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세종대왕의 백성 사랑 정신을 시와 노래로 길어 올리는 사람이 있다. 동시인이자 문화예술교육가 강순예. 2016년 작곡가 전영준과 문화예술단체 '해사한'을 꾸린 뒤로 세종ㆍ한글ㆍ우리말ㆍ우리 문화를 담은 동요와 가요 마흔 곡 가까이 빚어 왔고, 그가 지은 「훈민정음 서문가」는 KBS 특집방송과 한글날 국가 경축식 무대를 거쳐 러시아 한글학교 교실에서까지 울려 퍼졌다. 한글 반포 580돌, 한글날 100주년을 맞는 2026년 여름의 시작, 강 작가를 만나 노래로 이어 온 한글 사랑의 여정을 들었다.
― ‘동시인’이라는 이름이 반갑습니다. 우리말을 작품 한가운데 둔 까닭이 궁금합니다.
"우리말이 지닌 아름다움은 늘 제 마음을 끌었습니다. ‘달보드레, 발밤발밤, 사근사근, 조곤조곤, 해사하다…’, 같은 말을 입에 올리면 뜻뿐 아니라 말결까지 고와서 가슴 설렙지요. 어린이들도 이런 우리말의 결을 느끼며 자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우리말 동시를 써 왔습니다. 또 이 모든 시작은 한글이지요. 쉬운 글자 한글을 만들어 주신 세종대왕께 고마움을 전하는 일이기도, 세종대왕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시 「나는 한글입니다」, 노래 「한글이 좋아」, 「참 좋은 우리말」, 「해처럼 밝은 말이 꽃으로 피는 나라」에 이런 마음을 담았습니다."
― 국어문화운동본부 ‘국어문장사’, 국립국어원 ‘우리말 순화 위원’, 공공언어를 다듬는 일도 오래 해 오셨습니다. 창작과는 결이 다른 일인데요.
"다르게 보이지만 뿌리는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정치인 언어, 행정 언어, 방송ㆍ공공언어 사용 실태를 살피는 일은 '우리가 날마다 쓰는 말, 과연 바르게 쓰고 있는가'를 묻는 작업이에요. 특히 공공언어와 방송언어는 국민의 언어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죠. 동시를 쓰는 일이 말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라면, 공공언어를 살피는 일은 말의 바탕을 지키는 것이지요. 둘 다 우리말을 아끼는 한 가지 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 2016년 작곡가 전영준 선생과 '해사한'을 결성하셨습니다. 어떤 단체인가요.
"‘해사한’은 ‘목소리나 표정이 맑고 깨끗한’을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우리 문화의 가치를 밝고 따뜻한 시와 노래로 전하자는 뜻에서 시인 강순예와 음악가 전영준이 함께 만든 작은 문화예술 단체이지요. 2016년부터 세종ㆍ한글ㆍ우리말ㆍ우리 문화를 노래로 만들어 알리는 꾸준히 활동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국악을 전공한 실용음악가와 우리말을 사랑하는 시인이 뜻을 모아 세종대왕의 정신과 아름다운 우리말을 노래에 담아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 왔어요.
아주 작은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훈민정음 서문가」, 「세종의 꿈」, 「5·15 세종대왕 나신 날」, 「보배로다 우리 땅이름」 등을 비롯해 세종·한글ㆍ우리말ㆍ우리 문화를 담은 동요와 가요 40여 곡을 발표했습니다."
― 그 가운데 「훈민정음 서문가」가 가장 멀리 퍼진 듯합니다.
“「훈민정음 서문가」는 훈민정음 머리말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백성을 향한 세종의 간절함이 깊이 담겨 있지요. 그 마음을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노래의 힘이 바로 이런 거죠.
2018넌 전영준 작곡가의 아름다운 선율을 만나 누구나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되었고, 2021년 KBS 창원 한글날 특집방송 「나랏말싸미」 개막 곡과 2023년 한글날 국가 공식 경축식 합창곡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무엇보다 나라 안팎 한글학교에서 아이들과 교민들이 함께 부르는 모습을 보며, 좋은 말과 좋은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따라 멀리 퍼져 나간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 '지구 한 바퀴 훈민정음 서문가 부르기' 운동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9년에 시작한 운동입니다. 훈민정음 서문에 담긴 세종대왕의 마음을 세계 곳곳의 한글학교와 나누고 싶다는 바람에서 출발했어요. 미국, 캐나다, 일본, 러시아, 프랑스, 인도네시아, 칠레,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나라의 재외동포와 현지인들이 함께 부르면서 정말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특히 「훈민정음 서문가」를 한 자 한 자 익혀 부르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감동을 받았어요. 한글,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노래를 통해 훈민정음 서문과 세종대왕의 뜻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었습니다. 훈민정음 서문이 노래가 되어 국경 너머 울려 퍼지는 모습을 보며, 좋은 말과 좋은 노래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따라 길을 찾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2025년에는 세종대왕 탄신일 5월 15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를 기리는 곡도 새로 발표하셨고요.
