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계양일노래, 당당하게 깨어나다

  • 등록 2026.09.14 1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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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일노래> 9월 13일 계양아라온 수변무대에서 화려하게 막 올려
지역 원로 구술과 서광일 박사의 학술연구를 바탕으로 복원
두레ㆍ백중놀이 등 계양 농경공동체의 삶 무대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이 왔네 봄이 왔네 계양뜰에도 봄이 왔네

앞 남산 동산에는 개나리 진달화 만발하네

날 버리고 가시는 님 가고싶어 가나요

육십이 머댔더니 오고 보니 백발일세

우리 인생 한번가면 다시 오지 않으리라

우리 집 서방님은 소금 캐러 간다네

바람아 불어라 석달 열흘만 불어라

놀아보세 놀아보세 얼씨구 좋다 놀아보세

못잊갔소 못잊갔소 까치도령님 못잊갔소

풍년이 온다네 풍년이 와 올해 농사도 풍년일세

 

위 노래는 계양산국악예술단의 <계양일노래> 가운데 ‘모찌기 소리’ 가사다. “못잊갔소 못잊갔소 까치도령님 못잊갔소 / 풍년이 온다네 풍년이 와 올해 농사도 풍년일세” 재미난 가사다. 이 노래가 계양산국악예술단(단장 김탄분)이 어제 9월 13일(일) 낮 3시 인천 계양구 장기동 계양아라온 수변무대에서 2026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울림 <계양일노래, 다시 깨어나다> 공연에서 부른 것이다. 이번 공연은 2026년 계양구 문화예술단체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마련되었고, 인천광역시 계양구ㆍ사단법인 국악진흥회 인천광역시지부ㆍ계양문화원이 후원했다.

 

 

계양일노래는 계양산과 부평평야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주민들이 두레를 조직해 함께 농사를 지으며 불렀던 농요다. 한 사람이 소리를 메기면 여러 사람이 받아 부르는 선후창 방식으로 노동의 호흡을 맞췄으며, 모찌기ㆍ모심기ㆍ김매기 등 실제 논농사의 과정과 밀접하게 결합해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로 농촌 공동체와 농경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실제 생활현장에서의 전승이 단절됐다.

 

다남동ㆍ이화동 원로들의 기억에서 복원의 실마리를 찾아

 

이번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 것은 계양구 다남동과 이화동 등에서 3~4대에 걸쳐 현재까지 농사를 이어오고 있는 지역 원로들의 구술자료다.

 

전칠석ㆍ전경복ㆍ오세덕ㆍ이경호ㆍ이한종 등 원로들의 기억 속에는 농기를 앞세운 두레패의 모습과 “줄 넘어가요”, “오라이” 등의 모내기 작업 구령, 애벌ㆍ두벌ㆍ세벌매기로 이어지는 김매기, 농악과 공동체 놀이 등 계양의 옛 농경문화가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이러한 구술자료를 서곶들노래ㆍ부평두레놀이ㆍ김포통진두레놀이 등 인접한 부평평야권 농요와 비교ㆍ분석하여 계양일노래의 가설적 복원 구조를 마련했다.

 

 

 

 

특히 이번 복원은 단순히 다른 지역의 농요를 가져와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계양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의 기억을 중심에 놓고 동일한 농경문화권의 농요를 견줘 사라진 계양의 일노래와 연행 구조를 되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복원과 학술연구를 맡은 국가무형유산 남사당놀이 이수자이자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인 서광일 박사는 구술자료와 음악적ㆍ연행적 비교분석을 토대로 복원의 학술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러한 연구는 「계양일노래의 가설적 복원과 문화권적 위치-부평평야권 농요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연구로 이어져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의 2026년 상반기 학술논문으로 등재되는 성과를 거뒀다.

 

공연 시작 전 계양구의회 문미혜 의장, 인청광역시의희 환경교통위원회 조성환 위원장, 신선호 계양문화원장이 축사를 했으며, 복원과 학술연구를 맡은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가 ‘계양일노래’ 복원의 의미를 짚어주었다.

 

 

모찌기에서 백중놀이ㆍ대동놀이가 곧 공연

 

공연은 실제 벼농사의 흐름을 따라 무대에 올렸다. 풍물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풍년기원 대동고사를 먼저 했다. 이후 모찌기, 모심기, 새참먹기, 애벌매기소리, 두벌매기소리, 세벌매기소리, 백중놀이, 볏단묶기, 줄갈이소리, 대동놀이로 이어지며 계양지역 농경공동체의 한 해를 무대 위에 펼쳐냈다.

 

이 가운데 음력 7월 보름 백중놀이는 계양일노래의 공동체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으로 고된 농번기를 함께 보낸 사람들이 음식을 나누고 풍물굿을 하며 즐겼던 공동체 축제를 씨름 퍼포먼스와 민요, 버꾸춤, 농부가, 진도북놀이 등으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공연의 마지막에는 출연진이 함께하는 대동놀이로 풍년과 공동체의 화합을 비손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계양을 비롯한 마을의 두레 활동은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

 

이번 공연을 만든 산파역 계양산국악예술단 김탄분 단장은 “모찌기, 모내기, 김매기, 볏단묶기와 쌓기 등 벼농사 과정에서 선조들이 부르던 삶의 노래를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특히 마을 원로들의 생생한 증언과 고증을 바탕으로 더욱 실감 나게 담아냈습니다. 따라서 계양을 비롯한 마을의 두레 활동은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입니다.”라고 말했다.

 

 

 

계양산국악예술단 김탄분 단장은 공연을 이끄는 동시에 모찌기ㆍ모심기ㆍ세벌매기소리의 선창자로 직접 참여했다. 또한 무대에는 계양산국악예술단을 비롯해 풍물단, 몽혼예술단, 진도북놀이팀 등 30여 명의 출연진이 올랐다.

 

서광일 박사는 “계양일노래의 복원은 사라진 노래 한 곡을 되살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3~4대에 걸쳐 계양의 땅을 일구며 함께 일하고 먹고 노래하고 놀았던 주민들의 삶과 공동체 정신을 되찾는 일”이라며 “지역 원로들의 기억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학술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계양일노래 전승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지역 원로들의 구술과 기억을 학술적으로 기록ㆍ복원하고, 그 성과를, 공연을 통해 시민과 공유한 뒤 다시 지역사회 전승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계양일노래는 과거 농경사회의 노동요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계양의 농경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오늘의 시민과 미래세대가 함께 이어가는 살아 있는 생활문화유산으로 새로운 전승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우연히 수변무대에 왔다가 ‘계양일노래’를 봤다는 한수일(57, 계산동) 씨는 “계양 주민으로서 내가 사는 ‘계양’에 이런 소중한 문화 자산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럽다. 이제부터라도 ‘계양일노래’를 모든 구민은 물론 온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알렸으면 좋겠다. 우리 고장에도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음에 가슴이 뿌듯해진다.”라고 말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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