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얼마나 구조했냐?” “약 20명 가량의 격군들과 장병 6명을 건져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인원이 도움을 요청중입니다.” 그런데 마시타의 시야에 명량해협을 막 통과하여 질주해 오는 판옥선 한 대가 목격 되었다. 누각의 지붕위에 깃발 하나가 펄럭이고 있었다.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 이순신(李舜臣)- 마시타는 발작적으로 소리 질렀다. “그냥 퇴각이다. 어서 전 속력으로 빠져 나간다.” “아직 구조해야 할 수군들이 적지 않습니다.” 마시타가 부관을 발로 걷어차고 짓밟았다. “당장 후퇴한다!” 마시타의 중형 군선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병과 선원들의 구조를 중단한 채 전 속력을 다하여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때 김충선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은 3척의 군선에 포위되어 위험에 처해 있었다. 서로의 화포가 발사되어 상포판의 반쯤은 파괴되어 버렸고, 노도 전부 부러져 나가서 배는 제 기량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백병전이다!” 김충선과 항왜들은 야가따(집과 같은 구조물) 위로 올라가서 화살과 조총으로 무장하고 전투를 준비했다. 그들이 승선한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이 관선보다도 높았으므로 공격에는 유리한 고지를 고수하고 있었다. “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네, 이놈!” 김충선이 상포판 위를 두 번 발로 내리치며 짤막하게 소리 냈다. “발사하라!” 그 순간, 하포판 격군실의 노 젓는 구멍으로 화포가 불쑥불쑥 튀어 나오더니 근접해 있는 구루시마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에 그대로 발포해 버렸다. 퍼펑—펑-- 굉음이 터지면서 구루시마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이 요동쳤다. 불길이 치솟으며 구루시마의 함선이 크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아악, 악!” 구루시마를 비롯한 일본 장병들은 중심을 잃고 사방으로 굴렀다. 비명소리가 악귀처럼 터졌다. ‘아뿔싸, 당했다!’ 그때서야 구루시마는 이번 명량해전의 패배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살아야 했다. 살아남아야 복수를 할 것이 아닌가. 구루시마는 손을 뻗어서 무엇이든지 잡기 위해 버둥거렸다. 그때,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의 한쪽이 물에 잠기면서 육중한 대포가 무섭게 구루시마를 덮쳤다. “끄윽!” 엄청난 통증이 두 다리로 엄습하였다. 굴러 떨어진 대포는 구루시마의 양 정강이뼈를 으스러뜨리고 말았다. 구루시마는 이빨을 악물며 고통을 참아냈다. 얼마나 힘껏 입을 악다물었던지 이빨 두 개가 부러져 나왔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저기 대현 군선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 하나가 도망치고 있다. 오, 그 앞에도 있으니 2척일세. 저 자들을 먼저 겨냥하세.” 박정량이 호쾌하게 대답했다. “그러세. 자, 들었는가?” 천자포를 다루는 화포꾼들이 전원 합창 하듯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요. 나리들!” 언덕 위에는 무려 10문의 천자포가 설치되어 있었다. 반대편 연안에도 10문의 천자포이니 더하면 20개의 천자포가 무차별 포격을 단행 하였던 것이다. 구경을 하던 백성들은 실상 구경꾼들이 아니라 포착선(어선)을 이용해서 부지런히 포탄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관민(官民)이 하나가 되어 명량 울둘목의 해전을 치구고 있는 셈이었다. “발사하라!” 쿠쿵---쾅! 장승업과 박정량 측에서 발사된 천자포의 포탄들은 앞서 퇴각하는 와키자카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과 바로 뒤에서 빠져나가는 도도의 대형 선박을 노리고 떨어졌다. “아앗?” 포탄 한 발이 정확하게 와키자카의 상포판(갑판)에 떨어져 내렸다. 폭발음과 더불어 무장과 장병 10여 명이 날아가 버렸다. 와키자카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였다. 공포감이 엄습한 탓이었다. 슈슉--- 이번에 공중에서 떨어지는 포탄은 와키자카가 서있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우리만이라도 퇴각한다. 방향을 돌려라.” 울둘목의 조수가 뒤바뀌면서 바닷물이 빙글빙글 도는 회오리도 만들어냈다. 역류가 되면서 후퇴하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배의 노가 뒤엉키고 조선 수군의 포탄과 비격진천뢰가 터지면서 병사들이 날아갔다. 