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일수록 순화된 언어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텔레비전을 통해 전달되는 거친 말들은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31일 저녁, 한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강행으로 국회를 파탄 내놓고는 아직도 '잘못한 것 없다'고 뗑깡(땡깡)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빠루(쇠지렛대)”라는 일본말을 써서 구설수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뗑깡’이란 일본말로 시청자들을 발끈하게 만들었다. 뗑깡은 간질을 뜻하는 “전간(癲癇,てんかん, tenkan)”의 일본말이다. 아마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대표는 ‘억지부리다’, ‘생떼부리다, .막무가내다.와 같은 말을 하려고 이 말을 쓴 것 같으나 공당의 대표가 할 말은 아니다. 뗑깡(전간)에 대해 1926년 11월 18일치 동아일보에서는 질알병(지랄병)이라고 쓰고 있다. 내용도 무시무시하다. 장단군에 사는 한 남자가 간질(지랄병)에 여자아이 국부(局部)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웃집 여자아이가 죽어 장사 지내자 몰래 무덤을 파내 국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우리 신문은 어제 “익산 미륵사지 석탑, 정비 끝내 완전한 모습 공개”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1998년 구조안전진단 결과 일제강점기에 덧씌운 콘크리트가 노후화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판단에 따라 1999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체ㆍ수리하기로 결정되었다. 이후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1년부터 본격적인 석탑의 해체조사에 착수하였고, 무려 19년의 대공사 끝에 복원을 마치고 공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가운 기사 뒤엔 감사원이 미륵사지 석탑 복원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해 언론이 이 문제로 한창 시끄럽다. 어제 오늘 올라온 기사들의 제목을 보면 “20년간 복원한 미륵사지 석탑 ‘원형과 다르다’”, “230억 든 미륵사지 석탑 주먹구구 복원… 감사원 ‘설계와 달라’”, “일관성 없이 보수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 “원형과 달리 땜질 복원된 '국보 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 등으로 꾸지람 일색이다. 물론 엄청난 예산을 들여 중요한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을 원칙대로 하지 않고 대충했다면 당연히 꾸지람을 들어야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진단은 물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올해는 3.1만세운동 100돌이 되는 해다. 그래서 온 나라는 곳곳에서 기념행사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은행들도 동참하느라 신문광고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유관순 열사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여러 번 하고 있다. 3.1만세운동의 대표적 애국지사인 유관순 열사를 앞에 내세우는 것이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는 그렇게 드높이고 나머지 여성독립운동가 431명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이런 현상은 개탄해야 할 일이 아닌가? 10년에 걸쳐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책 《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을 완간하고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데 온 힘을 쏟고 있는 이윤옥 시인은 말한다. “그동안 유관순 한 분을 알려왔다면 이제 앞으로 100년은 이름조차도 모르고 있는 다른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기생의 몸으로 만세운동을 이끈 김향화, 임신부임에도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 핏덩이 안고 당당히 광복군에서 항일투쟁을 한 유순희, ‘안사람 의병가’를 만든 여자의병대장 윤희순, ‘남에는 유관순 북에는 동풍신’의 주인공 동풍신 애국지사도독립투사로 이름을 불러주고 드높여야만 한다.” 그렇다. 유관순 열사도
[우리문화신문= 이윤옥기자] 올해 3.1만세운동 100돌을 맞아 국가로부터 독립유공자로 서훈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75명으로 이는 독립유공자 서훈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1949년 포상이 시작된 이래 한꺼번에 75명의 여성이 서훈을 받은 예는 처음인지라 특히 그 의미가 깊다. 이로써 357명(2018.12.31.)의 서훈자였던 여성독립운동가는 모두 432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서훈자 15,511명) 필자가 201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사전>을 만들 때만 해도 여성서훈자는 정확히 299명이어서 300인을 맞추느라 비서훈자인 허은 지사(2018.8.15. 애족장)를 넣었던 것에 견주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올해 3.1절에 여성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은 분 가운데는 안혜순(중국방면, 건국포장), 장성심(중국방면, 건국포장), 민인숙(학생운동, 대통령표창), 윤마리아(학생운동, 대통령표창) , 양애심(국내항일, 대통령표창), 차은애(학생운동, 대통령표창) 등 모두 75명이다. 이번에 서훈을 받은 장성심 (張成心, 1906~1981)지사는 오랫동안 중국과 국내를 넘나들며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최근 언론을 보면 “'도련님' '처남'…양성평등 어긋나는 가족 호칭 개선”이라는 기사가 나와 갑론을박이다. 여성가족부와 국립국어원은 가족 호칭을 정비해 새로운 이름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배우자의 손아래 동기를 기존에 남편 쪽은 ‘도련님, 아가씨’라며 존칭을 쓰지만, 아내 쪽은 ‘처남, 처제’로 낮춰 불러 문제라는 것이다. 과연 여성가족부와 국립국어원의 얘기가 맞을까? 사실 이 차이는 존칭과 낮춤말 문제가 아니다. 도련님이야 존칭의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가씨는 국어사전의 “예전에, 미혼의 양반집 딸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던 말”이란 풀이와는 달리 요즈음엔 미혼 여성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또 처남, 처제에 무슨 낮춤의 의미가 들었다고 억지를 부리는가? 분명히 말하자면 “도련님, 아가씨”와 “처남, 처제” 사이는 토박이말과 한자말이라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한자말인 처남, 처제를 좋은 토박이말로 바꿔 부르게 하면되는 것이다. 그 일은 국립국어원에서 할 일인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이것이 여성가족부가 발견한 엄청난 일인양발표하고 언론들은 이에 춤추는 것을 보면여성가족부가 할 일이 정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세계 으뜸 글자라는 “한글”, 이 한글이 반포된 날인 한글날을 온 나라가 기뻐하고 축하하는 일이야 물론 마땅하다. 