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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가 말한 난세의 품격

지혜로운 이는 스스로 담금질할 줄 안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311]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세상은 거대한 파도와 같아서, 때로는 감상적인 이상(理想)만으로는 그 물결을 다스릴 수 없습니다. 한비가 우리에게 건네는 통찰은 차갑고도 단단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심(利己心)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보이지 않는 관계의 역학을 읽어내는 것. 그것은 비정함이 아니라, 오히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준엄한 생존의 기술입니다.

 

우리는 흔히 진심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영혼에 너무 깊숙이 발을 들여놓곤 합니다. 하지만 한비는 말합니다. 상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될 거꾸로 선 비늘, 곧 '역린(逆鱗)'이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진정한 처세는 상대의 비위를 맞추는 아첨이 아니라,

그가 가진 고유한 경계를 존중하는 절제에서 시작됩니다.

말의 무게를 다스리고 침묵의 때를 아는 것,

그것은 타인을 향한 가장 고결한 배려이자

나를 화(禍)로부터 보호하는 단단한 성벽입니다.

 

세상은 단 한 순간도 멈추어 있지 않습니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고,

한때 나를 구원했던 방식이 이제는 나를 옥죄는 굴레가 됩니다.

 

과거의 영광이라는 그루터기에 앉아 우연한 행운을 기다리는 수주대토(守株待兔)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변화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흐름에 맞춰 스스로 부단히 쇄신하는 자만이, 낡은 관습의 늪에 빠지지 않고 대양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유연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현실을 읽는 안목은 곧 삶을 조각하는 정교한 도구입니다.

 

가장 훌륭한 처세는 타인을 다루기 전에 나 자신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내 안의 상과 벌을 명확히 하고,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원칙에 몸을 맡길 때 삶의 중심은 비로소 단단해집니다.

세상의 소란에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은, 지혜로운 이는 세상의 온도를 탓하기보다,

스스로 담금질하여 어떤 추위에도 꺾이지 않는 푸른 나무를 선택합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규율을 부여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