아수라장이었다. 이 모든 작전은 정도령이 수립한데로 진행 되었다. 그렇지만 정도령은 애가 타올랐다. “김충선 장군과 그 항왜들이 승선해 있는 군선도 우리 수군의 공격을 받을 것입니다. 자칫 하다간 저들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낭패 중에 낭패입니다.” 이순신의 안색이 무섭도록 침중하게 변하였다. “그들이 승선해 있는 배가 어느 것이요?” “도도 타카도라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에 잠입했다고 했었습니다. 총대장의 주변에 머물러야 정보를 쉽게 탐지할 수 있으며 유사시에 오늘과 같은 사단을 발생시킬 수가 있는 것입니다. 김충선은 지략도 훌륭한 장수입니다.” 이순신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구해내야 하오. 한데, 저 화염구덩이 속에서 그들을 찾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구려.” “난감할 따름입니다.” 이때 일본의 300척이 넘는 군선들은 명량해협의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배에 구멍이 뚫렸다!” “바닷물이 들어온다.” 그러나 진짜 난리는 원균의 판옥선이 멈출 생각도 없이 쇄도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원균의 우렁찬 고함이 장군선 내 전 병사들의 고막을 때렸다. “전원 충격에 대비하라. 기둥을 붙잡아라! 중심을 잃지 마라!” 원균의 판옥선이 벳쇼의 관선(関船세키부네)을 측면으로부터 파고들었다. 우지직! 하는 소음이 울리면서 일본의 관선(関船세키부네)은 반 토막으로 동강나 버렸다. 군선에 타고 있던 장수 벳쇼는 물론이고 50여 명의 병사들과 80명가량의 격군들이 바닷물 속으로 수장(水葬)되었다. “원균장군이 때마침 나와 주었습니다.” 정도령은 이순신에게 보고를 올리는 한편 통제사의 깃발을 누각위에 꽂았다. “발사 명령이다!” 신호를 받은 양 연안의 이회 형제의 천자포대와 장승업, 박정량의 천자포대가 새까맣게 몰려있는 울둘목의 바다위로 포탄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콰쾅—쾅! 이순신은 즉각 후방에 쳐져있는 판옥선을 앞으로 진격하도록 독전기를 흔들면서 독려했다. “안위야, 대관절 얼마나 더 물러서 있으려는 거냐? 당장 앞으로 나오지 못하겠느냐?” 이순신의 준엄한 꾸짖음에 놀란 현령 안위의 5호 판옥선이 전진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이완이 포판실에 전달한 명령은 즉시 격군들에게 전해져 노가 반대 방향으로 바뀌었다. 뒤로 물러나는 이순신의 대장선을 일본의 중형 돌격선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치달려 내려왔다. 모두 세 척이었다. 정도령이 이완에게 물었다. “포격은?” 이완의 안색이 급변하였다. 미처 다음을 위한 발사 준비가 화포장들에게는 무리였다. 추격해 오는 그들의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었다. 정도령은 후방을 둘러봤다. 그때 원균의 장군선이 파도를 헤치면서 나타났다. “대장선에 접근하는 놈들은 내가 용서하지 않는다!” 정도령은 정말 반가웠다. “좌 후방으로 원장군의 함선이 오고 있습니다.” 이순신의 얼굴에도 일말의 안도감이 스쳐갔다. “닻을 내려라! 더 이상 후퇴하면 명량을 내 주게 된다!” 정도령이 달려가서 보고했다. “드디어 우리의 작전대로 적선들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장군의 통제사기가 게양되면 양쪽 연안에 매복중인 천자포가 불을 뿜게 될 것입니다.” 원균은 이순신의 대장선으로 쇄도해오는 적선들에 대해서 발포 명령을 내렸다. “포격하라!” 굉음이 울리면서 8문의 현자, 지자 포가 일제히 발사되었다. 화포장들의 우수한 적중률은 결코 빗나가지 않고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도도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안면에는 땀이 흘렀다. 복부에서는 핏물이 꾸역꾸역 밀려나왔다. 김충선은 뒤에서 그의 목을 강하게 내리쳤다. 조금이라도 도도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일본 함선의 총대장이 자결했다.” 서아지가 중얼거렸다. 이순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대 규모 선단을 이끌고 명량으로 항해해 왔던 도도 다카토라의 죽음은 매우 허망했으며 처절했다. 김충선은 그래도 장수에 대한 예의로 짧게 명복을 빌고는 도도의 갑옷을 서아지에게 입혔다. “내가 이제부터 총대장 도도이다. 너희들은 내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서아지가 동료 항왜들을 둘러보면서 낄낄 거렸다. 김충선은 서아지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왜적들에게 절대 얼굴을 노출하지마라.” “도도로 믿게 해야겠지.” 김충선이 항왜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포판실을 지키는 인원을 남겨두고 전원 왜군 무장으로 변복한 후, 상포판(갑판)으로 올라가서 대기하라. 