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종가에서 보쌈을 당하다

  • 등록 2026.07.01 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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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25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 광해조 때 문인 유몽인이 지은 《어유야담》에는 과거를 보러 한양에 왔던 한 선비가 인적이 끊긴 종가 곧 현재의 종로에서 장정 네 명에게 보쌈을 당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딘지도 모르게 끌려가 예쁜 여인과 동침할 수밖에 없었던 선비는 그 여인을 잊을 수가 없어 다시 과거를 보러 한양에 올 때 밤마다 그 종가를 서성였으나 그 장정들을 또 만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때는 과부가 된 여인은 죽을 때까지 개가를 못 한다는 법이 있어 이런 일도 벌어질 수가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납치 형식을 띠었지만, 실제로는 과부의 친정 식구들과 미리 합의를 보고 진행하는 일종의 '기획 재혼'도 많았습니다.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과부에게 새 삶을 열어주기 위한 사람들의 슬기로운 편법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가난해서 장가를 가지 못하던 노총각들이 밤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보쌈 작전에 휩쓸려 혼인에 성공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산군 4년(1498년) 송헌동이라는 사람이 이 법을 폐하고 개가를 허락해달라고 임금께 청하였지만 대다수 대신이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보쌈’에는 여자집에서 외간남자를 보(褓)에 싸서 잡아다가 강제로 동침시키는 경우와, 남자가 과부를 보에 싸서 데려오는 “과부 업어가기”가 있었습니다. 이 독특하고 서글픈 풍속은 1894년 갑오개혁으로 과부의 재혼이 법적으로 공식 허용되면서 역사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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