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지성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 등록 2018.01.20 11: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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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의 아침시평 28]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네 삶을 이루는 근간은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옳은 말을 하면 무조건 믿고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옳을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될 때

그 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도 그렇게 안 살면서 왜 나한테는 맨날 뭐라고 해?"

사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런 느낌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면

부모는 부모로서의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산 아래서 화전을 일구시던 아버지는

화전정리령이 떨어지자 비탈에 유실수를 심습니다.

팔자에 없는 과수원을 하게 된 까닭이지요.

 

여름이 되면 과일을 수확하게 됩니다.

마당 가득 수북이 복숭아를 쌓아놓고 굵기에 따른 선별작업을 하지요.

그 때만해도 종이 박스가 없어 판자를 대어 만든 상자에 담는데

눈대중으로 크기를 선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포장은 별로 때깔이 좋지 않은 것을 아래다 깔고

보기 좋고 잘 익어 먹음직스런 것을 위에 올려 마무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자담기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런 것을 경계하셨습니다.

오늘만 거래하고 말 상대가 아닌데 얕은 꼼수를 쓰면 안 된다고

가급적 아래 담기는 것이나 위에 올리는 것의 차이를 두지 말고 상자에 담으라고.....

 

100마디 말보다 묵묵히 실천하시는 그 모습에서 남을 속이지 말고

살라는 교훈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땅을 파고 모종을 심고 김을 매고.. 농사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냥 묵묵히 앞서 일을 하실 뿐이었지요.

 

그 실천적 삶의 모습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우린 지적이고 우아한 지성을 가진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행동하는 지성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실천궁행(實踐躬行)이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행동하는 지성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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