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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들어총’ 조형물 터의 매장문화재 조사와 그 진실은

허민 국가유산청장께 드리는 공개 질의서

[우리문화신문=김슬옹 교수]  청장님, 안녕하십니까?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의 ‘받들어 총 조형물에 대해 서울 시민의 자격으로, 그리고 광화문광장 바로 옆 사무실에서 거의 날마다 공사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의 자격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청장님께서는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전공하신 분이십니다. 땅속에 묻힌 시간의 켜를 누구보다 잘 읽어내실 분이 국가유산을 책임지고 계신다는 사실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기대를 품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부터 광화문광장 한복판, 세종대왕 동상 바로 옆에 들어선 ‘감사의 정원’ 곧 ‘받들어총’ 조형물 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곳 땅속에서 무엇이 나왔고, 무엇이 어떻게 처리되었습니까?

 

1. 600년 육조거리 한복판, 그런데 유물이 한 점도 없었습니까?

 

아시는 대로 ‘감사의 정원’이 들어선 자리는 조선 600년 동안 국가 행정의 심장부였던 ‘육조거리(六曹大路)’의 한복판입니다. 의정부ㆍ이조ㆍ호조ㆍ예조ㆍ병조ㆍ형조ㆍ공조, 그리고 사헌부ㆍ삼군부ㆍ중추부가 줄지어 있던 그 자리입니다.

 

바로 인접한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 때(2019~2021년) 시굴ㆍ정밀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청장님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 결과 사헌부 추정 문터ㆍ행랑ㆍ담장ㆍ우물, 삼군부 외랑 추정 유구, 형조ㆍ공조ㆍ중추부 영역의 건물지, 육조거리 남북 배수로, 그리고 16~18세기에 걸친 분청자ㆍ백자편과 기와 조각이 줄줄이 출토되었습니다. 감사의 정원에서 30여 미터 옆에 있는 사헌부 문터 발굴만 서울시가 세운 안내 새김돌에 의하면 2020년 10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무려 8달 걸렸습니다. 일부 유구는 그대로 보존ㆍ전시 조치되었고, 나머지는 복토 보존되었다고 공식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묻습니다. 그 발굴 구간과 맞붙어 있는 ‘감사의 정원’ 터(세종로공원 앞ㆍ세종대왕 동상 옆)에서는 정말 단 한 점의 유구도, 단 한 조각의 유물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필자는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 바로 옆 사무실에서 근무한 덕분에 거의 날마다 공사장 주변을 기웃거렸습니다. 그런데 현장은 철통같이 막혀 있어 내부를 들여다볼 길이 없었습니다. 보통 서울 도심에서는 옛 집터의 돌만 한두 개 나와도 공사가 몇 달씩 지연됩니다. 그런데 600년 육조거리의 한복판에서는 어떤 보고도, 어떤 지연도, 어떤 학술 설명회도 없었습니다. 시민으로서 이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질의 ①. ‘감사의 정원’ 터에 대한 매장문화재 사전 지표조사ㆍ시굴조사ㆍ정밀발굴조사가 시행된 일자와 그 보고서를 공개해 주십시오.

 

 

2. 유물이 나왔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습니까?

 

만약 유구나 유물이 나왔다면 그것은 어떻게 처리되었습니까? 인접 구간에서는 사헌부 터 문터ㆍ우물ㆍ배수로, 그리고 16세기 자기 조각ㆍ기와 조각이 무더기로 나왔는데, 단 몇 발짝 떨어진 터에서만 ‘아무것도 없었다’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입니까? 청장님께서 지질학자이니, 누구보다 잘 아실 것입니다. 같은 지층, 같은 때, 같은 토양에서 한쪽은 풍부한 유물이 나오고 한쪽은 무(無)라는 것은 자연과학의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혹시 유구가 나왔는데도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이미 교란된 층위’로 분류되어 약식 조사로 끝낸 것은 아닙니까? 혹은 표본 채집만 하고 그대로 콘크리트 기초를 친 것은 아닙니까? 6.25m 높이의 화강암 기둥 23개를 세우려면 기초 굴착 깊이가 상당했을 텐데, 그 굴착 과정에서 드러난 토층과 유구는 어떻게 기록되었습니까?

