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고대하다가도 문득

  • 등록 2020.05.13 11: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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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잎 클로버를 연인에게 주는 행복에 만족하자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46]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친구가 복권을 산다고 하기에 옆에 서 있다가 나도 모르게 2천원을 꺼내어 그 친구보고 사달라고 했다. 나는 복권에 당첨되는 그런 행운은 없는 사람이기에, 평소 돈을 잘 만지고 돈도 잘 버는 친구의 손기운을 받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왜 이럴까? 무엇때문에 되지도 않을 일을 기대하고 있는가? 당첨이 되어 일확천금을 하면 그것을 감당이나 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왜 복권에 손을 대는가? ​

 

한 참 전에 휴일 아침에 집 근처 숲속을 산책하던 적이 있었다.​

 

한 시간 남짓 걸었기에 허리가 조금 아파서 허리도 펼 겸 잠시 길옆에 주저앉아 눈에 띄는 클로버 덤불 속을 눈으로 훑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있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네 개의 잎이 달린 클로버가 있었다. 하나를 찾아서 집사람에게 주니 집사람도 자기도 찾았다며 즐거워한다. 다시 보니 그 옆에 또 있었다. 그 옆에도 또. 이런 추세라면 더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거기서 그만하자고 제의했다. 우리 식구가 4명인데 더 찾아서 무엇하랴. ‘행운의 네 잎 클로버도 너무 많으면 행운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었다.

 

 

프로 바둑기사가운데 묘수를 잘 두는 분이 있었다. 과거 7단인가, 8단인가 하던 시절에 보면, 늘 어려운 형편에서 묘수를 잘 찾아내기로 유명하시다. 그런데 그 분의 프로기사로서의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주위에서의 얘기는 묘수라는 것은 형편이 어려울 때, 상황이 어려울 때에 타개책으로 나오는 것인 만큼 그만큼 바둑이 잘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방증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곧 바둑이 어려우니까 상대적으로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묘수도 일종의 행운의 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로또에 대한 열풍이 광풍으로 바뀌어 분지가 오래되었다. 토요일에 있은 로또 추첨에서는 20억이 넘는 돈을 받는 우승자들이 복수로 나온다. 어떨 때는 수백억이 넘는 큰돈을 받는 때도 있었다. 얼마나 큰 돈인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그런 큰 상금도 일생에서 보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는데, 그 행운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늘 따라다닌다.

 

로또 초창기에 400억인가를 받은 한 경찰은 잠적을 해서 지금까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를 모르는데 나름대로 십일조에 해당하는 30몇 억을 주위의 동료와 후배들을 위해 내놓기는 했지만, 그분은 완전히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셨다. 큰 돈이 갑자기 생기면 지금까지 살고 있던 밝은 세상을 뒤로 하고 어두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이 같은 로또행운의 가장 큰 그림자다.

 

 

 

행운이란 무엇인가?

 

정말로 가장 좋은 행운은 그것을 행운으로 여길 정도로 조그맣고 알찬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너무 큰 행운은 인생의 큰 짐이자 시험이며 때로는 횡액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 주택복권처럼 상금의 규모가 몇 억 차원에서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한꺼번에 몇 백억씩 타가는 로또복금은 그 자신으로 보나 사회적으로 보나 받는 사람들에게는 기쁨이겠지만 어찌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전에 잠깐 영국에 머물렀을 때 그곳에도 로또를 실시했지만, 일등 상금이 10~20억 정도에 머물었는데, 그것은 그만큼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물가 수준을 보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한 번만 복금이 이월되면 수백억으로 뛰는데 그것은 전국에서 그만큼 복권에 대한 광풍이 세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네 잎 클로버를 찾아서 연인에게 주는, 정말 조그만 행운을 찾고도 기뻐하는 수준에서 살아왔던 우리들에게 로또는 너무 크고 지나친 행운이기에 그것은 행운이 아니라 일종의 횡액이자 재앙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생긴다. 로또 같은 것에 당첨되면 흔히 돈벼락을 맞았다고 하는데 벼락이란 말에는 횡액이라는 뜻도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던가? 최근에 부쩍 당첨자들의 그 이후 가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매주 생기는 수십억짜리 커다란 행운의 주인공들이 모두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 지나친 행운이 부럽지 않은 이유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추신) 그러나 주말이 지나고 지갑 속에 넣어두었던 복권을 꺼내어 번호를 맞추어 본 이후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쓰레기통 속으로 뭔가를 던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누가 뭐래. 어휴! 그런데 이때 1등 복금이 20억 원에 달하는 당첨자가 10명이 넘게 나왔단다. 다들 어떻게 되실지 축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걱정이다.

 

이동식 인문탐험가 sunonthe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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