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세계적으로 미술적 권위를 지닌 영국 테이트(Tate) 2015년도 수집(컬렉션)에 국내 작가로서는 유일하게 학고재갤러리 전속작가 윤석남이 뽑혔다. 윤석남은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화가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녀는 여성주의 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평등사회를 향한 페미니즘을 목표를 실천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1985년 활발하게 활동했던 민중미술조직 중 하나였던 ‘시월모임’의 회원이었던 윤석남은 생활과 유리된 서양의 영향을 추종하는 미술에 반대하였다. ‘시월모임’의 여성 화가들은 한국전쟁과 남북북단의 한국현대사 속에서 가혹한 길을 걸어온 여성들과 그 삶에 초점을 맞추며 작품활동을 하였다.
작가는 특히 어머니의 모성과 강인함,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안한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작업들을 통해 억눌려 지내온 모든 여성들을 복권시키고 스스로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그녀의 작품에 그려진 여성들의 얼굴 표정과 나이는 각각 다르다. 뚜렷한 눈매와 강한 시선 처리 역시 거리감을 보완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나무의 표면을 다듬고 파내어, 거칠고 투박한 몸과 얼굴에 삶의 흔적을 배어나게 하고 독특한 질감을 살려내는 제작 과정 자체가 작가에게는 여성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번 테이트 수집에서 소장한 ‘금지구역I'은 작가의 대상인 자신과 역사 속 여성들을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격렬하고 고통스럽고 그로테스크한(각종 모티브를 곡선모양으로 연결해 복잡하게 구성한 서양 작식의 하나) 형상으로 나타낸다. 자아와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생기는 치열한 갈등과 모순들은 의자, 무쇠 갈고리, 소파 등의 동기로 해석된다.
▲ 윤석남, 금지구역 I, 1995, Mixed Media, Variable in Size
그 가운데서도 작가가 주목한 기물은 의자다. 1995년대 작품들부터 등장하는 이 의자는 바로크풍을 모방해 당시 한국에서 한창 유행했던 서양식 의자다. 중충적 의미를 지닌 의자는 한국 특유 정서를 지닌 가정이란 공간에 심어진 서구 문화의 표상으로서 근대화 과정의 문화적 혼성의 기표이자 사적 공간에 놓임으로서 그곳에 기거하는 여성들과 대조를 이루며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물건을 통한 서구 근대에 대한 욕망이 투사된다.
’금지구역I'에서는 안과 밖의 경계를 위태롭게 지탱하는 현실과 욕망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결국 의자는 민족정신의 은유가 덮어버린 여성의 욕망과 근대화의 물질적 가치가 충돌하는 기호로 작용한다.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그녀는 40대에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그래픽 센터와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공부를 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여성작가로는 처음으로 이중섭미술상 수상작가로 선정되었고,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이어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특별전과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였다.
2015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김세중 조각상을 수상하였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후쿠오카미술관 (후쿠오카, 일본), 타이페이 미술관 (타이페이), 금호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리움삼성미술관 등 다수의 주요 미술기관에 이어 테이트 (영국)에도 소장되어 있다.
테이트(Tate)는 한 나라의 미술 위상을 바꿀 수 있고 더 나아가 국제 미술의 흐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 모범 사례다. 1897년 헨리 테이트 경 (Sir Henry Tate)에 의해 설립된 테이트는 100여 년 동안 영국 국립 미술관의 역할을 해왔으며, 지난 2000년도에는 테이트 브리튼 (Tate Britain)과 테이트 모던 (Tate Modern)으로 분리가 되었다. 테이트 모던은 테이트 리버풀 (Tate Liverpool, 1988년 설립)과 테이트 세인트 이브스 (Tate StIves, 1993년 설립)에 이어 영국의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완결 지으면서 프로젝트의 가장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가 되었다.
테이트의 성격 그리고 규모 측면에서의 중축은 추후에 갤러리의 역사뿐만 아니라 영국 미술계의 역사에도 중요한 전환과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테이트는 20세기 초부터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의식하며 영국 미술을 넘어 국제 현대미술 컬렉션을 시작하였다. 현재 테이트컬렉션은 예술에 대한 대중의 상식, 이해, 그리고 공감대를 증폭하고자 16세기 영국 미술부터 20세기 현대 그리고 근현대 미술 작품을 모든 미술 매체를 넘나들며 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