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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정치, 사람을 향한 뜨거운 사랑

수원 화성을 쌓을 때 백성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었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315]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밤공기가 차가운 창경궁의 서재, 집경당의 촛불은 꺼질 줄 모릅니다.

그 불빛 아래 앉은 정조의 시선은 화려한 궁궐이 아닌,

백성들의 거친 손마디와 이름 없는 이들의 고단한 숨소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의 사랑은 아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뒤주 속에서 스러져간 아버지의 비극을 눈으로 보고 자란 소년은,

증오 대신 세상의 모든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자신이 겪은 지독한 외로움을 타인의 온기로 바꾸려 했던 정조에게,

백성은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족이었습니다.

 

정조는 스스로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라 불렀습니다.

하늘의 달이 만 개의 시냇물을 차별 없이 비추듯,

그의 사랑은 신분과 처지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서얼들에게 규장각의 문을 열어 재능을 펼치게 했고, 노비들의 가혹한 처우를 개선하며 그들의 인간적 존엄을 고민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보살피는 자휼전칙(정조가 흉년 등으로 인해 구걸하는 아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제정하여 온 나라에 반포한 우리나라 처음 독립된 아동복지법령서)을 세울 때는 마치 자식을 걱정하는 어버이의 심경으로 붓을 들었습니다.

 

정조의 인간 사랑이 가장 찬란하게 꽃핀 곳은 수원 화성이었습니다.

단순히 성곽을 쌓은 것이 아닙니다.

백성들이 무더위에 지칠까 염려하여 척서단(더위 먹은 데 먹는 약)을 내려보냈고, 성을 쌓는 이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어 강제 노역이 아닌 즐거운 상생의 현장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10년 공사를 예상했는데 백성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 2년 9개월 만에 완공되었지요.

 

 

거중기라는 기계를 도입한 까닭 또한 백성들의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돌 무게를 덜어주고자 했던 그의 세심한 배려였습니다.

"나의 기쁨은 백성의 기쁨에 있고, 나의 슬픔은 백성의 눈물에 있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을 향해 부단히 흐르던 그의 진심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마음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군주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다른 이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여겼던 정조.

그의 정치는 결국 사람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