 

질의 ②. ‘감사의 정원’ 부지 굴착 과정에서 확인된 유구ㆍ유물의 목록, 사진 자료, 처리 방식(현지 보존ㆍ이전 보존ㆍ기록 보존)에 대한 모두 자료를 공개해 주십시오.

 

3. 매장문화재법은 제대로 지켜졌습니까?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3만㎡ 이상의 건설공사에 대해 사전 지표조사를 의무화하고 있고, 공사 중 유구가 확인되면 즉시 공사 중지와 정밀발굴조사를 요구합니다. 광화문광장은 2019~2021년 발굴 당시 이미 ‘매장문화재 다량 발견 지역’임이 입증된 자리입니다.

 

그런데 ‘감사의 정원’ 사업은 국토교통부로부터 「국토계획법」과 「도로법」 위반으로 2026년 2월 공사 중지 사전 통지까지 받았던 사업입니다. 도시계획 절차조차 제대로 밟지 않은 사업에서 매장유산 보호 절차가 온전히 지켜졌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질의 ③. ‘감사의 정원’ 사업과 관련해 국가유산청이 검토ㆍ승인ㆍ입회ㆍ자문한 모든 행정 절차의 일자와 내용을 시간순으로 공개해 주십시오. 특히 사전 지표조사 의무 대상이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밝혀 주십시오.

 

4. 왜 시민에게 알리지 않았습니까?

이 사업에 투입된 시민 세금은 약 206억 원입니다. 한글문화연대의 2025년 11월 여론조사에서 시민의 82.3%가 “감사의 정원 사업을 오늘 처음 들었다”라고 답했습니다. 사업 자체도 그렇거니와, 그 터의 매장문화재 조사 결과는 더더욱 시민에게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바로 옆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에서는 발굴 유구를 그대로 보존ㆍ전시하여 시민이 600년 전 조선의 흔적을 직접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같은 광장, 같은 육조거리인데, 한쪽은 유구 전시장이 되고 한쪽은 ‘받들어총’ 콘크리트 기단이 된 까닭은 무엇입니까? 그 차이를 설명해야 할 책임은 국가유산청에 있다고 봅니다.

 

질의 ④. ‘감사의 정원’ 터의 매장문화재 조사 결과를 시민과 학계에 공개하는 학술 보고회 또는 자료 공개 일정을 마련해 주십시오.

 

5. 청장님께서 답하셔야 할 까닭

 

청장님께서는 취임 뒤 “개발과 조화를 이루는 국가유산 보존”과 “세계유산영향평가 제도 정착”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셨습니다. 종묘ㆍ태릉 개발에도 “모두 같은 기준”을 적용하시겠다고 공언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광화문광장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광화문광장은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닙니다. 경복궁ㆍ종묘와 한 몸을 이루는 조선 도성의 핵심 공간이며, 세계인이 가장 먼저 한국의 역사를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의 땅속 600년 기록이 ‘받들어총’ 23개의 기단 아래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시민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청장님께서는 공룡 발자국 화석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으셨던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같은 자세로, 600년 육조거리의 흔적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시민 앞에 소상히 밝혀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질의서는 한 시민의 개인적 호기심이 아닙니다. 광화문광장이 한 사람의 정치적 치적을 위한 사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공공 공간이며, 그 땅속의 시간 또한 모든 시민의 공동 자산이라는 믿음에서 드리는 공식 질의입니다.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 한글날 제정 100돌이 되는 해입니다. 이 뜻깊은 해에, 광화문광장 땅속 600년의 진실이 시민에게 온전히 돌아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