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은 직설적인 대답을 회피하였다.
“너무 늦은 것이냐?”
“그럴 리가 있습니까? 장군의 신념으로 시작되는 그 순간이 적기이옵니다.”
이순신은 폐부 깊숙이 새벽 공기를 들이마셨다.
“좋구나! 상쾌하다.”
김충선은 이제 자신이 꿈속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조선의 왕 선조를 상대로 이순신의 거사를 염원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막상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자 정신이 몽롱한 기분이었다.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다. 두 개의 하늘에는 분명 두 개의 태양이 존재할 것이고 그것들은 버거울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또 이순신은 말하였다. 어쩌면 하나의 하늘이 더 개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김충선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그 세 번째 하늘이었다. 대명제국(大明帝國)! 바로 조선의 주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거대한 대륙. 그리되면 사대사상에 물들어 있는 조선은 혼돈의 역사로 함몰될 것이 틀림이 없었다.
‘삼국대전(三國大戰)인가?’
조선과 일본의 임진년 전쟁은 이후 명나라의 참전으로 인하여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세력이 일본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치열한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위태로운 평화 협상이 진행되다가 기어코 근래 정유년에 일본으로부터 다시 대대적인 공세가 시작되고 있는 중이었다.
‘조선을 도모하고, 일본과 명나라까지!’
김충선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너의 표정이 밝지 않구나.”
이순신은 다소 긴장한 얼굴 표정의 김충선을 쏘는 눈빛으로 훑었다. 김충선은 그러나 여유 있게 대답했다.
“그렇게 보이십니까?”
“겁을 먹은 것이냐?”
김충선은 느닷없는 이순신의 질문에 당혹 할만도 하였으나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장군이 계시온데 어찌 겁이 날 수 있겠습니까?”
이순신은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그러냐? 하지만 이걸 어찌한다? 사실 난 겁이 나고 있다.”
이순신은 평소의 그와는 전혀 상반된 자세로 김충선을 어지럽게 하였다.
“넷? 장군...?”
이순신은 놀라고 있는 김충선의 얼굴을 가까이 끌어 당겼다.
“조선에 새 하늘을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본을 제압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다음에는 더 무서운 강적이 도사리고 있지.”
김충선은 탄식을 토해냈다.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계셨습니까?”
“물론이다. 우리의 거사에 있어서 가장 넘기 어려운 난제가 바로 명나라다. 그들은 조선의 모든 것을 사사건건 감시하고 관장하고 있다. 왕조가 바뀌는 것을 아마 명나라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김충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