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계곡, 목숨을 거는 위험한 길

  • 등록 2026.07.13 11: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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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차: 2025년 11월 21일(금요일), 샤브루베시 ~ 림체 롯지 (이동 거리 13.6km, 이동 시간 7시간 45분, 2,450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4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샤브루베시(고도 1,420m)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였다. 나는 포터나 셰르파에게 과도한 무게를 지게 하는 것은 인권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카고백 무게는 약 15kg 정도로 맞추고, 배낭을 가볍게 멨다. 공통 포터비(1일 20달러) 외에 별도의 요금(1일 30달러)을 더 주고 남체바자르 출신 로메스 씨(32살, 976-546-5632)를 개인적으로 고용하여 동행하게 되었다.

 

랑탕 계곡 길 초입은 비포장도로로 공사 차량이 다니고,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수가 귀청을 뚫을 듯한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사납게 흘러간다. 여울과 돌의 위치에 따라서 짧고 굵게, 혹은 길고 느리게 흐르는데, 아름답고 웅장한 소리가 장단처럼 울려 걷는 이에게 오히려 편안함을 준다. 협곡 좌우 끝으로 설산이 보이자, 내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렸다. 이 길은 곤륜산을 지나 구름을 타고 아미산으로, 신선의 세계로 향하는 듯한 느낌이다. 좁고 험한 협곡을 걸으며, 저 끝에는 이상의 나라 꿈꾸는 세상이 있겠지…

 

 

 

 

철다리 건너에 있는 도멘(Domen, h 1,607m) 롯지(산장)에서 차 한잔 마셨다. 이곳은 여울이 좁아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가 무척 시끄럽다. 산길은 계곡 오른쪽을 따라 이어지는데, 산허리에 돌계단이 많고 고도차가 심했다. 해발 1,840m까지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길 주변에는 여러 곳의 산사태 위험 지역이 있는데, 특히 빙하수가 흘러내리는 계곡은 토사와 바위가 쏟아져 내려 위험하여 신속하게 통과해야 했다.

 

계곡 건너편 산을 보면 산사태로 수천 톤의 흙과 바위가 쏟아져 내려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산이 되어 있다. 만약 여기서 사고가 난다면 인명 구조는 불가능할 것이고, 그저 신의 뜻대로 산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말을 타고 하산하는 여성분을 만났다. 말은 위험한 계단 절벽을 비틀거리며 좁은 계단으로 잘 뛰어 내려간다. 계단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라 말이 구르면 위에 탄 사람도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았다. 아마 고산병이 와서 급히 내려가는 모양인데, 이런 길을 말을 타고 하산하는 것은 무모해 보였다.

 

고도를 높일수록 협곡의 메아리 때문에 물소리가 더욱 웅장하게 울렸다. 어떤 곳에서는 청아하게, 또 어떤 곳에서는 요란하게 들린다. 시끄럽지만 귀찮지는 않다. 자연의 소리라 그저 정겹게 들릴 뿐이다. 고도차로 여름에서 가을로 기온이 변하며, 꽃은 거의 보이지 않고 큰 나무들과 대나무, 그리고 아주 작은 꽃들이 가끔 보이며 습지식물인 이끼류가 눈에 많이 띈다.

 

밤부(Bamboo, h 1,970m) 롯지까지는 9.8km, 4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오르는 계단길이 자연석으로 얼기설기 맞춰져 있어 헛디디면 계곡으로 추락할 수 있기에 걷는 데 꽤 힘이 들었다. 이곳에서 로메스 씨 동료를 만나 1km 정도 동행했는데, 고맙게도 내 배낭을 메어주었다. 이후 내가 걸음이 점점 느려지니 로메스 씨가 3.5km 정도 배낭을 대신 메어주었다. 왼쪽 계곡으로 오르는 출렁다리를 건넌 뒤 고도를 급하게 올려 무척 힘이 들었다.

 

 

해발 2,200m를 올라오니 하늘이 뚫리는데, 산 정상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인지 주변이 어두워지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발걸음도 가끔 헛디디게 된다. 계곡 물소리는 급류가 되어 더 우렁차게 들려 귀가 멍하다. 쿵쿵, 쾅쾅, 쏴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뱃고동 소리나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쌀 씻는 소리 '샤아' 하는 소리 같기도 하여 참으로 오묘하다. 자세히 들어서 표기를 통일해야겠다.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다시 계곡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산사태 지역 두 군데를 신속히 통과하며 붕괴 지형을 바라보니, 끔찍할 정도로 위험하다. 이 계곡 트레킹이 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길인지 비로소 알 것 같다. 또한, 포터와 셰르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도 몸소 체험하며 깨달았다.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걸어보아야 할 길이다. 여기저기 굴러떨어진 돌들이 보이는데, 제자리에 박힌 돌이 아니라 산에서 굴러 내려온 큰 공깃돌이 나무에 걸려 있어 참으로 아찔하다.

 

샤브루베시에서 출발하여 7시간 45분을 걸은 끝에 림체 롯지(Rimche, h 2,450m)에 도착하였다. 오늘 걸은 거리는 13.6km, 고도차 1,000m에 달한다. 약간의 고산병 증세로 느려지며 오후부터 피로가 몰려오고 걸음이 늦어졌다. 고산 지대라 기온이 뚝 떨어져 패딩을 꺼내 입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저녁 식사로 피자를 주문했는데, 오븐에 구운 일반적인 피자가 아니라 쪄낸 것이라 식감이 마치 풀떡 같았다. 토핑으로는 이 지역의 야생 풀을 올려 특유의 생풀 냄새가 강하게 났다. 한 입 먹어 보고 도저히 맞지 않아 셰르파에게 주었다. 내가 먹지 못하자 로메스 씨가 걱정스러운 듯 오렌지 한 알을 챙겨다 주었고, 덕분에 수제 요구르트와 함께 겨우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이 롯지에는 구름 위의 산상 카페가 있다.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콩을 갈아서 내려준 드립 커피를 한잔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이곳을 지나는 험난한 여정 속의 도시인들이 잠시 커피 향기에 취해 쉬어가는 참으로 고마운 대피소 같은 곳이다.

 

 

 

안동립 기자 emap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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