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4월 23일 어제는 세계 책의 날이었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스페인의 소설가 세르반테스 등 두 문호가 세상을 뜬 날을 기리는 것이라고 한다. 영국이나 스페인에서는 대대적인 책 축제가 이어진다. 단 하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책방이나 노점상이 많은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유럽 각국에서 몰려와 책을 보고 사고 책에 대해 말하고 책을 사랑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날을 전후해 많은 행사를 열었다. 성황을 이룬 곳도 많았다. 다만 그들처럼 모두의 축제 느낌은 없었다. 책의 날을 맞아 나도 책을 생각헤보았다. 언젠가 《책바다 헤엄치기》란 제목으로 책을 찾아다니고 읽은 이야기를 책으로 낸 적도 있지만 그동안 이사 다니면서 조금 정리를 하고도 집안 서재에 책들이 많이 있다. 이 책들은 비좁은 서재의 책꽂이에 이중으로 넣어져 있어 이제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책을 내가 어떻게 사서 얼마나 보았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이 집에서 몇 년 동안 나하고 동거하고 있다. 물론 또 읽고 싶은 책들이 생기니 더 사들이기도 한다. 점점 바닥에도 쌓이고 있다. 이 책들이 언제까지나 나하고 같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민속학자] 무송(舞松) 박병천(朴秉千, 1933∼2007)은 전라남도 진도 세습무가 자손으로 태어나 74살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다. 박병천의 종조부 박종기는 대금산조 창시자이며 당숙 박만준은 피리 명인이었고 어머니 김소심과 고모 박선내는 당대 으뜸 세습무였다. 무속 집안을 배경으로 태어난 박병천은 어려서부터 가문 전통에 따라 어정판(굿판)을 따라다니며 소리를 배우고 춤과 장단을 익혔다. 악기와 재담은 물론이고 놀이와 향토문화를 배경으로 전승된 갖가지 민속예술을 두루 접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일곱 살 때부터는 마을 농악대에서 무동 역할을 맡아 마을공동체 연희와 놀이를 습득하였고, 18살 때부터는 명인 박동준에게 가야금을 배웠으며, 명인 양태옥에게서는 진도 북놀이를 익혀 국악인으로서 소양을 터득했다. 30대에 명무 이매방에게도 전통춤을 학습하여 무대 춤이 갖는 예술적 깊이와 값어치를 간파하였다. 20세기를 맞이한 한국 사회는 전래한 민족문화와 들어온 외래문화의 대립과 공존 속에서 서로 간 갈등을 겪으며 융합되기도 하고 동화되기도 하였다. 유입된 것에 적응 또는 대응할 수 없는 전래의 것은 자리를 내주어 소멸의 길로 들어서는 사례가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옛사람들은 각종 자연현상을 관찰하며 그 들이 “생기고 머물고 변하고 없어짐”을 음기(陰氣)와 양기(陽氣)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음기ㆍ양기와 음ㆍ양이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자. 일과 에너지 명리학은 기를 에너지로 이해하고 있다. 에너지란 무엇인가? 에너지는 화학적 개념에 가깝지만, 그 뿌리는 물리학에 있다. 물리학은 고전, 근대, 현대로 이행되면서 하나의 물리적 사건을 한층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에너지와 일의 관계이다. 우선 일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서구에선 주로 말의 힘으로 일을 해왔다. 18세기 초 뉴턴은 말이 하는 일의 크기는 말이 내는 힘과 그 힘으로 물체가 이동한 거리의 단순 곱임을 밝혀낸다. 이를 수식화하면 일=힘x 이동거리가 되며 이것이 뉴턴 역학의 기본 법칙이다. 이제 에너지에 대해 알아보자. 예를 들어, 석탄을 태우면 열에너지가 발생하며 이것으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얻고, 수증기의 활력이 피스톤을 움직이면 피스톤의 운동이 쇠바퀴를 돌려서 말보다 몇백 배 강력한 철마가 달리는 일을 하게 한다. 이 과정을 풀어 쓰면 1. 석탄을 태우면 석탄에 내재 되어 있던 화학적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귀신들린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귀신’은 우리가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하는, 두렵지만 알고 싶은 그 무엇이다. 인간의 본능에는 신비로운 현상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엄격히 기록으로 남겨진 ‘정사(正史)’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야사(野史)’가 더 흥미롭기도 하다. 소설가 이병주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라는 문장을 남겼다. 출판기획자 겸 여행작가인 지은이 유동후가 쓴 《귀신들린 책》은 달빛에 물든 설화다. 