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통일교향곡을 위해

  • 등록 2025.06.25 11: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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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전쟁의 대 참화가 없도록 대전환이 절박한 시점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308]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오늘은 6월 25일이다. 남북 간의 충돌, 아니 북한이 우리를 남침해서 시작된 동족 사이의 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75년 전에 일어났으니 이제 이 전쟁의 참상이나 아픔을 보고 듣고 기억하는 분들이 주변에서 거의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그런 만큼 전쟁에서 고향을 잃고 가족을 잃고 남으로, 북으로 흩어진 사람들의 기막힌 아픔도 점점 역사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필자도 전쟁이 막 휴전으로 들어간 뒤인 1953년 10월생이니 이 전쟁의 실상이나 아픔을 알 턱이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한 논픽션 소설이 생각난다. 《통일교향곡》이란 제목으로 2012년에 나온 책이다.

 

 

1950년 6월, 이 논픽션 소설의 주인공인 19ᅟힲᆯ의 청년 윤정호는 서울에서 열린 전국 음악 콩쿠르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성악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최영애와 사랑에 빠진다. 영애는 정략결혼을 추진하는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어 가출하여 정호와 결혼하기 위해 충주로 갔으나,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에 인민군의 남침으로 6ㆍ25 전쟁이 터지고, 정호와 영애는 인민군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들은 곧 의용군으로 인민군에 징발되어 침략한 북한군을 위한 위문공연에 동원된다.

 

그러다 진중에서 결혼도 했지만, 한미 연합군이 북진해 오자 두 남녀는 일부 부역자들과 함께 소백산맥 속에서 빨치산이 되었다가 이들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일성으로부터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고 출세를 한다. 북에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김일성 찬양의 노래와 김일성을 영웅화하는 오페라와 반미 노래를 작곡 발표해서 혁명예술가, 인민작곡가, 영애는 인민가수라는 칭호를 받으며 특별대우를 받는다.

 

이런 식으로 북한의 권력 내부의 최상층에서 활동하던 이들 두 부부는 김일성의 아들인 김정일과도 친해졌지만, 성악가 영애의 미모와 재주를 이용하던 전 부대장의 흉계에 의해 영애는 자살하게 되고 혼자 남은 윤정호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재혼을 하고 아들을 낳는다. 그러나 윤정호 자신은 김일성의 업적을 찬양하는 거대한 해방교향곡을 작곡하라는 명령을 수행하지 못해 전방으로 유배를 갔다가 거기서 생을 마치게 된다.

 

윤정호는 죽기 전에 자신이 명을 받은 해방교향곡 대신에 북한이 해방되고 남북이 하나가 되는 꿈을 그린 통일교향곡을 몰래 작곡해 놓았고, 재혼으로 낳은 그의 아들이 이 교향곡을 마이크로 필름에 담아서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 사는 삼촌의 도움을 받아 외부로 갖고 나와 마침내 서울에서 이 교향곡이 연주된다는 것으로 끝이 난다.

 

너무 현실감 있기 때문에 조금은 비현실적이고 가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있을 정도인 이 소설은 발표 당시에 꽤 충격을 주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미국에 사는 유광현이란 사람이 자신의 납북된 형의 이야기를 나중에 조카에게서 듣고서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책에는 주요 인물들이 다 실명으로 등장하고 있고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북한 내부 최고 권력층 주변의 이야기이며,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두 부부가 겪은 상황들이 너무나 처절하고 사실적이기에 실화가 아니라고 의심하기에도 찜찜햐다. 실제로 저자는 한국에 있을 때 북한에서 인민작곡가 칭호를 받은 형의 존재가 알려지자, 일종의 연좌제에 걸려 나라 벆 출국도 하지 못했다가 겨우 풀려 60년대 말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통일교향곡이 울려 퍼졌다고 하는 것은 희망사항을 담은 창작이지만 그전까지 주인공 윤정호의 아들과 가족들이 미국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에 등장하는 미국 정부의 요인들도 전부 실명이어서 전적으로 창작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소설의 첫 무대인 충북 충주에서 중학교를 나왔기에 일종의 학교 선배라 할 이 소설 주인공의 당시 정황이 더욱 실제처럼 다가왔고, 그만큼 이 부부의 처절한 운명과 삶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서울에서 책이 나오기 한 달 전에 미국에서 영문판 《The Unification Symphony》를 먼저 펴내고 이어 우리 말 번역본이 나온 것인데 책이 나온 뒤 화제가 되자 서울에 온 당시 74살의 저자 유광현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소설은 실제로 형의 이야기며, 조카들의 탈북에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이 있어서 이들을 통해 기획했고, 콜린 파월 전 미 국무부 장관,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천기원 목사 등이 이를 도왔다고 실명을 밝힌다.​

