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양'을 토박이말로 하면?

  • 등록 2026.09.14 1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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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는 사람도, 조금 먹는 사람도 모두 나타낼 수 있어요
[오늘의 토박이말]먹새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랫동안 글을 싣지 못했습니다. 기다려 주신 여러분들께 죄송하고 고맙다는 말씀 먼저 올립니다.  오늘부터 새롭게 이어지는 토박이말 이야기도 많이 봐 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우리말의 결을 살려 마음을 보듬는 ‘토박이말 결지기’입니다.
 



앞서 여러 사람이 돈을 나누어 내어 음식을 마련하고 함께 먹는 ‘도리기’라는 말을 알려드렸습니다. 여럿이 모여 먹다 보면 재미있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누군가는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도 더 먹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같은 먹거리를 앞에 두고도 먹는 양은 사람마다 참 다릅니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먹는 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먹는 양’을 나타낼 때 쓸 수 있는 우리말 '먹새'가 있습니다. 

‘먹새’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먹새’를 두 가지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음식을 먹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음식을 먹는 분량'입니다. 그러니까 ‘먹새가 좋다’, ‘먹새가 적다’라고 하면 음식을 먹는 모습이나 태도를 나타낼 수도 있고, 얼마나 먹는지를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먹성’과도 아랑곳한 말입니다. 말집(사전)에서는 ‘먹새’와 ‘먹음새’, ‘먹성’을 비슷한말이라고 풀이하고 있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참 쓸모가 많은 말입니다.

“그 사람은 먹는 양이 많아.”
“그 아이는 먹는 양이 적어.”
이렇게 말하던 자리에 ‘먹새’를 넣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먹새가 좋다.”
“그 아이는 먹새가 적다.”
조금 낯설기는 해도 말뜻은 넉넉히 어림할 수 있습니다.

도리기를 하다 보면 사람마다 먹새가 다릅니다

앞서 이야기한 ‘도리기’와 함께 생각해 보면 ‘먹새’가 더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여러 사람 모여 먹거리를 도리기로 먹습니다. 똑같이 돈을 내고 마련했지만 먹는 양은 똑같지 않습니다. 한 사람은 부침개 한 장을 먹고도 배가 부른데, 다른 사람은 두 장, 세 장을 먹고도 젓가락을 놓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국수 한 그릇도 남기는데, 누군가는 곱빼기를 먹어야 든든합니다. 

이럴 때, “사람마다 먹새가 참 다르네.” 라고 해 보면 어떨까요?
‘먹는 양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사람마다 음식을 먹는 모습까지 함께 떠올릴 수 있습니다.

‘먹새’와 ‘먹음새’는 닮았습니다

‘먹새’를 들여다보면 ‘먹음새’라는 말도 함께 떠오릅니다. ‘먹음새’ 역시 먹거리를 먹는 모양이나 태도, 먹는 분량과 아랑곳한 말입니다.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먹다 → 먹음 → 먹음새'
그리고
'먹다 → 먹새'

이렇게 먹거리를 먹는 것과 아랑곳한 말들이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먹성’이라는 말을 더 자주 쓰지만, 우리말 속에는 ‘먹새’와 ‘먹음새’처럼 같은 일을 나타내는 다른 말도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먹성’만 알고 있었다면 오늘 ‘먹새’와 ‘먹음새’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많이 먹는다고 꼭 ‘먹새’가 좋은 걸까요?

그런데 ‘먹새’를 생각하다 보니 이런 궁금증도 생깁니다. 먹새가 좋다는 것은 많이 먹는다는 뜻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먹새’에는 음식을 먹는 태도나 모양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저 먹는 양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기보다는, 음식을 먹는 모습까지 살펴 나타내는 말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양을 먹더라도 맛있게 먹는 사람이 있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사람도 있고, 조금만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먹새’라는 말은 단순한 숫자로서의 ‘먹는 양’보다 조금 더 넓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말입니다.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먹새’는 요즘 새로 만들어 낸 말이 아닙니다. 박경리 님의 《토지》에도 이런 보기가 나옵니다.

"살지고 양지바른 땅에 힘 좋고 먹새 적은 머슴 새끼나 몇 놈 붙여서…."

여기서 ‘먹새 적은’은 먹는 분량이 적은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쓰인 말을 오늘 우리의 나날 속에서 다시 만나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자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말 속에 없는 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에선가 살아 있었고, 오늘날 말집(사전)과 글 속에 남아 있는 말을 찾아 다시 써 보는 것이지요.

‘먹는 양’이 생각날 때 ‘먹새’를 떠올려 보세요

앞으로 누군가의 먹는 양을 이야기할 일이 있다면 ‘먹새’라는 말을 한번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도리기를 하다가 한 사람이 음식을 참 잘 먹으면

“저 사람 먹새가 참 좋네.”
조금만 먹는 사람에게는
“저 사람은 먹새가 적구나.”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 음식을 먹는 모습을 나타낼 때도
“먹새가 참 얌전하네.”
처럼 말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실제 쓰임에서는 문맥에 따라 ‘먹는 양’인지 ‘먹는 태도’인지 살펴서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말 하나를 알고 나면 표현할 수 있는 모습도 하나 더 많아집니다. 우리가 ‘먹는 양’이나 ‘먹성’이라고만 말하던 자리에 ‘먹새’라는 말을 하나 더 놓아 보는 것입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나누기]
여러분은 ‘먹새’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나요? 도리기처럼 여럿이 함께 음식을 먹다 보면 사람마다 먹는 양과 모습이 참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럴 때 “사람마다 먹새가 다르네.” 하고 한번 말해 보면 어떨까요?

[한 줄 생각]
먹는 모습이 저마다 다르듯, 그것을 나타내는 우리말도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 먹새
뜻: ① 음식을 먹는 태도.
    ② 음식을 먹는 분량.
비슷한 말: 먹음새, 먹성
보기: 사람마다 먹새가 달라서 같은 먹거리를 앞에 두고도 먹는 양이 다 다릅니다.
오늘 한마디: “도리기를 하다 보니 사람마다 먹새가 참 다르네요.”

 


이창수 박사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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