민담과 야사에서 선뜻 믿을 수 없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려 뽑아 우리 전통문화의 깊은 뿌리를 보여준다. 제1장에서는 아랑 전설, 죽어서 뱀이 된 비구니 등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제2장에서는 황소로 둔갑한 도승과 오백나한, 화랑으로 현신한 미륵불, 무심천에 나타난 일곱 부처님 등 절의 연기설화를 담았다. 제3장에서는 무학대사와 간월도 설화, 백제왕과 천안 위례산 건설 등 온 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명 관련 설화를 보여준다. 제4장에서는 야광주에 얽힌 사내 이야기, 연개소문전, 전우치전 등 서사성이 뛰어난 이야기를 수록했다. 그 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아마 민주당이 공천만 제대로 했다면 야당이 200석을 넘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심은 분명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는데, 대통령이 바뀔까요? 대통령의 그동안 행태로 보아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이 대부분 정치평론가들 얘기인 것 같더군요. 총선을 앞두고 일부 법조인 후보들이 변호사 시절 흉악범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사퇴한 후보도 있었고요. 대한민국 헌법에는 누구든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많은 국민이 이 기본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닌데… 제가 13년 전에도 이 문제로 법률신문에 <악인은 변호 받을 권리가 없는가?>라는 칼럼을 썼었는데, 지금도 그 분위기는 전혀 바뀐 것이 없군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아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제가 13년 전에 쓴 글 <악인은 변호 받을 권리가 없는가?>를 보내드립니다. ================================================ 악인은 변호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유럽 한 기자가 한국인에 대한 평가입니다. 세 가지에 미쳐 있고 한 가지가 없으며 한 가지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스마트폰, 공짜 돈, 트로트에 미쳐 있고, 생각은 없으며, 거짓말만 존재한다는 다소 냉소적인 이야기입니다. 물론 한 개인적인 의견에 동조하거나 동의할 뜻은 전혀 없습니다. 그도 대한민국 일부분만 보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시각도 존재한다고 하는 타산지석의 느낌으로 내용을 인지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우민정책(愚民政策)이라는 말이 회자한 적이 있습니다. 백성들을 어리석게 만들어서 통치를 쉽게 만드는 정책을 의미하지요. 독재자나 전제주의가 식자층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된 뒤에 지식인을 추방하거나 제거한 까닭이기도 하지요. 피통치자가 생각하는 순간부터 전권을 휘두르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로마는 빵과 서커스를 제공해서 대중을 통제했습니다. 먹을 것과 즐길 것을 제공하면서 대중의 시각을 딴 데로 돌리는 것이지요.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려면 대중에게 낮은 질의 교육을 제공하면 됩니다. 오늘날도 스포츠와 종교, 텔레비전과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영국시인 T.S. 엘리엇의 표현이 다시 생각난다. 원뜻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지만 적어도 겨울 동안 죽어있던 땅에서 봄기운을 받아 무언가 꿈틀거리고 나오는 그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것을 잔인하다고 했다는 것인데 잔인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Cruel'은 '잔혹한', '잔인한'이라는 뜻 말고도 '고통스러운', '괴로운'이란 뜻도 있는 것을 보면 사실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보다는 '고통스러운 달'이라 해석하는 것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이달이 청명 한식이란 절기를 맞아 저세상으로 가신 분들을 묘소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는 달이기에, 돌아가신 분들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하며 삶과 죽음과 그 후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기에 그렇다. 얼마 전 장인 장모님이 누워계신 근교 공원묘지를 찾았는데 입구에서 한 예술가의 추모공간을 접하게 되었다. 