 

“소설 속 정호는 제 친형입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형을 추모하려고 책을 썼어요. 형이 작곡한 ‘통일교향곡’은 실제로 일부가 존재합니다. 지금 유족들이 복원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6∼10개월 안에 완성할 겁니다.”

 

라고 말했다. 그 뒤 10년이 지났지만, 형이 만든 통일교향곡이 완성 복원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지만 통일 교향곡의 실제 초연 성사 여부에 상관없이 이 책은 북한의 실상만이 아니라 6ㆍ25라는 이 남북 사이의 전쟁 속에 발생한 개인들의 무너잔 삶의 퍄편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6월 25일이 되면 이들의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ㆍ25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남북은 휴전 상태인 데다가 더욱 많은 군비를 갖추며 상대방에 대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대결의 칼을 더 갈고 있다. 이러한 대결로 우리들은 예전 6ㆍ25보다도 더욱더 전쟁 발발과 파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남북 대결의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애당초 북한 전 정권의 성립과 남침으로 촉발된 것이지만, 한 정권만의 요인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 원인만을 따지며 상대방을 욕하는 것으로는 풀 수 없는 난제가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원인분석과 해결방법은 각자 판단이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전쟁을 일으킨 북쪽은 그 원죄를 안고 그동안 강력한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 자신들의 정권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미국과의 수교와 평화협정을 계속 요구했고 우리 쪽에서는 이들의 속셈을 의심하여 더욱 군비를 늘렸거나 혹은 정권에 따라 북한과 미국의 수교를 성사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그것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루어지지 않자, 북한으로서는 더욱 위협적인 무기 개발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우리가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를 내세우며 북한 정권의 몰락만을 압박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 그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과감한 국제적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반도 문제의 가장 큰 당사자인 미국도 북한의 무장강화를 계속 방치할 수만은 없으니, 우리는 미국과 이 문제를 협의하고 남북한 당사자들이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무릎을 맞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들은 우크라이나나 중동을 보면서 전쟁이라는 것이 저렇게도 쉽게 일어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당해야 할 인내나 비용 이상으로 엄청난 결과를 맞이할 것임을 우리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 남과 북은 서로를 의심하고 무력에 의해서만 서로를 지킬 수 있다고 하는 생각에 전쟁의 불씨를 계속 지켜가고 있다.

 

필자의 처가도 이산가족이었다. 여전히 이산가족이 실존하고, 남북 사이에 고향을 잃고 가족이 흩어지고 서로를 살상한 아픈 기억이 우리를 떠나지 않겠지만 이제는 그런 아픔 속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되는 시점이기에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다시 모색하여야 할 것 같다. 마침, 우리나라도 새 정권이 출범했으니 이를 계기로 우리 내부의 생각부터 전향적으로 바꾸고 생각을 모아줌으로써, 6ㆍ25전쟁의 대 참화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대전환이 절박한 시점인 것이다. ​

 

정말로 우리는 언제쯤 남과 북이 전쟁하지 않고 서로 교통하면서 마음 편히 진짜 통일교향곡을 함께 들을 수 있을까?

 

 

이동식 인문탐험가 sunonthetr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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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인문탐험가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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