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경, 정가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길 찾는다

  • 등록 2026.06.16 10: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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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8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황숙경이 <우조두거-羽調 頭擧>,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하니 …」로 시작되는 노래를 불러, 객석에 감동을 준 이야기를 하였다. <우조-羽調>라는 용어는 <우조 평조>를 줄인 이름이고, <두거-頭擧>는 첫머리를 들어 올린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란 점, 이 곡은 앞에서 소개한 <중거>, <평거> 등과 함께 <이수대엽>에서 파생되어 나온 악곡임을 얘기했다.

 

또 ‘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는 말은 “시간은 더디게 흐르나, 마음속은 더더욱 그립고 깊어지는 연정(戀情)의 마음을 담은 노래로 절제미(節制美)와 역동미(力動美)를 살리고 있다는 점, 자신이 정가인으로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과정이나 배경을 월하 스승께 돌리는, 그의 착하고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가곡의 아름다움에 버금가는 그 자체라는 점도 덧붙였다. 그 이후의 이야기로 이어간다.

 

황숙경은 가곡과 가사, 시조, 시창 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늘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실험 무대를 만들어 온 가객으로 널리 알려진 가객이다. 그가 남다른 활동을 시도해 온 배경이라든가, 또는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정가극(正歌劇)이나 신(新) 가곡과 같은 창작 무대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들어본다.

 

“정가(正歌)가 느리고 어려워 다른 장르에 견줘 재미가 없다고 하는 선입견이나 편견이 자리 잡고 있어요. 그렇다고 이 상태로 관객들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제 입장에서도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방법은 없는가? 하는 고민에 대해, 스스로 방법을 찾아 시도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가 사랑에 대한 그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판소리의 어법을 살린 창극의 역사가 100년이고, 경서도 소리의 창법으로 꾸민 재담극(才談劇)이나 소리극 형태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에 견줘 정가를 바탕으로 하는 음악극, 바로 정가극의 역사는 그야말로 최근의 일이다.

 

 

글쓴이는 <국립국악원>이 전통문화의 재창조 시리즈 세 번째로 뽑아 무대에 올린 정가풍류극(正歌風流劇)- ‘선가자 황진이’라고 하는 최초의 작품을 보고, 「정가(正歌)극, 그 가능성을 확인한 실험무대」라는 이름의 공연형을 쓴 기억이 있어 그 일부를 옮긴다.

 

“남도의 창극(唱劇), 경기소리나 서도소리를 기본으로 하는 소리극에 이어, 발상 자체가 쉽지 않은 정가(正歌)를 기본으로 하는 노래극이 제작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정가풍류극(正歌風流劇)- <선가자 황진이>가 바로 그것이다. 초야에 묻혀 거문고를 비켜 타고, 유유자적하면서 세월을 낚던 선비들의 노래, <정가>를 주제로 하는 노래극(歌劇)이 과연 무대 위에 올려질 수 있을 것인가? <가운데 줄임>

 

한국의 전통음악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까닭이 서양음악 중심으로 운영되는 교육제도라든가, 국악공연의 다양한 공연 종목 개발을 위한 노력이나 투자의 부족 등인데, 정가에 대한 축적된 경험이나 인적자원도 부족한 상황 속에서 이러한 접근 의도만으로도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보며, 앞으로의 성공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정가극의 시도 이후, 황숙경은 정가의 대중화를 위해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성 예술가들이나, 또는 문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정가 극을 무대에 올리기 시작했다.

 

조선 으뜸 예기(藝妓)이자, 시인이었던 황진이의 삶과 예술을 정가의 아정하고 깊은 소리로 풀어낸 ‘황진이’를 비롯하여 여류시인 ‘매창’과 ‘허균’의 문학 친구로 알려진 천민출신의 ‘유희경’이라는 시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화우 흩날릴 제>, 천재적인 재능은 지녔지만, 비극적인 가정 속에서 젊은 나이로 요절한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이야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왔던 ‘신사임당’ 등의 한시(漢詩) 등을 주제로 정가나 시창(詩唱)의 어법으로 재해석하였고, 이를 정가극 형식으로 꾸준히 선을 보여 온 것이다.

 

 

이 실험적 작업을 통해, 정가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고, 그 시도를 통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일반인들과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확인했기 때문에 이를 실행에 옮겨 왔다고 그는 강조한다.

 

또한 전통가곡이나 창작품 등의 앨범 제작, 또는 개인이나 소규모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형식의 무대를 준비해 오면서 “전통음악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길이라 해도,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 나간다 해도, 그 본질이 변형되어서는 계승의 의미가 없다”라는 기본적 값어치를 지켜나가려고 노력해 오고 있다고도 했다.

 

아마도 그 배경은 월하 스승으로부터 배운 ‘전통을 올곧게 지켜나가야 한다.’, ‘가곡은 단순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노래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맞닿아 있는 예술’이라 일러 주신 스승의 영향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  월하 선생께서 보고 계신다면

“어렵고 힘든 길, 용케도 잘 버티고 헤쳐 왔구나”라며 격려해 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 전공자의 처지에서 가곡의 확산 정책이나 발전가능한 방향을 제시해 본다면?

 

“저 나름대로는 두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하나는, 올바른 전승을 통해 깊은 뿌리를 충실히 지켜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아름다움을,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과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도록 보다 더 널리 확장해 나가는 길이라는 생각입니다.”

 

황숙경의 노래는 분명 화려하다. 그 화려함 속에서 앞으로도 그의 가곡은 이어져 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 단단한 중심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소리, 그것이 그가 지향하는 가곡의 세계이고, 함께 손잡고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의 앞길이 화려하게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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