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도 끝났으니 뭐하지?

2022.03.23 12:17:05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위로하고 즐기고 놀 수 있으면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40]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5년 동안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마침내 끝났다. 지난해부터 그리 신경을 쓰게 만든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니 허탈해진 국민이 많을 것이다. 갑자기 우리들의 관심을 끌 일들이 없어진 것 같다. 당선자가 청와대에 들어가니 마니 하는 문제로 시끄러워졌지만, 그거야 우리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며칠 전 화이트데이라는 게 있기는 했지만 이 문제도 연애하는 젊은이들 아니면 굳이 남과 여 사이에 누가 선물을 누구에게 하니 안 하니 하는 문제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달 3월은 같이 축하하거나 기념할 날이 이제는 없는 것 같다.

 

선거가 있던 날 투표를 하고 나서 심심하기도 해서 미국에 눈을 돌려보았더니 3월 9일 ‘무슨 무슨 날’이라고 부르는 것이 7개가 있고 ‘무슨 무슨 주간’이라고 하는 것은 16개나 있는 게 아닌가?​

 

무슨 말인가 하면 미국에서 3월 9일은

미트볼의 날(National Meatball Day)이고,

바비인형의 날(National Barbie Day)이고,

등록영양사의 날(National Registered Dietitian Nutritionist Day)이다.

또 게살의 날(National Crab Meat Day)이고,

의치(義齒)의 날(National False Teeth Day)이고,

극복의 날(National Get Over It Day)이며,

공포추방의 날(Panic Day)이었다.

 

미트볼의 날은 아주 옛날 중국과 로마에서 시작된 동그란 고기뭉침요리가 어떻게 현대인들의 식탁에 올라왔는지를 더듬으며 이 요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생각하자는 날이고, 바비인형의 날은 지난 60여 년 동안 미국인과 세계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준 바비인형을 생각하는 날이다.

 

등록영양사의 날은 병원에서건 공공시설에서건 사람들의 건강한 식탁을 책임져주는 영양사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격려해주는 날이다. 게살의 날은 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맛은 으뜸으로 치는 게살을 많이 먹자는 날이고, 의치의 날은 니콜라스 케이지나 셀린 디온 같은 유명인들이 왜 의치를 하는지, 건강한 치아의 중요성을 생각하자는 날이다.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유난히 많은 공포나 좌절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그 해법을 찾자는 날도 3월 9일이다.​

 

그 외에 3월 9일이 낀 그 한 주는​

 

발 주간(Feet Week),

이제 그만 주간(No More Week),

공사판의 여성 주간(Women in Construction Week),

학교 아침급식 주간(School Breakfast Week),

빌린 책 돌려주는 주간(Return Borrowed Books Week)이며,

전자책을 읽는 주간(Read an E-Book Week)이며,

학교의 사회적 봉사 주간(National School Social Work Week),

치과의 보조원 인식 주간(Dental Assistant Recognition Week)이며,

지하수 알기 주간(National Groundwater Awareness Week),

소비자 보호주간(National Consumer Protection Week)이고

세계 고아주간(World Orphan Week)이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날이나 주간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몸의 기관이나 음식, 조리법, 아울러 이들 관련인이나 협회, 단체, 혹은 직능인들의 수고로움을 기억하고 그들을 격려하고 함께 정을 나누며 더 좋은 사회를 이끄는 노력을 함께 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3월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같이 기리는 행사는, 대통령 선거를 별도로 치고, 화이트데이 밖에는 없다고 본다면(있어도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우리는 덤덤하게 봄을 맞이하는데 견줘 미국인들은 훨씬 많은 것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애를 쓴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국 사회는 정이 없고 메마른 사회여서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 총기 사고 같은 것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이런 기념일을 기리는 행사를 통해서 보면 어쩌면 미국이란 사회는 우리보다는 더 다양하고 다정하고 다채로운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미국인들은 이런 기념일에 주위의 관련된 분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편지, 선물 등을 보내며 그들의 노고를 위로해 주곤 한다,

