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1993~2000)에서 8년 동안 부통령이었던 엘 고어는 하버드 대학 시절부터 환경운동에 열심이었다. 정치에 투신한 이후에는 환경보호를 위한 입법 활동을 활발히 했다. 1992년에 고어는 《위기에 처한 지구》라는 책을 펴냈는데, 읽어 보니 대학 교재로 써도 좋을 만큼 내용이 충실한 책이었다. 고어는 2000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였는데. 공화당의 조지 부시보다 더 많은 표를 얻고서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했다. 그는 재검표를 요구하라는 유혹을 받았지만 (트럼프와는 달리) 결과에 승복하고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환경운동에 투신하였다. 고어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천 회의 강연을 하면서 환경전도사로서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2006년에 고어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은 12개국 언어로 번역 출판되어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책은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지구와 인류를 어떻게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에 따르면 킬리만자로의 눈은 거의 녹아버렸고,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는 지금도 끊임없이 녹아내리고 있으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의 탈핵운동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였다. 후쿠시마는 작은 도시여서 사고 후에 방사능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반경 30km 이내에 사는 인구가 17만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부산 근처의 고리 원전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반경 30km 이내에 무려 340만 명이 살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만에 하나라도 원전 사고가 나면 부산과 울산을 포함하여 동남권은 몰락하고 이어서 우리나라가 주저앉게 될 것으로 염려된다. 2012년의 대선에서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친원전 정책을 계승하는 박근혜 후보에게 패하였다. 그러다가 2016년 9월 경주에서 진도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였다. 경주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이 지진으로 첨성대가 기울어졌고, 불국사 지붕 기와가 땅에 떨어졌다. 원전이 밀집된 동남권은 더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었다. 주민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지역 주민들의 원전 위험성에 대한 우려와 관심은 높아졌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 종교계에서는 ‘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군국주의 일본을 항복시키고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 원자폭탄과 우리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원자력 발전은 원리가 똑같다. 우라늄이라는 방사성 물질을 붕괴시키면 막대한 양의 열이 나온다. 우라늄을 천천히 붕괴시켜 열을 조금씩 이용하면 원자력 발전이 되고, 빠르게 붕괴시켜 엄청난 열을 한꺼번에 방출시키면 원자폭탄이 된다. 원자력 발전소(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방사능을 방출하므로 위험하다. 방사능은 강력한 전자파로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체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숙제 거리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두 종류로 분류한다. 첫째는 중저준위(中低準位) 폐기물이라고 부르는데, 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약해서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원전 안에서 인부들이 사용한 장갑, 집게, 걸레, 차폐복, 폐필터 등이 중저준위 폐기물로서 방사성 폐기물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정부에서는 경주 근처 지하에 방사능폐기장을 건설하여 2015년부터 중저준위폐기물을 보관하기 시작하였다. 경주 방사능폐기장은 적어도 300년 동안 안전하게 중저준위폐기물을 보관해야 한다. 경주에 방사능폐기장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배출원은 화력발전소다. 전국에 있는 60기의 석탄 화력발전소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28%,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10%를 차지한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가장 먼저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화력발전소를 중단한다면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석탄 화력발전의 대안으로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아래 원전이라고 줄임)이 거론된다.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점점 중요해진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원료가 공짜고, 화력발전의 단점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이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1) 화력발전은 단계적 폐쇄 2) 원전도 단계적 폐쇄 3) 재생에너지는 대폭 확장하는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세 가지 목표 중에서 두 번째인 원전의 단계적 폐쇄에 대해서는 국론이 분열되어 있다. 화력발전을 줄이자는 목표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R. Carson, 1907~1964)은 1962년에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이라는 책을 써서 그때까지 ‘신이 내린 살충제’라는 찬사를 받던 DDT가 생태계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책의 내용은 인간이 식량증산을 위해 DDT 같은 농약을 만들어서 해충을 죽이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충뿐만 아니라 이로운 곤충도 죽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따라 죄 없는 새들도 죽을 것이라는 예언서 같은 내용이었다. 이 책은 미래 어느 날, 산골 마을에 봄이 왔지만 새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나타날 것이라고 암울한 예언을 하였다. <그림1> 《침묵의 봄 (Silent Spring)》 책과 지은이 레이첼 카슨(R. Carson) 카슨이 알기 쉽고 서정적인 문체로 쓴 이 책은 100만 부 이상이 팔리고 전 세계 16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책이 나오자 농약 회사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하여 격렬하게 카슨의 주장을 반박하였다. 