“「5·15 세종대왕 나신 날」입니다. ‘세종대왕 나신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노래죠. 세종대왕 생신 축하곡으로는 역사상 첫 노래가 아닐지 생각해요. 오랫동안 스승의 날로만 기념해 왔던 5월 15일이 사실은 우리 겨레의 큰 스승인 세종대왕 나신 날이라는 것을 대부분 모르기에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도, 충녕, 조선 4대 임금’이라는 내용을 노랫말에 담아 아이들도 세종대왕을 쉽고 친근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노래가 세종대왕 나신 날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되새기고, 세종대왕의 삶과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재외동포 한국어교육 현장에도 꾸준히 서 오셨습니다.
"2020년 캐나다 한국학교협의회와 칠레 한글학교 온라인 강의를 시작으로, 2022년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40주년 학술제와 워싱턴협의회(WAKS) 학술대회, 그리고 2026년 북미한국학교연합회(KSA-US) 강사로 초청받아 「노래로 만나는 세종ㆍ한글ㆍ한국어ㆍ한국문화」를 주제로 이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국어 집중캠프로 방한한 도쿄샘물학교 어린이들과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에서 전영준 작곡가와 함께 합창했는데, 세대와 국경을 잇는 자리였지요.“
― 우리 땅과 향토 말을 작품으로 살려 오신 점도 인상적입니다.
"2018년 제주밭담사업단의 의뢰로 「제주 밭담이야기」와 「머들송」을 만들었어요. '진빌레밭담', '트멍', '진사대소리' 같은 제주 고유의 말과 생활문화를 노래에 담았지요. 밭담 총결산 공연에서는 제주북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무대에 함께 올랐는데요, 아이들이 제 고장 토박이말과 문화에 자긍심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마음 뿌듯했지요.
최근에는 우리나라 땅이름 으뜸 연구가 한국땅이름학회 배우리 회장님과 공동작사한 「보배로다 우리 땅이름」을 발표했는데 '새터말', '황새울', '꽃벼루', '검바위' 같은 우리말 땅이름의 아름다움을 담았습니다. 2024년에는 실학자이자 지리학자 여암 신경준의 업적을 기리는 「여암의 길」도 지었고요. 우리 땅에 깃든 말이 곧 우리 역사이자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말과 땅이름에는 오랜 세월 이어 온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 저와도 「월인천강지곡-소헌왕후에게 부침」을 함께 발표한 인연이 있습니다. 학자와 예술가의 협업은 어떠셨습니까.
"훈민정음을 평생 연구해 오신 김슬옹 박사님과 함께 작업하며, 학문이 예술을 만나면 더 멀리 간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소헌왕후를 향한 세종의 마음을 노래로 옮기는 일은 사료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자리였어요. 2024년 주한 베트남 대사께 우리말 이름을 지어 드린 활동도 박사님과 함께했는데, 우리말이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이름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일이었지요."
― 학교 현장에서 어린이들과 직접 만나 온 시간도 길지요.
"2019년부터 서울동답초등학교, 2022년부터는 서울안평초등학교에서 저학년 전 학급과 돌봄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전영준 작곡가와 함께 직접 만든 우리말 노래로 창의인성ㆍ정서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훈민정음 서문가」와 「한글이 좋아」를 부르고 우리말 동시를 낭송하고 우리말 노래책도 만들고, 훈민정음 머리말도 함께 써 보는 활동이었지요. 아이들이 세종대왕과 한글을 어렵지 않게, 노래와 놀이처럼 만나기를 바랐어요. 마지막 시간에는 ‘나는 한글 홍보대사입니다’라고 선언하고 보람증을 받는데, 그때 아이들 눈빛이 얼마나 반짝이는지요."
― 그동안의 공로도 두루 인정받아 오셨습니다.
"2018년 '우리말 지킴이' ‘세종문화상(한글음악공헌)’ 표창을 시작으로, 2020 한글학회 ‘국어운동 공로패’와 한말글문화협회 '한말글 지킴이' 패 등을 받았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에요. 하지만 상은 함께 받는 것으로 생각해요. 함께 노래를 만든 ‘해사한’ 전영준 대표, 함께 노래 불러 준 수많은 사람들, 무엇보다 앞으로 이 노래를 이어 부를 아이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 한글 반포 580돌, 한글날 100돌을 맞는 2026년입니다. 어떤 한 해이길 바라시나요.
"노래는 악보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불릴 때 비로소 살아나는 것이지요. 580돌을 맞는 올해, 세종의 훈민정음 머리말, 우리말 노래가 교실, 광장에서, 온 누리에서 힘차게 울려 퍼지면 좋겠습니다. ‘해사한’은 앞으로도 세종ㆍ한글ㆍ우리말ㆍ우리 문화를 담은 노래를 짓고, 아이들과 함께 부르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다음 세대에 자연스럽게 건네는 일을 이어 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