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한국의 궁궐건축물이나 왕릉의 정(丁)자각, 성문의 문루 등 일반 민가와 다른 권위가 느껴지는 건축물의 추녀 또는 내림마루 기와 등에는 여러가지 모양의 조각상이 올라 앉아 있다. 이들은 사람 또는 특별한 능력의 동물들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수는 적게는 4기에서 많게는 11기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기와지붕의 등위에 올라 앉은 조각상을 통틀어서 잡상 또는 '어처구니'라고 부르는데, 이런 조각상은 한국과 중국의 권위적인 건축물에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건축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일본건축물의 지붕에는 용마루 또는 내림마루의 끝을 마감할 때에만 물고기 모양 또는 귀신의 얼굴모양의 기와로 마감한다.
현재 한국 건축물들 가운데 잡상이 있는 건축물은 대부분 궁궐과 왕릉 그리고 성벽의 문루에 있고 절 건축물에는 없다. 그러나 옛 절터를 발불해본 결과 양주 회암사터의 경우에 절 건축물인데도 오를 기사에 올리는 것과 같이 많은 잡상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어 회암사지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잡상은 기와지붕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무엇인가 마무리를 잘 한 것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잡상들에게는 올라간 순서가 있고, 각각의 이름도 따로 있다. 잡상의 기원이 명확히 밝혀지니는 않았지만, 그 인물들은 서기 600년 경 중국 당나라 시기에 천축국(인도)으로 불경을 구하러 멀고도 험악한 사막길을 갔다가 돌아온 삼장법사(현장)와 그를 따르던 제자들과 그 길을 지켜주었던 다양한 수호신들의 형상화로 볼 수 있다. 이른바 서유기의 주인공인 삼장법사(현장)와 그 권속들이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불경을 구하기 위하여 천축국을 왕복하는 동안 함께한 조연들의 형상화인 것이다.
이에 따라 잡상의 맨 아래에는 서유기의 주인공인 당나라의 국사 곧 대당사부 삼장법사(현장)가 앞을 인도하고 있고, 다음에는 현장의 수제자아지 말썽꾸러기인 손오공(원숭이), 현장의 2제자 저팔계(돼지), 현장의 3제자 사오정(물귀신), 이구룡(하늘의 수호신으로 구름을 몰고다니는 용), 마화상( 현장법사가 타고 다니는 말), 천산갑(사막과 열대지방 신기한 동물) 등이 줄지어 자리잡고 있다. 경회루와 같이 잡상이 더 많이 있는 경우에는 또다른 이름이 있기도 하다.
이들 잡상은 궁궐의 지붕위에서 툭 트인 사방을 살피면서 삿된 잡기들이 궁궐로 법접하지 못하도록 지킨다는 의미도 있다. 이처럼 잡상은 궁궐 등 권위적 건축물에 쓰였고, 일반 민가건축물에서는 아무리 부잣집이라도 감히 쓸 수 없었다. 지금은 계급이 없어진 시대라 멋을 내기 위하여 새로 짓는 기와지붕에 쓸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요즈음 새로 짓는 대궐같이 큰 한옥지붕에도 잡상을 설치하는 사람은 아직 없어 보인다.
★ 참고: 위 사진은 국립고궁박물관 궁궐건축물 소개에서 사진으로 담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