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유광남 작가] 오표는 그 우리라는 것이 자신과 일패공주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김충선과 일패공주를 말하는 것인지 진짜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무슨 뜻이야?”
“김덕령의 약혼녀였습니다. 그들이 다시 해후할 것이라고는 누가 짐작했었습니까?”
“사부와 제자이기도 했어.”
오표는 잔인했다.
“그런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요점을 말해줘.”
“장예지가 살아 있다면 그건 김충선의 가슴에 또 하나의 형상이 살아있게 되는 것입니다. 공주님을 위하여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그냥 풀어준 것은. 그래서 소신이 수습하겠습니다.”
오표는 숨도 쉬지 않고 장예지를 죽인다고 말하고 있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일패공주는 몸을 돌렸다. 그녀 역시도 잔인하기에는 마찬가지였다. 오표는 그녀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해줄 일이 있다는 것이 그래도 기꺼웠다. 오표는 그녀의 등 뒤에서 읍을 한 후 의관을 착용하였다. 조선의 선비 복장은 여진, 이제는 만주라 불려야 하는 자신의 족속보다도 복잡하였다.
“장예지는 어디로 갔습니까?”
“......”
일패공주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표는 칼자루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왔다. 4월의 봄 햇살이건만 부드럽지도 따스하지도 않았다. 오표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행인들의 모습에서는 그래도 봄의 정겨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꼭 그래야만 해?”
오표의 곁으로 어느 틈에 따라 붙었는지 일패공주가 말을 탄 채로 물었다.
“소신에게 맡겨 주십시오.”
공주는 ‘그만 둬’ 하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오표는 묵묵히 걸었다. 마침내 갈림길이 그들 앞으로 나왔다. 장예지는 분명 고향인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김충선은 누르하치를 만나기 위해서 북으로 향했을 것이 자명했다. 오표의 발걸음이 남으로 내딛어 졌을 때 일패공주는 반대 방향으로 말고삐를 당겼다. 이별에 대한 예의는 없었다. 그들은 이미 그런 격식을 넘나드는 사이였다.
‘그래도 한 번 더 보아두었을 것을 그랬나?’
청계천의 수표교 쯤 걸어 내려오자 오표는 공주의 얼굴을 더 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아마 봄바람이 찰랑거리는 물결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순신은 아들 울을 통해서 김충선이 여진, 만주로 떠났음을 확인 하였다.
“그래. 다른 말은 없었느냐?”
“홍의장군 곽재우 의병장을 뵙고, 각 의병진을 둘러봐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이순신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의병들은 곧 민심이니라.”
장남인 이회가 낮은 목소리를 말했다.
“순천으로 향하는 도중에 곽장군과 해후를 하심이 어떻습니까?”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