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뇌를 내려놓고 속세로…

  • 등록 2026.08.10 11:11:15
크게보기

# 8일 차: 2025년 11월 25일(화요일), 캉진곰파 ~ 라마호텔 (이동 거리 21.3km, 이동 시간 8시간 34분, 고도차 1,395m(3,840m ~ 2,445m)
[네팔 랑탕(NEPAL Langtang) 캉진리 등정기] 8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오늘은 캉진곰파에서 라마호텔로 하산한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사장 네루푸라마 씨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마을 입구 길목, 거대한 돌무더기로 변해버린 산사태지역에 세워진 추모비를 다시 찾았다. 네팔 대지진 때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추모 비석이다. 큰 희생이 있었으나 척박한 두메라 별도의 안전 대책은 없고 ‘옴마니반메훔’ 기도하면서 지나가야 한다. 이곳을 지나가는 트레커와 현지인 모두가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해발이 낮아짐에 따라 주변의 식생이 조금씩 늘어나며 깊은 V자 계곡 안으로 접어들었다. 해발 3,150m 지점인 기앙타탕(Ghyangactam, 서밋 사이트)까지 내려오니 거짓말처럼 고산증 증세가 말끔히 사라졌다. 점점 숲이 울창해지는데, 산의 남쪽 사면(벽)은 햇살이 잘 들어 건조하여 나무보다는 밭이 많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산의 북쪽 사면은 습도가 높아 우거진 수림과 이끼류가 가득하여 식생 상태가 무척 좋다.

 

아름다운 랑탕 계곡 길을 물소리와 함께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올라갈 때는 체력이 바닥난 탓에 귀청을 찢는 사나운 굉음처럼 무섭게만 들리던 계곡의 물소리였는데, 하산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들으니, 이제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경쾌한 행진곡처럼 들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볍다.

 

고도를 내릴수록 주변으로 온대 식물과 아열대 식물이 층위별로 우거져 있어 참으로 아름답다. 물가에 자리잡은 '리버사이드' 롯지까지 내려오니 해발 2,700m로 낮아졌다. 계곡 건너편 물가 바위에 야생 원숭이 10여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겨울철 밤에는 혹독하게 추울 테고 과일 같은 먹이사슬도 마땅치 않은 척박한 환경인데, 어떻게 겨울을 나고 생명을 이어가는지 무척 궁금하다.

 

롯지에 들러 시원한 콜라 한 잔을 마시며 땀을 식히고 내려오는데, 낮 3시 30분 무렵이 되자 깊은 V자 협곡 골짜기로 산그림자가 길어지고 햇살 사이로 나뭇잎이 눈부시게 빛난다. 산그림자는 깊은 골을 이루고, 아침 햇살을 받은 반대편 능선은 마치 붉은 불꽃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대자연이 연출하는 빛과 그림자의 장엄한 조화다.

 

 

 

랑탕 계곡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어서, 작은 모퉁이 하나만 돌아서도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매번 새롭게 바뀌며 아름다운 계곡의 풍광을 자랑한다. 내려가는 길목마다 자꾸만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게 된다.

 

거대했던 설산들이 어느새 조그맣게 멀어지다가, 이제는 설산의 끝자락만 겨우 보인다. 멀어지는 설산은 나를 보고 "속세로 돌아가거든 그곳의 삶을 또 재미있게 살고, 이곳에 미련을 두지 말고, 조심히 잘 가라"며 따뜻하게 배웅해 주는 듯했다. (3,840m에서 2,445m로 하산. 고도차 1,395m) 길 중간에 큰 오르막이 두 군데 있어 힘들었지만, 어려움 없이 무사히 하산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오늘 묵을 '라마호텔(Lama Hotel, h 2,445m)'은 이름만 호텔일 뿐 실제로는 허름한 롯지다. 나무판자를 덧대어 만든 2층 건물인데, 창틀의 유리가 벌어져 틈새로 바람이 들이치고 계곡 물소리가 귀청을 때려 무척 시끄럽고 추웠다.

 

대원들은 1층 식당에 모여 하산 기념으로 현지 술 ‘락시’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 2층 숙소에서 답사기를 쓰며 잠자리에 들었다.

※ 락시: 롯지에서 만들어 파는데, 맛은 소주에 물을 탄 것 같이 순한데 많이 마시면 취한다. 대원들이 여러 병 마셔서 숙소가 2층인데 사고 날까 걱정이다. 범선 항해 중에도 술 마시는 것도 안 된다.

※ 와이파이: 롯지에서 550루피와 300루피 짜리를 팔아 인터넷이 된다.

※ 지프차 운행: 셰르파가온에서 샤브루베시까지 요금 7,000루피라고 한다.

 

 

 

안동립 기자 emap4u@naver.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105, 5층-J45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팩스 : 032-441-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편집고문 서한범 | 편집자문위원장 김슬옹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