그렇지만 당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이 책을 읽고서 1963년에 백악관에 “환경문제를 다루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교수] 2015년 전 세계 195개 나라는 프랑스 파리에 모여 210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900년보다 2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기후변화협약의 장기 목표에 합의했다. 파리 협약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다.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 위기로 불리며,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었다. 지구가 더워지면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킬 것이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에 따르는 피해는 일반인이 일상 생활에서 실감하기 어렵다. 기후변화는 폭염과 가뭄,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자주 일으켜 경제적인 피해를 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기후위기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도덕이나 양심보다는 경제적인 동기에 의해서 변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기후 위기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인류가 적은 투자를 해서,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스턴은 2006년에 낸 <기후변화 경제학에 관한 스턴 보고서&g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조선왕조 시대(1392~1910)는 지구의 기후 역사로 보면 소빙하기(小氷河期)에 속한다. 소빙하기는 중세의 온난기가 끝나고 14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중엽까지 약 5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이 오늘날보다 1~2도 정도 낮아진 시기를 말한다. 소빙하기 기후의 제일 큰 특징은 불안정성이다. 소빙하기가 시작되자마자 기후는 요동치듯 불안정해졌다. 불안정적인 기후 변동은 혹한의 겨울, 몹시 찌는 여름, 극심한 가뭄, 폭우, 그리고 온화한 겨울과 서늘한 여름들이 불규칙적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에 가뭄과 저온 현상으로 식량 생산이 줄어져서 영양실조와 기아가 빈번히 나타났다.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면역력이 저하되어 각종 돌림병이 창궐하였다. 조선 시대는 돌림병의 원인인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알지 못한 시대였다. 사람들은 원인 불명의 돌림병이 돌면 으레 역귀(疫鬼: 질병을 일으키는 귀신)의 소행으로 받아들였다. 민간에서는 무당에게 굿을 청하여 역귀를 쫓아내고 병이 낫기를 바랐다. 병의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병을 증상으로 분류하였다. 피부에 돌기가 발생하여 커지면 두(痘, 천연두)라 하였고, 조그마한 돌기들이 발생하면 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하여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구촌 모든 나라가 이산화탄소의 증가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이다. 지금까지 유럽 국가들은 물론 중국과 일본, 한국을 포함하여 70여 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2월 10일,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흑백영상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200년이나 늦게 시작한 산업화에 비하면, 비교적 동등한 선상에서 출발하는 ‘탄소 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이다... 임기 내에 확고한 탄소중립 사회의 기틀을 다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두 가지 방향의 전략이 필요하다. 하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줄이는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전략이다. 먼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려면 어떠한 방안들이 있을까?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석탄을 태우는 화력발전소를 줄여야 한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 4월 중 우리나라와 OECD국가의 에너지원별 전기 발전 비중은 <그림1>과 같다. 위 그림을 보면 세 가지 사실이 눈에 띈다. 첫째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OECD 국가에 견주어 석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1세기 지구촌의 국가들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다. 기후 위기는 ‘공유지의 비극’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경제학적인 원리가 적용되는 좋은 사례다. 1833년 영국의 경제학자 로이드(W. F. Lloyd)는 목장을 예로 들어 공유지의 비극을 다음과 같이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한 마을이 비옥한 풀밭을 공유하고 있는데 10명의 농부는 각각 10마리의 소를 풀밭에 방목하고 있었다. 100마리의 소들은 충분히 풀을 먹고 잘 자랄 수 있었다. 어느 날 농부1은 소를 한 마리 더 기르면 이익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고, 소 한 마리를 추가로 방목했다. 이제 소는 101마리가 되어 한 마리가 먹을 수 있는 풀의 양이 조금 줄었다. 그러자 농부1은 한 마리를 더 추가하면 자기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모두에게 분배되는 손해보다 크다고 생각하여 한 마리를 더 추가하였다. 그러자 농부2도 같은 생각에서 소를 추가하고, 이어서 10명의 농부 모두 소를 계속해서 추가했다. 시간이 지나자 풀밭은 황폐해졌고 농부들은 더는 소를 기를 수가 없는 비극을 맞게 되었다. 농부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0년 11월 9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있는 ‘반기문 평화랜드’에서 ‘글로벌 청년 기후 챌린지타운 홀 미팅’이 열렸다. (필자 주: 회의 제목에 영어 단어가 무려 5개나 들어간다. 개탄할 현상이다.) 반기문 총장은 강연에서 "인간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심해질수록 전염병은 더욱 창궐하게 될 것이며 기후 위기의 영향은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인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류는 중요한 문명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라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성장 패러다임에서 생태적 공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위주의 생활 방식에서 환경친화적인 생활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경고는 시기적절하며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맞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떨고 있지만 백신이 개발되면 코로나 감염 위기는 머지않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희망하기로는 지금부터 1년 뒤인 2021년 말까지는 전 인류에게 백신이 공급되어 마스크를 벗어버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탓에 초래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