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현용운 회장] (편집자말)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혼돈에 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연변 동포 ‘중국조선어신식학회(조선어정보학회)’ 현용운 회장이 ‘춘절 가택연금 영탄곡’이란 시 두편을 보내왔습니다. 이 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깊기에 두 번에 걸쳐 싣도록 합니다. 아, 무슨 죄로 춘절 가택연금 영탄곡 1 나는 내가 지금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른다. 우리 모두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지었는지를 모른다.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들이 어이도 없이 집 안에 갇혔다. 그것도 모두가 하루한시에 새초롱 같은 아파트에 촘촘이 갇혀있다. 지은 죄명도 모르는 채. 수천수만의 도시와 농촌이 전 중국이 한 달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 포위망에 같혔다. 경자년(庚子年) 춘절 벽두에 14억 중국이 보이지도 않는 망에 발도 묶이고 손도 묶이고 입도 코도 막혔다. 온 세상이 바이러스 공포속에 눈, 귀만 살아 판들펀들 세태를 주시한다, 살아는 보자고 세상을 살핀다. 천지만물을 길들이던 초라한 인간들이 인공지능이랍시고 만물을 련통시킨다는 인간세상이 야생들의 대반격속에 덜덜떨며 살려달라고 아우성 친다. 하늘 길도 막히고 땅 길도 막혔다.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폐업 전문가 우리는 좋든 싫든 배운 도둑질로 살아간다 나는 내 도둑질이 좋다 좋아하는 음악 듣고 들려주고 하다 보면 어쩌다 간이 맞는 손님이 찾아와 밤을 새우기도 하고 찾는 이 없으면 없는 대로 글 쓰며 앉아있는 맛도 좋으니 이 재미로 가게를 하는데 돈벌이가 될 리 없고 집세는커녕 공과금 밀리기도 다반사요 삼시 세끼 라면도 버거워 빚으로 먹고사는 날이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정신 못 차리고 또 도둑질을 이으려고 가게를 줄여 옮겨간다 삼십여 년을 이렇게 여닫기를 반복하며 얻은 벼슬이 폐업 전문가! 그래도 이번에는 겉은 망했어도 속으로는 남았다 종자기*를 얻었고 짐을 꾸리며 도닥거려 주는 아내를 얻었음이니 경자 원단의 저 맑은 지저귐 붉은 원 안에 걸린다 * 종자기 - 춘추시대 초나라의 거문고 명인 백아의 절친한 벗으로 연주할 때 백아의 마음을 훤히 꿰었다. 종자기가 병사하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를 하지 않았다. 이에 "백아절현"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꿈도 앞으로 간다 (1) 시간은 앞으로 간다 오늘이 가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와서 오늘이 된다 기억은 뒤에서 온다 시간이 지나가며 새겨 놓은 것들을 끌고 이 순간까지는 오지만 오늘을 앞설 수 없다 (2) 아내가 유난히 뒤척인 밤 새벽 이었다 “엄마. 성은이 안 들어 왔지? 사고 나서 죽었대. 친구들이랑 놀러 가다가 차가 물에 빠져 다 죽었대.“ 아내는 바다를 사랑했다 자주 까막바위를 찾아 지그시 파도가루를 맞곤 했다 그날 이후로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본 이는 아무도 없다 (3) 꿈 하나가 또 졌다 꽃망울 한 송이가 13층 옥상으로 올라가 스스로 나뭇가지를 잘랐다 딸아이를 따라 가겠다던 그 아이였다 소름 끼치는 숙명처럼 아내와 나는 하필 그 순간 그곳을 지나게 되었을까 육체의 소멸과 왜 또 마주하게 되었을까 (4) 이제 둘 남았다 밤낮으로 모여 재잘대던 꽃망울 다섯 가운데 벌써 세 송이가 졌다 시립묘지에 비석 하나가 또 는 것이다 이번 아이는 정말 딸아이와 한 몸 같은 아이였다 딸아이에게 받은 선물들을 곱게 싸놓고 두 번째 아이에게 배운 방법으로 친구들을 따라갔다 아내는 바람을 사랑했다 때때로 하평언덕에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시인]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딸의 49제 부정하지 않았다 꿈이라 여기지도 않았고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했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칸나의 