그리고 우리 함선은 울둘목으로 전진한다.” 준사와 서아지 등 항왜 병력은 민첩하게 행동을 개시했다. 김충선의 몸놀림도 매우 분주해졌다. “아앗? 저기를 보십시오!” 구루시마는 고개를 돌려보고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도도는 그 순간에 의혹을 느꼈다. 미후라 부장은 십 년이 넘도록 자신이 데리고 있던 심복으로 도도의 모든 일정을 직접 관리했다. 남에게 한 번도 맡긴 적이 없는 충성스러운 부하였다. “그대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단 말인가?” 도도는 확인하듯이 물었으나 이미 의심을 하고 있는 눈초리였다. 김충선은 허리를 굽혔다. “황송하옵니다. 미후라 부장의 직접적인 명령은 없었으나 사태가 워낙 위중하여 장군께서 필히 점검하심이 옳을 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소장이 개인적으로 올린 말씀입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김충선의 임기응변(臨機應變)에 도도는 의심을 풀었다. “그래, 어서 앞장서라.” 김충선은 마지막으로 도도 다카토라를 안택선(安宅船, 아타케부네)의 아래 부분포판실(격군실)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피를 뒤집어 쓴 준사와 서아지 등 십 여 명이 항왜들이 늘어서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달은 도도는 침통한 목소리로 물었다. 반항이나 도주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서아지가 소개를 했다. “이쪽은 우리의 철포대장 사야가, 그리고 이 미끈한 호남아는 준사라고 하며, 인상 더러운 이 사람은 서아지라 하오. 그리고 우리 동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앗, 무슨 짓들이냐?” 일본 병사와 북을 다루는 고병이 행동하기도 전에 준사와 항왜들은 먼저 달려들어서 칼로 그들을 모조리 처지 했다. 격군들 사이에서 다시 8 명 정도의 항왜들이 가담했다. 그들은 사전에 김충선이 잠복시켜 놓은 항왜들 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격군들이 동요했다. 서아지가 그들을 둘러보면서 협박을 가했다. “지금 뒈지고 싶은 놈은 반항해도 좋다. 난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인해서 완벽히 멸문을 당한 사야카 가문의 가신이었다. 주인을 위한 복수로 이 함선을 점거한 것이다. 불만 있는 작자들은 당장 나와라.” 어느 누구 한 명도 일어나지 않았다. “너희들의 목숨은 보장해주마. 어쨌든 배는 가야하는 법이니까.” 격군들은 사실상 전쟁 병사들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은 선원에 불과하였다. 일본 병사들의 죽음을 목격한 그들은 전원 공포에 질려 있을 뿐이었다. “좋다. 너희들은 배를 젓는 임무만 계속하면 된다. 시선은 바닥에만 둔다,!” 서아지의 살벌한 외침이 떨어지자 격군들은 손에 노를 잡고 다른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김충선이 서아지의 등을 두들겨 수고 했다는 표시를 했다. “아래로 병사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가토의 군선에 지자포 세 방이 명중하여 갑판이 파손되고 불길이 치솟았다. 이 광경을 언덕 바위에서 지켜보던 이회 형제와 장승업, 박정량, 그리고 구경하던 조선 백성들이 동시에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 와--” “아앗?” 도도는 좌정하고 있던 자신의 군선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가토의 전함이 불길에 휩싸이고 있지 않은가? 이순신의 함대가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도도는 불안정한 눈빛으로 전방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가토가 자신의 안택선(安宅船아타케부네)을 포기하고 다른 일본의 중형 군선인 관선(関船세키부네)에 옮겨 타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서야 안도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도도는 아직도 공격대형으로 수군을 편성하여 울둘목으로 진입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이미 명량해협의 가장 비좁은 장소에 일본의 군선들이 운집해 있어 자칫하다간 일본 군선끼리 충돌할 위험성도 내포되어 있었다. ‘이렇게 망설이고 있다가는 우리 전략은 실패하고 만다.’ 도도의 대장선에 머물고 있는 김충선은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간이 되었음을 간파했다. 도도를 비롯한 장수와 장병들이 가토의 대장선이 파손되자 모두 정신이 그리로 집중되어 있었다. 김충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