지난 9일 제572돌 한글날에 광화문광장, 청계천광장, 서울시민청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잔치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행사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멀리 진주에서 한글날 행사를 보기 위해 올라온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선생과 함께 돌아본 이날 세 곳의 잔치는 기획이나 진행 모두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했다. 시민이나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하는 잔치이고 관은 뒷전에서 지원하는 모양새 같았으나 제대로된 기획이라고 볼 수 있는 행사는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몰려 각 부스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진행하는 관계자들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슨 말인지 모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이름을 붙인 한 부스는 행사가 시작된지 몇 시간이나 지난 뒤에 진행자들이 체험용 도구 사용 설명을 듣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였고,또 어떤 부스는 진행자가 1시부터 체험을 시작한다고 말했지만 1시가 훨씬 지나서도 진행은 커녕 체험 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한 부스는 아이들이 한글에 그저 색연필로 색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평소 국가보훈처 기록을 자주 찾아보는 사람으로서 늘 이곳의 기록이 마음에 걸리던 차 오늘 572돌 한글날을 맞아 한번 지적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국가보훈처 누리집(http://e-gonghun.mpva.go.kr)에 들어가면 <공훈전자사료관>이 있고 거기서 <독립유공자 정보> 속으로 들어가면 <독립유공자 공적조서> 라는 곳이 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곳에 들어가 자기가 찾고 싶은 독립운동가 이름을 넣으면 이른바 ‘간단한 공적’이 나온다. 오늘 짚어보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굳이 어려운 한자로 공적을 써야 하나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글 표기지만 ‘만세를 고창하다’와 같은 일본말을 그대로 써야하는가 하는 점이다. 먼저 검색란에 ‘김구’를 넣으면 다음과 같은 표기가 보인다. 공적 내용 가운데 1번의 경우, “18歲에 東學黨에 가입하여 海州東學軍의 선봉이 되었으니 당시 이름은 金昌洙였음”을 우리말로 고치면, → “18살에 동학당에 들어가 해주동학군에 앞장섰으며 그때 이름은 김창수(金昌洙)였음”으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적 설명 가운데 ‘피체되다는 붙잡히다’로, ‘폭탄투척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은 누리집 인사말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을 실현하기 위하여 문화, 예술, 체육, 관광, 콘텐츠, 종교, 미디어, 홍보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또 “일상의 삶에서 문화를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정책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여 나가겠습니다.”라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 가운데 <문화광장>을 보면 과연 이 말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문화예술공연>을 소개하는 마당에 들어가면 맨 처음 세 개 꼭지가 소개되는데 처음이 2018년 1월 15일 시작하여 2019년 2월 1일까지 열리는 연극 “더하우스”가 있고, 이어서 2018년 9월 7일 시작하여 9월 21일까지 열리는 전시 “안양, 오늘의 온도”, 2018년 7월 13일부터 9월 16일까지 열린 전시 “제나할러웨이-워터베이비전”가 보입니다. 그런데 하나 같이 개막한 지 한참 지났거나 이미 끝나기 직전인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문화예술공연을 대표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것들이 머리에 소개된 것입니다. 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 JTBC-TV 아침 뉴스에서 한 기자는 “땅이 꺼지는 지반침하 현상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땅꺼짐 현상이 생겼습니다.”라고 하면 될 것이었습니다. 굳이 “지반침하”라는 한자말을 쓰려는 잘난 채가 아니면 쓸 까닭이 없는 말이 아닐까요? 언론에서는 이 “땅꺼짐”을 “지반침하”를 넘어 “씽크홀(Sinkhole)”이란 영어까지 씁니다. 여기서 “Sinkhole”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석회암 대지(臺地)의 우묵 팬 땅”이라 설명해놨습니다. 그런데 지금 뉴스에 나오는 현상들이 모두 석회암 땅만은 아닐 것입니다. 또 “지반침하(地盤沈下)”는 국어사전에서 “지반이 서서히 내려앉는 현상”라고 풀이합니다. 이에 반해 “땅꺼짐”은 국어사전에는 없고, <오픈사전(독자가 직접 단어를 정의하고 풀이하며 설명할 수 있게 해둔 사전)>에만 “‘땅꺼짐’은 ‘싱크홀(Sinkhole)’의 순화어다. 이와 비슷한 외래어인 ‘돌리네’(Dolineㆍ독일어에서 흘러든 낱말)‘와 ’함몰 구멍"(陷沒-)도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치고 “땀꺼짐”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있을까요? 또 ‘땅꺼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오늘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속박에서 벗어나 해방이 된 광복절 제73돌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광복절 행사를 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야 마땅한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요 며칠 뉴스를 도배하는 것은 태극기와 관련된 행사 일색이다. 얼핏 검색을 해보아도 “인천 계양구, 태극기 나눠주기 행사 성료”, “진천군, 광복절 맞이 나라사랑 태극기달기 운동 추진”, “광양시, 제73주년 광복절 태극기 게양으로 나라사랑 실천”, “제주시, 제73주년 광복절맞이 태극기 달기 캠페인 행사 전개”, “남해군, 광복절 태극기 달기 운동” 같은 뉴스 제목을 쉽게 볼 수 있다.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거의 같은 것으로 차별화된 좀 더 의미 있는 행사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달고 기뻐하는 일이야 당연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지자체가 한결같이 태극기 관련 행사에 머문다는 것은 광복절을 맞기 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피와 땀이 서려 있음을 잊은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닐까?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독립운동가들은 목숨을 내놓고 싸웠다. 김향화, 변매화, 문재민, 옥운경 등 온 나라 수많은 기생들도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