 

 

 

다음 주말로 가면 곧 만우절이 있다. 만우절이라고 번역을 해서 사용하는 관계로, 거짓말을 해도 되는 날로 알고, 때로는 장난이라며 썰렁한 농담을 하거나 공연히 엉뚱한 신고를 하는 이날 4월 1일 미국에서는 만우절(April Fools Day)이라고 하지만 또 재미보는 날(Fun Day)이라고도 한다. 이런 기념일을 소개하는 미국의 사이트에서 보면 이날만은 온전히 재미(fun)에 몰입하는 날이란다. 조였던 나사를 풀듯 긴장을 풀고 꽉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 약간은 익살스럽고 바보스러운 행동도 함으로써 삶의 무게를 낮추고 활기를 되찾는 날이란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만우절과 비슷한 개념에다가 좀 더 실생활에서 즐긴다는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겠다. 또 기관이나 조직에서 사람들에게 선물 또는 상품권을 주기도 한단다. 4월 1일은 또 걸어서 일터로 가는 날(Walk to work Day)이고, 컵케익을 만들며 시인과 시 작품을 배우는 날(Poet in a Cupcake Day)이고, 1센트의 가치를 생각해보는 날(National One Cent Day)이며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의 소중한 습관을 키워주자는 책 읽기가 즐거운 날(Reading Is Funny Day)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루에도 최소 5개 이상의 각종 기념일이 망라되어 있어, 그 의미를 생각하고 각자 또는 함께 즐기고 나누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렇게 하면 너무 앞서가는 현대문명 속에서 점점 조그만 파편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나름 삶의 무게를 덜고 힘을 얻어 나날을 각자 또는 함께 보람있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도 나름으로 기념일이 있지만, 그것이 특정 분야 사람들만의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사회처럼 이런 날이 더욱 넓게 공유되면 나의 삶이 우리의 삶이 되고, 어쩌면 단조로운 우리의 삶이 더욱 다채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들어 오늘까지 우리는 선거에 너무 정신을 빼앗겼고,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과장된, 지나친 약속도 하는 것을 많이 참으며 보아왔는데, 그들이 진정으로 우리들의 삶의 구석구석까지를 보듬어주는 정책은 거의 내세우지 못한 것이 현실 아닌가? 그걸 국가지도자들이 챙겨야 한다고 하는 것은 좀 그런 만큼 우리들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의미를 찾고 함께 위로하고 즐기고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떤가? 그런 사회로 가도록 우리가 더 지혜를 짜고 목소리도 내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사족>

아 그런데 3월 20일이 UN이 정한 행복의 날이라네요. 다들 말씀을 안 하시고 알려주지도 않아서 모르고 있었는데 시인이신 경동대학교 이만식 교수님이 이런 제안을 하시네요​

 

우리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합니다. 난세에는 무사한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지만, 일상에서는 마음이 평안한지를 묻는 친교 언어입니다. 평안,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편안한 마음입니다. 이 상태가 바로 행복입니다. 그러므로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것은 행복하세요? 라고 묻는 것입니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강조했던 <행복의 신화>의 저자인 소냐 류보머스키는 행복은 재생된다라고 봤습니다. '그때보다 좋아졌죠.' 하는 사람은 행복, '그때가 좋았죠.'라고 하는 사람은 불행의 인자를 보유하고 있어 대조된다 했습니다. 그리고 한두 번의 큰 행복보다 여러 번의 작은 행복이 있는 사람, 1번의 부정성에 3~5번의 긍정성을 지니면 행복감을 지닌다 했습니다. 또 인생의 후반부에 행복은 몰려온다 했으니 삶의 종말까지 누려야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세요!"라는 말과 동의어인 만큼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행복을 퍼뜨리자는 제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동식 인문탐험가 ld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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