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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70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흔히들 골프가 인생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골프를 치면서 인생을 배운다고 말한다. 어느 점에서 인생을 배울 수가 있을까? 사람마다 해설이 다를 수가 있겠으나, K 교수의 경험으로는 골프나 인생이나 마무리가 중요하다. 골프에서는 퍼터(주: 골프에서 그린에 올린 공을 홀을 향하여 칠 때에 사용하는 짧은 골프채)를 잘해야 그 홀을 성공한다.

 

드라이버(주: 골프에서 가장 거리가 많이 나는 긴 골프채)를 잘 쳐도 퍼터에서 실수하면 그 홀은 실패로 간주한다. 아마추어들은 골프 연습장에 가면 드라이버만 열심히 연습한다. 연습장에서 퍼터 연습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그러나 프로 선수들은 실제로는 드라이버보다 퍼터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가 2011년에 쓴 《How I play Golf》라는 책을 읽어보면 제1장은 퍼팅에 관한 설명이다.

 

 

“드라이버는 멋, 퍼터는 돈”이라는 말이 있다. 드라이버는 멋있는 폼으로 세게 치면 거리가 200m 이상 나가니 기분이 후련하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퍼터는 10m 이내 거리에서 살짝 밀어야 하니 호쾌한 기분을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점수로 보면 드라이버나 퍼터나 똑같이 한 타에 1점이다. 거리와는 무관하게 점수의 비중은 똑같은 것이다. 매 홀은 드라이버로 시작해서 퍼터로 끝난다. 아무리 시작이 좋아도 마무리를 잘하지 못하면 그 홀은 실패로 기록된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기업인은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데, 매번의 사업에서 시작도 잘해야 하지만 끝마무리 역시 잘해야 한다. 마무리를 잘하려면 대범하기보다는 세심해야 한다. 꼼꼼히 잘 챙겨야 사업을 성공시킬 수가 있다. 교수가 수행하는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교수는 업적평가를 대비하여 새로운 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해야 한다. 연구 과제를 따려면 제안서를 멋있게 잘 써야 한다. 별것 아닌 아이디어라도 그럴듯하게 잘 포장하고 심사위원들 앞에서 브리핑도 잘 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의 성패는 마지막 마무리에 달려 있다. 대학원 학생을 잘 관리하지 못하여 연구보고서 마감 시간을 놓치면 연구는 실패로 돌아간다. 시간에 쫓기거나 실험 결과가 잘못 나와서 연구보고서의 결론 부분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그 연구 역시 실패로 돌아간다. 시작 못지않게 마무리가 중요한 것이다. 골프에서 얻을 수 있는 인생의 교훈이다. ‘유종의 미’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법정 스님이 2008년에 쓴 마지막 책의 제목은 ‘아름다운 마무리’이다.

 

 

법정 스님은 아름다운 마무리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썼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은 포기가 아니라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요,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함으로 자신을 채우는 것이다.”

 

K 교수는 드라이버와 퍼터에 관해서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문득 연애도 골프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3월 제비꽃이 필 무렵에 호기심에서 시작된 미스 K와의 만남은 이제 마무리 단계가 되었다. 공과대학의 여러 교수는 K 교수와 미스 K의 관계가 보통 관계가 아니라고 쑥덕거린다. 뭐가 있는 것 같다고. 평범한 관계는 아닌 것 같다고. K 교수가 “사실은 실속이 없다”고 말해도 교수들은 믿지를 않는다.

 

K 교수가 스스로 평가해 보아도 미스 K와의 관계는 시작이 근사했다. 여건이 좋았다. K 교수는 학교 후문 근처 전원주택에 살기 때문에 다른 교수들이 다 퇴근한 밤중에 여러 차례 찾아가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손까지는 잡아 보았다. 그렇다고 아직 성공한 것은 아니다. 골프로 견주면 공을 그린(주: 골프에서 한 홀을 마무리하는 영역으로서 아주 짧은 잔디가 깔려있고 가운데에 구멍이 있다)에 올린 단계까지 왔다. 이제 마지막으로 퍼팅이 남았다. 퍼팅을 한 번에 끝내야 마무리를 잘하고 성공할 것이다. 지나치면 실패하고 모자라도 실패한다. 떨리지만 떨지 말아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공을 잘 밀어야 한다.

 

앞 팀이 빠지지 않아 골프의 진행이 지체되자 K 교수는 자기가 아는 골프 유머 하나를 소개했다. 어느 날 신부님이 사장님과 골프를 치게 되었다. 사장님은 회사 임원 두 사람을 동반하여 골프장에 나갔다. 사장님은 회사 내에서 악명 높은 나쁜 고용주였다. 정규직 사원을 줄이고 계약직을 늘렸다. 봉급은 쥐꼬리만큼만 줬다. 불공정한 고용 계약서를 강요했다. 누구든지 조금이라도 눈 밖에 나면 인정사정 보지 않고 잘라버렸다. 노조위원장을 비롯하여 노조 간부 6명을 한꺼번에 해고시킨 적도 있었다. 신부님이 동행한 임원에게 슬쩍 물어보니 그 회사에서는 사장님 한 사람만 행복하고 나머지 사원들은 모두 행복하지 않단다.

 

골프 중간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하였다. 번쩍, 우르릉 쿵 쾅... 신부님은 하느님에게 기도를 드렸다. “나쁜 사장님에게 벌을 주시옵소서.” 번쩍, 우르릉 쿵 쾅... 기도 응답이 이루어져 번쩍 번개가 치면서 벼락이 떨어졌는데, 그만 신부님이 쓰러졌다. 그러자 구름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제기랄, 슬라이스(주: 골프에서 클럽으로 친 공이 자꾸만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현상)가 났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