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게 자른 종이에 날아갈 듯 꽃 모양 그려 / 둘러친 장막 속에 밤도 낮도 모를레라. / 판맛을 거듭 보자 어느새 고수되어 / 한마디 말도 없이 천금을 던지누나. / 네 사람 마주앉아 도박판을 열고서 / 골패 여덟 짝 나누어 쥐었네 / 그 중 한 놈 좌중 향해 제 끗발 자랑하며 / 1전으로 10전을 한꺼번에 따오네.”
또 김득신의 풍속화 <골패>는 노름판의 긴박한 상황과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안경 속에 비치는 눈길, 두 손으로 골패를 감추는 자세, 허리춤에 찬 두툼한 주머니에서 당시 노름판 모습을 잘 볼 수 있습니다.
노름의 성행과 함께 당시 노름판에서는 오늘날 전문 도박꾼들의 내기 노름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행태가 벌여졌습니다. 노름에 미치면 낮이고 밤이고 본성을 잃어버리고 넋이 나간 채로 봉두난발(蓬頭亂髮, 머리털이 쑥대강이같이 흐트러짐)에다 눈이 시뻘게져서 귀신 꼴이 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였지요. 또 노름판을 열어놓고 고리로 이자를 놓거나 자릿세를 뜯는 인간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물론 결국 자신도 패가망신한다는 점에서 노름은 사람들의 삶을 망치는 일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