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추사 김정희의 말년 과천 시절 유묵인 〈시고(詩稿)〉 2점 일괄은 오는 23일 저녁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 <제193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된다. 이 시고는 남송의 시인 육유의 시구를 추사 특유의 거침없고 힘 있는 필치로 써 내려간 명작이다. 본래 작품이 담겼던 족자 함에는 당대 으뜸 서예가 김응현이 적은 ‘완당해서칠언대련’이라는 구절과 함께, 이 작품이 구한말의 정치가이자 서화가인 운미 민영익의 구장품이었던 내력이 기록되어 그 역사적 값어치를 더한다.
추사가 서두에 '노연(老蓮)을 위해 쓰다'라고 밝힌 이 글은, 청대 서화가인 ‘진홍수(陳洪綬, 1598-1652)’에 대한 존경 또는 동시대 교유했던 ‘석연 이공우(李公愚, 1805-1877)’에게 선물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특히 과감한 필획의 굵기 변화와 깊은 필묵에는 노년기 추사 서예 미학의 원숙한 정수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한 <제193회 미술품 경매> 고미술품 마당에는 기호학파의 대표적 유학자이자 항일운동가인 ‘간재 전우田愚, 1841-1922’의 모습을 담은 수작이다. 채용신 특유의 세밀한 필치로 얼굴의 피부 결과 수염 한 올까지 정교하게 묘사해 인물의 생동감을 극대화한 이 작품은, 전통 초상화의 형식미와 근대적 사실주의를 완벽하게 결합한 채용신 초상화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배경과 장식을 최소화하고 인물의 형상에만 집중한 화면 구성을 통해 평생 학문에 정진한 유학자의 고고한 인품과 지조 있는 항일운동가로서의 면모를 깊이 있게 드러낸다.
이날 경매에는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 미술가 천경자의 압도적인 대작 〈시장〉(1964년 작)이 경매 시장에 처음 출품되어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출품작은 천경자 특유의 강렬하고 동양화적인 표현력과 몽환적인 색채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수작이다. 천경자의 1964년 작〈시장〉은 화면을 관통하는 청색조를 주조색으로 삼아, 현실의 풍경을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해석한 대형 채색화다. 화면 가득 복수의 인물과 사물을 배치한 채색화는 작가의 전체 작품 세계에서 매우 드문 사례다.
이 작품은 1969년 본격적인 나라 밖 여행을 떠나기 전, 1960년대 전반 천경자 화백의 화풍과 독창적인 조형 실험을 보여주는 핵심 전환기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화의 전통 채색 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서양화적인 색면 구성과 표현성이 강하게 드러나며, 당시 작가가 겪은 개인사적 불안과 갈등을 극복하려는 내면의 정서가 감각적인 색채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1964년 옥인동 시절 천경자 화백의 화실 사진 속에 이 작품이 배경으로 등장해, 제작 당시의 상황을 증명하는 사료적 값어치와 소장 값어치를 한층 더 높인다.
그 밖에도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이자 현대 미디어아트의 지평을 확장한 백남준은 〈세종대왕〉에서 세종을 단순한 역사적 인물이 아닌 창조성과 융합의 상징으로 재해석한다. 현대적 매체와 기술을 통해 세종의 정신을 새롭게 환기하며, 과거와 미래, 인문과 과학이 공존하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작품 속에 담아냈다. 이번 출품작은 가격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0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백남준의 에디슨 로봇 작품이 시작가 2억 원에서 3억 5천만 원에 낙찰된 바 있어, 이번 출품작의 시작가는 시장 흐름 대비 매력적인 진입점으로 평가된다.
앤디 워홀의 1970년 작 〈플라워(Flowers)〉도 이번 경메에 출품되는데 잡지에 실린 사진을 바탕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평면적인 색채와 반복 구조 속에 재구성한 대표작이다.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제193회 미술품 경매》에는 근현대 미술, 고미술 마당을 아우르는 작품 모두 127랏(Lot)이 출품되며, 낮은 추정가 총액은 약 110억 원 규모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옥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