선연함으로 오는 게 아픔인지라 천국에서 만날 거라는 자위도 하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뒷모습이 닮은 아이 어디선가 들리는 듯한 목소리 체할 때 마다 따 달라던 작은 손 못 본체 하지 않았고 못 들은 체 하지 않았고 지우려 하지도 않았다 우린 늘 함께 한다 아침에 방문을 열면 그 자리에 추모공원엘 가도 그 자리에 만질 수는 없어도 멀리 갔다고 생각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저 헬로키티 인형 밤색 피아노 앙증맞은 운동화 빼빼로 과자 제 손으로 접은 카네이션 사랑한다는 손 편지 진흙에 물이 스미어 늪이 되듯 늪에 물이 차서 호수가 되듯 쓰림의 앙금이 물 밖에서 보이지 않듯 그렇게 기억이라는 구더기가 살 속에서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그를 기다리며 김상아 내가 기다리는 그는 벙거지 모자가 잘 어울리는 사람일 것이다. 모직코트에 겨자 색 조끼를 받쳐 입었으며 낡은 청바지에 갈색 부츠를 신었을 것이다 산골 출신답게 되바라지지 않았으며 책을 사랑하여 그윽한 눈빛을 지녔을 것이다 잔잔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면 바람도 잠시 멈추고 듣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때론 로드 맥퀸의 완성도 높은 음악을 심오한 표정으로 듣기도 하지만 김정호의 “님”을 들으면 눈시울을 적실만큼 아픈 사연도 있는 사람일 것이다 기다렸다오 우리 여기서는 처음이지만 깊은 인연이야 별 몇 개가 사라질 만큼 오랜 것이라오 어디서 왔느냐 어떻게 살았느냐 묻지 않겠지 개울가를 뒤 덮은 하얀 들찔레 모래톱의 벌거숭이 아이들 동그랗게 닳은 조약돌 뒤뜰의 감나무 단풍 눈 내린 달밤의 부엉이 소리 그리고 그리고 음악 그래, 이거면 됐지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딸의 바다 슬픈 사람에게는 피어나는 꽃도 슬픈 법 이제 저 바다를 어찌 보랴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냐, 이미 정신을 잃었을 거야 크레인이 건져 올린 깡통을 따자 꽃망울 다섯 송이가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추웠을까 경찰 위에 검사 검사 위에 기자라더니 어느새 몰려와 사진을 찍고 촬영을 해대느라 단내가 난다 "강릉 해안도로 승용차 바다에 추락 탑승자 10대 다섯 명 전원 사망" 곱기도 했다 아가야 엄마 왔다 엄마다 눈 좀 떠봐 흐느끼는 어미를 어린 딸은 고운 침묵으로 맞았다 눈은 또 돌고래 눈처럼 어찌나 맑던지 "자, 확인절차 끝났습니다. 이제 장례식장으로 가시면 됩니다." 저 놈은 무슨 빽으로 저리도 무심할까 이게 꿈같은 생시인가 생시 같은 꿈 인가 이 꿈이 깨기를 바래야하나 깨지 말기를 바래야하나 꺼이꺼이 우는 녀석 앙앙 우는 계집아이 컥컥 쉰 소리 홀짝 홀짝 코울음 학생 손님만 칠백 명도 넘게 왔대 어린 것이 꽤 잘 살았네 칠백 명이면 뭐 하고 칠천 이면 뭐 하나 잘 살았으면 어떻고 못 살았으면 어떠랴 다 소용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지푸라기 삼아 울음들과 함께 넣어 관 뚜껑을 닫았다 슬픈 사람에게는 빗소리가 오히려 다정한
[우리문화신문=고명주 작가] 하얗게 부서질지라도 파도였다고 바람에 실려 온 파도가 매섭다 멍든 가슴 때리고 또 때린다 때리고 부서지는 포말이 석양에 어린다. 바람에 밀려오는 것은 파도만이 아니다 파도처럼 밀려가는 인생도 들이친다 속절없이 부서지는 젊음도 떠나간다 포말로 남기고간 하얀 유서는 장엄하다 온몸 하얗게 부서질지라도 파도였다고 마지막 포말처럼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더 큰 인생의 파도에 휩쓸렸을지라도 두 눈 감게 하고 저 곳에서 죽더라도 똑바로 서서 거친 파도와 맞서라고
[우리문화신문=고명주 작가] 모르고 틈만 있으면 기어코 기어나오는 너 누군 잡초라 무시하고 밟고 가겠지 너에게도 소중한 세상이 있는 줄 모르고 밟혀도 뽑혀도 그래도 죽지 않는 너 누군 고생만 시키는 몹쓸 거라 하겠지 너에게도 피워야만 하는 삶 있는 줄 모르고 모진 추위 지나가고 또다시 만나게 될 너 누군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손사래 치겠지 너에게는 너를 보고 싶어 다시 피는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