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신화 다시 쓰는 '해외이민사' 전시

2022.10.07 12:10:55

한국이민사박물관서, 이민120주년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 전 개막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늘 한민족 해외 이민 120주년을 맞아 축사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쓰라린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딛고 일어났을 뿐 아니라 6.25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조국의 모습이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훌륭한 이민사박물관을 통해 세계 여러나라로 뻗어나간 선조들의 고난에 찬 역사를 기억함으로써 앞으로 우리민족이 그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랍니다.”

 

 

 

이는 어제(6일), 인천 월미도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열린 ‘한민족 공식 이민 120주년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 (이하 ‘이민 120주년 전’) 개막식에서 축사를 한 해리 김 (전 하와이 카운티시장 3선 역임) 선생의 축사 가운데 일부다.

 

어제 오후 4시 반부터 시작된 개막전 행사는 재외 동포 등 나라 안팎 초청인사와 시민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민 2세인 해리 김 선생은 올해 나이 여든셋이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황량한 낯선땅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시작된 일가족의 고난에 찬 삶을,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가 말하듯 차분한 어조로 조근조근 들려주어 참석자들의 큰 손뼉을 받았다.

 

 

“부모님과 9명의 자녀가 정착한 사탕수수밭 환경은 비참, 그 자체였습니다. 한번은 누이동생이 아프다는 것을 안 어머님이 동생을 업고 6마일(9.6킬로미터)이나 떨어진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이미 동생은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어머니는 죽은 동생을 다시 업고 돌아와 집 근처 공동묘지에 묻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돈이 없어 비석 등을 세울 수 없어 나무 막대기를 꽂아두는 바람에 이후 동생의 무덤을 찾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영어 한마디 모르는 부모님은 애오라지 남은 8명 자식의 생계를 위해 평생을 헌신과 희생을 하셨으며 조국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확고히 심어주셔서 저희는 모두 반듯한 모습으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라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해리 김 선생은 유창한 한국어로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섬세한 부분의 표현이 어려워 통역으로 축사를 했다.

 

 

 

한민족의 공식 이민의 역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하와이 이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겨레가 나라 밖으로 진출한 것은 하와이만 특정 지을 수는 없다. 이번 ‘이민 120주년 전’의 특징은 하와이 이민 역사를 포함하여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남미지역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의 북미지역, 간도, 연해주 지역으로 떠난 한인들과 강제 징용, 징병으로 대거 건너간 일본지역 그리고 광부와 간호사로 떠난 서독, 열사의 나라 중동지역 진출 등 다양한 나라에서 뿌리를 내리고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세계 속의 한인 모습’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전시형태는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부 '한민족에서 세계와 이어지다'에서는 세계로 뻗어나간 재외동포의 현황과 활동상을 통해 한인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 제2부 '한민족, 이민의 역사를 쓰다'에서는 구한말 다양한 사연을 안고 모국을 떠난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또 제3부 '재외동포, 조국의 독립에 투자하다'에서는 상실된 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동포들의 활약을 제4부 '혼란 속에서도 이민은 계속되다'와 제5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인은 있다'에서는 광복 이후 동포사회의 모습과 화합의 순간을 조명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이날 개막 행사에는 한국이민사박물관 김상열 관장이 직접 사회를 맡아 축사 중간마다 ‘이민 120주년 전’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등 알찬 진행이 돋보였다. 축사는 해리 김 선생 말고도 재외동포이사장, 인천광역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 인하대대외부총장, 인천내리교회 담임목사 등이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불굴의 의지로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동포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코리아의 신화를 다시 써가고 있는 모든 한인들의 노력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라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내빈들의 축사 뒤에는 소프라노 장소연(인천 콘서트 챔버)씨가 대조선국민군단 박용만 선생의 후손인 박상민 (한국예술종합하교 음악원) 교수의 첼로 반주에 맞춰 안창호 선생의 ‘거국가(고국을 떠나는 내용의 시)’와 아리랑 모음곡을 불러 청중들로부터 큰 손뼉을 받았다. 행사 뒤에는 개막 테이프 컷팅과 ‘이민 120주년 전’ 전시장을 관람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이민 120주년 전’ 개막식을 지켜본 도다 이쿠코(인천관동갤러리) 관장은 “한곳에서 한국의 이민역사를 모두 볼 수 있는 전시가 있어 매우 의미 깊게 살펴보았다. 특히 오늘 축사를 한 하와이 동포 해리 김 선생이 자신들의 뼈아픈 이민 개척의 역사를 훌륭한 이민사박물관에 전시함으로써 그 발자취를 잊지 않게 해주어 고맙다고 한 이야기가 인상에 남았다. 사실 나 자신이 중국 연변에 살고 있을 때 연변대학 교수들과 '조선족의 역사를 어떻게 보존하고 보여주어야 할까'로 고민한 적이 있다. 이번 전시물 가운데 특히 제4부에 전시중인 연변조선족자치주 관련 꼭지를 보면서 연변에서 걱정하던 숙제를 이곳에서 풀게된 듯하여 기뻤다.”라고 했다. 참고로 연변 등 조선족 관련 사진은 도다 이쿠코 씨의 남편인 류은규 사진가가 제공한 것이다.

 

한편, 서울에서 이번 개막식에 참석한 이소영 씨(45살, 북창동)는 “70년대 아르헨티나로 이민 간 이모님이 생각나서 일부러 전시장을 찾았다. ‘이민 120주년 전’ 전을 둘러보고 아르헨티나 말고도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간 한인들의 ‘종합적인 이민사’를 알 수 있게 되어 무척 의미 깊었다. 중학생인 아들과 주말에 다시 오려고 한다.”라고 했다.

 

 

 

 

 

이날 ‘이민 120주년 전’ 행사는 이민사박물관 실외에서 진행되었는데 은은하게 노란색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나무들과 조화를 이뤄 행사장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한인 이민의 120년 역사도 그렇게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단풍처럼 서두르지 않고 은은한 향기로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전시안내】

제목 : ‘한민족 공식 이민 120주년 <그날의 물결 제물포로 돌아오다>

날짜 : 11월 22일까지, 한국이민사박물관 야외전시장 및 지하 특별전시장

장소 : 한국이민사박물관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 329)

문의 : 032-440-4710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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