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도문, 서로 다른 두 거장의 음악

  • 등록 2026.09.10 11: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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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합창단 제209회 정기연주회 「베토벤과 슈베르트」
베토벤의 첫 미사곡과 슈베르트의 마지막 라틴 미사곡을 한 무대에서 만난다
민인기 지휘, 국립합창단ㆍ청년교육단원ㆍ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함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합창단(단장 겸 예술감독 민인기)은 오는 9월 30일(수) 저녁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제209회 정기연주회 <베토벤과 슈베르트>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미사 C장조, Op. 86>와 프란츠 슈베르트의 <미사 제6번 E♭장조, D. 950>를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두 작품은 ‘키리에(Kyrie)’에서 시작해 ‘글로리아(Gloria)’, ‘크레도(Credo)’, ‘상투스(Sanctus)’, ‘베네딕투스(Benedictus)’, ‘아뉴스 데이(Agnus Dei)’로 이어지는 같은 미사 통상문을 바탕으로 하지만, 가사를 대하는 방식과 합창ㆍ독창ㆍ관현악의 쓰임,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뚜렷하게 다르다. 한 공연에서 두 작품을 차례로 들으며 같은 기도문이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견줄 수 있다.

 

 

1부에서 연주하는 베토벤의 <미사 C장조>는 1807년에 완성된 그의 첫 번째 미사곡이다. 하이든의 오랜 후원자였던 니콜라우스 2세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의뢰로 작곡됐으며, 에스테르하지 가문이 해마다 후작 부인의 영명축일을 기념해 새로운 미사곡을 연주하던 전통에서출발했다.앞서 하이든이 이 행사를 위해 여섯 편의 미사곡을 남긴 만큼 베토벤은 자연스럽게 스승 하이든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1807년 9월 13일 아이젠슈타트에서 열린 초연에서 후작의 호평을 받지는 못했지만, 베토벤은 당시 궁정에서 익숙했던 화려하고 장엄한 미사곡과는 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독창자를 오페라의 주인공처럼 앞세우기보다 합창과 긴밀하게 연결하고, 미사 통상문을 인간의 감정이 움직이는 음악으로 풀어냈다. 훗날 <장엄미사(Missa Solemnis)>로 이어지는 베토벤 종교음악의 중요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미사 C장조>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C장조의 ‘키리에’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글로리아’에서는 빠른 템포와 힘찬 합창이 등장하다가 죄와 자비를 노래하는 대목에서 어두운 분위기로 바뀌며, ‘크레도’에서는 성육신과 십자가, 부활을 따라 음악의 표정이 크게 달라진다. 마지막 ‘아뉴스 데이’에서는 C단조의 불안한 음 악과 평화를 구하는 C장조의 선율이 교차한다. 특히 종결부에 첫 악장 ‘키리에’의 주제가 다시 나타나면서 처음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와 마지막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이어진다. 작품은 승리감 넘치는 결말보다 조용한 음향으로 끝나며, 베토벤이 그린 평화의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2부의 슈베르트 <미사 제6번 E♭장조>는 베토벤의 작품으로부터 21년 뒤인 1828년,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에 완성한 마지막 라틴 미사곡이다. 600곡이 넘는 가곡에서 보여준 서정적인 선율과 후기 작품의 긴 호흡, 전통적인 대위법이 함께 나타난다. 정확한 작곡 계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빈 알저 그룬트 삼위일체교회의 합창지휘자였던 미하엘 라이터마이어와 이 교회에서의 연주를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베르트는 그해 11월 세상을 떠나 자신의 미사곡이 연주되는 것을 듣지 못했다. 초연은 이듬해인 1829년 10월 4일 삼위일체교회에서 열렸으며, 그의 형 페르디난트 슈베르트가 지휘했다.

 

 

 

슈베르트의 작품에서는 합창의 비중이 특히 크다. ‘키리에’와 ‘글로리아’에는 독창자가 등장하지 않으며, ‘크레도’의 ‘Et incarnatus est(육신을 취하시고)’에 이르러서야 개인의 목소리가 처음 들린다. 두 명의 테너와 소프라노가 만드는 서정적인 3중창 뒤에 십자가의 고통을 노래하는 합창이 이어지고, ‘글로리아’와 ‘크레도’, ‘상 투스’ 곳곳에서는 규모가 큰 푸가가 펼쳐진다. 마지막 ‘아뉴스 데이’에서는 다단조의 어두운 합창과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Dona nobis pacem)”라는 부드러운 선율이 번갈아 나타난다. 평화의 선율이 등장한 뒤에도 어두운 음악은 사라지지 않으며, 두 분위기가 마지막까지 맞닿아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1807년의 베토벤과 1828년의 슈베르트. 두 작품 사이에는 21년이라는 시간이 놓여 있다. 베토벤은 자신만의 작곡 어법이 뚜렷해지던 시기에 첫 미사곡을 썼고, 슈베르트는 삶의 마지막 해에 마지막 미사곡을 남겼다. 흔히 베토벤을 떠올릴 때는 힘찬 교향곡과 강한 의지를, 슈베르트를 떠올릴 때는 아름다운 가곡과 서정성 을 생각하지만, 두 미사곡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베토벤은 독창과 합창을 긴밀하게 연결해 개인적인 기도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슈베르트는 서정적인 선율을 장대한 합창과 엄격한 대위법 안에 놓는다. 같은 기도문을 두 사람이 어떤 화성과 선율, 합창의 방식으로 풀어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 연주회의 중요한 감상 핵심이다.

 

 

이번 연주회는 국립합창단 단장 겸 예술감독 민인기가 지휘하고 국립합창단과 국립합창단 청년교육단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오르간은 양하영이 맡는다. 독창자는 국립합창단의 단원으로 구성했다. 베토벤 <미사 C장조>에는 소프라노 정경임, 알토 최윤정, 테너 박의준, 베이스 김문섭이 출연하며, 슈베르트 <미 사 E♭장조>에는 소프라노 이은보라, 알토 김세미, 테너Ⅰ 김종갑, 테너Ⅱ 최성철, 베이스 정태준이 출연한다. 각 작품의 독창과 합창을 국립합창단 구성원들이 함께 맡아 두 미사곡의 서로 다른 성격을 들려준다.

 

국립합창단 제209회 정기연주회 <베토벤&슈베르트>의 티켓은 R석 7만 원, S석 5만 원, A석 3만 원이며 예술의전당과 NOL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공연시간은 쉼 시간 15분을 포함해 110분이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다. 경로우대ㆍ문화누리카드 소지자ㆍ초ㆍ중ㆍ고등학생 등은 50%, 국립합창단 유료회원과 대학생은 4 0%, 문화릴레이ㆍ예술인패스ㆍ서울주보 등 해당 대상자는 20% 에누리 받을 수 있다. 세부 할인 조건과 증빙사항은 예매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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