨기 직전 어렴풋한 여명이 창을 밝히면 어김없이 마당에 묶어놓은 개가 산책가자고 짖어댄다. 운동시킬 겸 데리고 논밭을 지나 뒷산 한 바퀴를 돌아오는 일상이 즐겁다. 동녘 산에서 얼굴을 내미는 해돋이 광경도 날마다 색다르다. 꼬끼오 닭울음 소리도 정겹고 짹짹이는 참새 소리도 이쁘다. 밭을 일구고 다지고 씨뿌리며 돌보는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그 손길에 따라 자라고 열매 맺는 온갖 채소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된다. 시골에 내려와 살다 보니 재미있고 배우는 것도 많다. 무언가에 열중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였다. 궁금증이 발동해서 뭐 하시는지 여쭈어보았다.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농촌에 안 사시우?"하고 되물으신다. 배추 모종 손질하시고 쪽파 종자 다듬으시는 중이라신다. 아하! 벌써 김장배추, 무, 파 심기를 하는구나. 여린 배추싹이 무럭무럭 튼실히 자라 속이 꽉 찬 김장배추가 되겠구나. 겨울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도회지 나가 사는 아들딸 식구들 모여와서, 배추 절이고 파 다듬어 김장하느라 왁자지껄 웃음 가득 한 시골마당 풍경이 그려진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맛도 좋고 향도 좋고 보기도 좋은 부추 요즘 시골 밭 귀퉁이엔 하얀 부추꽃이 한창이다. 나 어릴 땐 '정구지'라고 했고 시어머니는 '졸'이라고도 했다. 봄 여름내 잘라서 온갖 요리에 곁들여 먹었다. 된장찌개, 추어탕, 오이소박이, 깍두기에 잘 어울린다. 돌보지 않아도 잘도 자라는 부추 어느 날 꽃대가 올라오더니 꽃이 피기 시작했다. 너무 작아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쪼그리고 앉아서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사진기로 근접촬영을 해보았다. 너무나 어여쁜 자태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쩌자고 이리도 앙증맞게 예쁜가? 꽃말이 '무한한 슬픔'이라 했던가? 그저 밭 어귀에 덤으로 나서 아무 때나 가위 들고 싹둑 잘라 먹고, 사나흘 지나면 또 자라나와 잘라먹으며 귀한 줄 몰랐다. 누가 보라고 이렇게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운단 말인가? 왠지 그 꽃말처럼 서글픔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한국전쟁 때 가장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벌어졌던 철의 삼각지대(평강ㆍ김화ㆍ철원)의 일각인 철원을 가본다는 막연한 설레임를 갖고 찾은 철원이었다. 백마고지를 보기위해 한탄대교를 지나다 오른쪽으로 오래된 다리가 보였다. 승일교였다. 승일공원에 차를 세우고 다리 밑으로 내려가 올려다보았다. 6.25 전쟁 전 공산 치하에서 다리를 건설하기 시작해, 전쟁 중 중단되었다가 전쟁이 끝난 뒤 남한에서 완공하였다는 승일교!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승일교를 도보로 넘어 송대소를 지나 직탕폭포까지 걷는 '한여울길'이란 한탄강 둘레길의 출발점이다. 국도로 20분 정도 북으로 달리면 오른쪽 낮은 언덕에 포탄 자국을 뒤집어쓰고 골조만 앙상히 남은 건물이 보인다. 1946년에 북한 노동당이 철원과 인근 지역을 관장하기 위해 지은 건물인 노동당사다 안내 선간판엔 사상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회유 고문하고 살해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적혀있다. 그 시절 미군정하의 남한도 힘든 상황이었을 터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남북한이 모두 혼돈의 시절을 겪고,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치르고 오늘날까지 분단되어있다니 순간 눈가가 촉촉해지며 서글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강원도 철원 김화읍에 사는 동창의 초대로 난생처음 철원지방을 여행했다. 6명의 대학입학 동기들이 함께했으며 1박 2일 일정이었다. 철원군은 3.8선 북쪽에 있으며 한때는 북한 땅이었고, 한국전쟁 때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고지쟁탈을 위해 전투를 하다 수많은 군인이 희생된 백마고지가 있으며, 민통선이 가로지르고 있고, 비무장지대(DMZ)가 있는 곳이다. 또한, 7월 초에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유산에 오른 한탄강이 흐르는 곳이다. 첫날은 형편에 따라 각자 출발하여 한탄강 유역을 탐방하고 저녁에 한탄강 중류 지질명소인 '직탕폭포'에서 만나기로 했다. 두 시간 넘게 운전하여 한탄강 지질명소 가운데 한 곳인 '고석정'에 도착했다. '일억 년 역사의 숨결. 신비로운 고석바위와의 만남'이라고 새겨진 돌비석과 '유네스코 세계지질유산등재'를 축하하는 펼침막이 나를 반겼다. 한탄강 유역의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절벽바위와 주상절리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한 설명 선간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일억 년 전 화산활동으로 마그마가 올라와 땅속에서 서서히 식어서 만들어진 화강암이 오랜 세월이 흐르며 융기하여 고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101년 전 오늘(1919년 4월 15일)은 경기도 화성시 제암리와 고주리에서 29인의 독립운동가가 순국한 날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추모행사는 취소되었다. 대신 고주리 순국선열6위(김성열, 김세열, 김주남, 김주업, 김흥렬, 김흥복)의 무덤에 조촐하게 헌화분향하였다. 이 무덤에는 1919년 3.1만세운동 당시 3월 31일 발안장터 만세 항쟁을 주도한 사람들이 잠들어 계신다. 일제는 발안장터 만세 항쟁에 대한 보복으로 4월 15일 근처 제암리에 있는 제암교회에 모이게 하여 출입구를 봉쇄하고 불을 질러 22인을 불태워죽였다. 그리고 그에 항의하는 젊은 부인을 칼로 베어 죽이고 이웃마을 고주리로 달려가 천도교인이자 독립운동가 6명을 칼로 베어 죽인 다음 그 주검을 불살랐다. 마을 사람들이 타다 남은 주검을 몰래 수습하여 천덕산을 넘어 십리 밖 덕우리에 뭍었다. 그때 어린 나이로 살아남은 김세열의 아들 김원기의 후손 김연목 선생이 무덤을 지키고 계신다. 음력 3월 15일 한날한시에 돌아가신 여섯 분의 제사를 매년 모시며 살아온 후손의 삶이 어떠했을까 상상하기 힘들다. 지난해에는 화성시 광복회(회상 안소헌)에서 무덤에 헌화하러 찾
[우리문화신문=양인선 기자] 장마 끝자락 여름산의 색깔은 단촐하다. 옅은 초록빛과 짙은 녹색이 대부분이고 간간히 하얀색이 섞여있으며 황갈색 나무와 땅색이 조화를 이룬다. 어린 밤송이와 산도토리와 망게 열매의 초록빛이 여리다. 물기 머금은 땅을 비집고 나온 하얀 버섯들도 신났다. 촉촉한 대지를 즐기는듯 쉬고 있는 산개구리는 넋이 나간듯 하고 갈색 낙엽과 분간이 되지 않는다. 곧 장마가 끝나면 찬란한 태양의 기운을 받아 모든 어린 것들도 무럭무럭 자라 제각각 굵고 짙은 빛깔의 튼실한 열매가 되겠지. 성급한 인간은 벌써 울긋불긋 다채로운 가을산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