그분은 생전에 화가로서 금관문화훈장을 받는 등 공적을 인정받은 분인데 공원에서 가장 좋은 자리 상당히 넓은 면적에 예술적으로도 멋지게 조성해 놓았다. 묘지도 이제 매장의 의미보다도 추모의 성격이 더 살아나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 아름답고 똑똑하고 용감한 그 여인한테 공민왕은 첫눈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원나라의 보탑실리 공주. 안타깝게도 공민왕은 고려를 침략한 철천지원수, 원나라의 공주를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공민왕과 노국공주. 이들은 부부였다. 그것도 금슬이 아주 좋은 부부. 둘의 사랑은 무척 강력해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다. 둘의 사랑이 없었다면 고려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공민왕이 오랫동안 선정을 베풀고 조선의 탄생은 영영 없었을 수도 있다. 이 책, 권기경ㆍ고정순의 《칠백 년을 함께한 사랑 –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우리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인 두 사람의 사랑을 다정한 문체로 들려준다. ‘역사스페셜 작가들이 쓴 이야기 한국사’답게 정보와 재미를 둘 다 잡은 책이다. 둘은 공민왕이 원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던 때에 혼인했다. 충숙왕의 둘째 왕자, 공민왕은 십 년이 넘게 연경에 볼모로 잡혀 있던 차에 원수의 나라인 몽골 공주와 혼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원 황실의 부마가 되면 고려의 왕이 될 수 있었기에 혼인 제안을 받아들였다. 언제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잠시 국내에 들어와 있던 동생이 출국하면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며 나에게 영문소설을 하나 주고 갔다. 리사 시(Lisa See)라는 미국 여류작가가 올 3월에 펴낸 《The Island of Sea Women》라는 소설이다. 동생 덕분에 정말 오래간만에 영어 원어로 된 소설을 읽어본다. 처음에는 의무감에 읽기 시작하였으나, 곧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소설은 영숙과 그녀의 친자매 같았던 친구 미자라는 해녀를 중심으로 1938년부터 2008년까지 제주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의 삶을 그린 것인데, 소설을 통하여 제주 해녀들의 삶과 애환, 슬픔 등이 피부에 와 닿도록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설 속에는 제주의 풍토, 민속 신앙, 역사 등 제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하여 나는 작가가 당연히 한국계 미국인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백인 여자다! 비록 증조부의 중국인 피가 조금 섞여 있긴 하지만, 외모는 완전 백인 여자다. 어떻게 백인 여자가 제주를 우리보다 더 잘 알 수 있단 말인가! 리사는 어느 잡지에 실린 제주 해녀의 사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언젠가 제주 해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내와의 냉전은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아가씨와 전화한 이후 김 교수는 왠지 즐거워졌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되었다. 기다리던 금요일 오후가 되니 김 교수는 아가씨를 만날 생각에 사로잡혀 가벼운 흥분 상태가 되었다. 호텔에서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이후 처음인 것이다. 젊은 아가씨였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이란 지금부터 20년 전 까마득한 과거 일이다. 그때 청년이었던 김 교수는 가슴이 뛰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제는 아내가 된 아가씨와 함께 다방에 가고 음악 감상실에 가고 고궁에도 갔었다. 아아, 인생은 무상하구나. 무심한 세월은 흐르고 또 흘러갔다. 그렇게도 곱던 아가씨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아내의 눈가에는 이제 주름살이 생겼다. 내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아가씨는 중년의 아줌마로 변하였다. 당신만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던 아가씨는 20년이 지나자, 변하였다. 이제는 고3 아들의 수능시험 성적 1점이 직장 생활에 시달리는 남편보다 더욱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는 아줌마가 되었다. 냉전 중인 아내는 오늘 자기가 집에 늦게 들어가더라도 아무 말도 안 할 것이 뻔하다. 언제부터인지 남편은 아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