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홍차(紅茶)
녹차가 어찌 홍차가 되었나 (돌)
동서양의 거리 그 입맛이지 (달)
좋은 물맛은 어디나 정화수 (심)
오감 통해 나 보는 방편일 뿐 (초)
... 25.2.20. 불한시사 합작시
녹차는 어찌 홍차가 되었나. 녹차에서 홍차로, 동서양을 잇는 한 잔의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차(茶)의 역사는 대략 5천 년 전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전설 속의 신농씨가 끓는 물에 떨어진 찻잎을 마신 뒤 그 효능을 발견하였다는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널리 전해지고 있다.
초기의 차는 음료가 아니라 약초였다. 이후 불교와 도교의 수행 문화 속에서 정신을 맑게 하는 수양의 도구가 되었고, 당나라와 송나라에 이르러서는 문인과 선승들의 풍류 문화로 발전하였다. 특히 육우가 저술한 《다경(茶經)》은 차 문화를 체계화한 첫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초기 중국인들이 마신 차는 대부분 비발효차인 녹차 계통이었다. 그러나 명나라 이후 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찻잎을 산화ㆍ발효시키는 방법이 등장하였다. 그 결과 우롱차, 보이차, 홍차 등이 차례로 발전하였다. 오늘날의 홍차는 주로 17세기 전후 중국 복건성과 무이산 일대에서 체계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의 "Tea"는 중국어 "茶(차)"에서 유래한 것이 정설에 가깝다. 다만 중국 각 지방의 발음 차이로 인해 두 갈래로 전파되었다. 육로 실크로드를 따라 서쪽으로 전해진 경우 차(茶)가 "차(Cha)"로 발음되어 러시아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등에 남았으나 해상무역을 따라 전해진 경우 복건성 민남어 발음 "테(Tê)"가 전달되어 네덜란드어 "Thee", 영어 "Tea" 프랑스어 "Thé"로 발음된다. 곧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언어에서 차를 뜻하는 말은 "Cha" 계열 또는 "Tea" 계열로 나뉘는데, 모두 중국의 차(茶)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에 차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7세기 무렵이다. 특히 영국 동인도회사가 중국 차를 대량 수입하면서 영국 사회에 차 문화가 확산했다. 흔히 "녹차가 먼 해로의 배 안에서 변질되어 그것을 버릴 수 없어 덖은 것이 홍차가 되었다"라는 이야기는 민간에 널리 전해지는 흥미로운 설화이지만, 현재 학계의 정설은 아니다. 실제로 홍차는 운송 중 우연히 썩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중국의 제다인들이 의도적으로 산화 과정을 이용하여 개발한 차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러한 전설이 생긴 이유는 이해할 만하다. 당시 영국으로 가는 배는 중국에서 출항하여 희망봉을 돌아 몇 달씩 항해해야 했다. 녹차는 습기와 온도 변화에 약하여 장거리 운송 중 품질이 쉽게 변하였다. 반면 홍차는 발효 과정을 거쳐 저장성과 내구성이 뛰어났고, 긴 항해에도 향과 맛을 비교적 잘 유지하였다. 결국 영국 상인들은 자연스럽게 홍차를 선호하게 되었고, 이것이 영국 홍차 문화의 기초가 되었다.
18세기 이후 영국은 세계 가장 큰 차 소비국이 되었다. 처음에는 중국에서만 차를 수입했지만 무역 적자가 심해지자, 영국은 인도 아삼 지방과 다르질링에서 대규모 차 재배를 시작하였다. 이후 인도 홍차와 실론(현재의 스리랑카) 홍차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영국식 밀크티 문화도 이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동양에서는 차를 통해 마음을 닦고, 서양에서는 차를 통해 사교와 휴식을 즐겼다. 그러나 차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잔의 물에 잎을 우려 자연의 기운을 마시는 일이며, 바쁜 마음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그래서 불한시사의 합작시가 말하듯, "녹차가 어찌 홍차가 되었나"에 "동서양의 거리 그 입맛이지"로 답할 수 있는 것이다.
차는 녹차든 홍차든, 결국 동양과 서양을 이어 준 문명의 다리였다. 그리고 "Tea"라는 이름 속에는 지금도 중국의 "차(茶)"가 살아 있으며, 수천 년을 이어 온 인류 차문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라석 차문화수필 "녹차는 어찌 홍차가 되었나"에서 발췌하다. 26.6.20. 대만에서 옮김).
|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