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1 (토)

  • 구름많음동두천 29.7℃
  • 구름많음강릉 33.3℃
  • 구름많음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4.2℃
  • 맑음대구 36.9℃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3.6℃
  • 맑음부산 32.5℃
  • 맑음고창 33.7℃
  • 구름많음제주 32.8℃
  • 구름많음강화 29.9℃
  • 구름많음보은 32.0℃
  • 맑음금산 33.8℃
  • 맑음강진군 32.4℃
  • 맑음경주시 36.5℃
  • 맑음거제 32.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불한시사 합작시 81. 하지(夏至)에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하지(夏至)에

 

   5월의 남미 낙엽지던 가을 (돌)

   6월의 동지 흰눈이 내릴까 (빛)

   여기는 장마철 뜨거운 여름 (달)

   교차하는 계절 태극의 음양 (심)

 

              ... 25. 6. 22.불한시사 합작시

 

 

 

 

계절이 서로를 비추는 오월 남미의 하늘은 맑고 아름다웠다. 하지(夏至)는 북반구에서 태양이 가장 높이 떠오르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장마가 시작되고 뜨거운 여름이 무르익지만,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는 낙엽이 지고 겨울이 문을 여는 계절이다. 같은 태양 아래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계절을 살아가는 지구의 신비는 태극의 음양처럼 서로 마주 보며 하나의 질서를 이루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작년 이맘때 나는 남미 다섯 나라를 여행하였다.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아르헨티나를 돌며 문학과 예술, 그리고 자연과 문명의 깊은 숨결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한국문학과 남미 라틴문학을 주제로 세미나와 토론이 열렸다. 언어는 달라도 문학이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은 서로 다르지 않았다. 이어 남미 문학의 거장들이 잠든 기념관과 문학관을 찾아다니며, 작품이 태어난 삶의 현장을 직접 걸었다. 책으로 읽던 문학은 그곳에서 살아 있는 공기와 냄새를 지닌 문화가 되어 다가왔다.

 

페루에서는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와 마추픽추의 돌계단을 오르며 잉카문명의 숨결을 마주하였다.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고대 도시는 마치 시간이 멈춘 신전 같았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산과 하늘을 품어 안으며 살아온 지혜는 오늘의 문명에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4,000m 고지에 소금바다가 있다니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고 구름과 사람이 함께 떠 있는 거대한 거울 앞에서 현실과 환상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했다. 자연은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며, 인간은 그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절감하였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세 나라가 함께 품고 있는 이과수폭포는 대지의 심장처럼 쉼 없이 물을 토해내고 악마의 목구멍에서는 거대한 물줄기를 그대로 삼켰다. 수백 갈래 폭포가 만들어내는 굉음은 자연의 교향곡이었고, 물안개 위로 피어난 무지개는 국경조차 자연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음을 말해 주는 듯하였다.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대한 예수상은 두 팔을 활짝 벌려 세상을 품고 있었다. 높은 산 위에서 도시와 바다를 굽어보는 모습은 종교를 넘어 인류를 향한 포용과 평화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풍경은 탱고의 발상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였다. 가로수는 노랗고 붉게 물들어 낙엽을 흩날리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한창 여름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곳은 깊어가는 가을이었다. 크리스마스에는 꽃이 피고, 오뉴월에는 가을바람이 부는 남반구의 계절은 나에게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상대적인 질서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래서 하지는 단순히 가장 긴 낮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계절이 서로를 비추는 날이다. 한쪽에서는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차가운 겨울이 시작된다. 음이 극하면 양이 생기고, 양이 극하면 음이 싹트는 태극의 이치가 지구의 자전과 공전 속에서 그대로 펼쳐지는 것이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남미에서 만난 잉카의 돌과 이과수의 물, 우유니의 소금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을은 모두 내게 하나의 가르침을 남겼다. 세상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라는 사실이다.

 

올해 다시 맞이한 하지에 지난해의 남미를 떠올려 본다. 뜨거운 장마 하늘 아래에서도 마음속에는 남반구의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지구 반대편에서 떨어지는 낙엽 한 장은 결국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하나의 계절과 함께 지구촌을 완성하고 있음을 조용히 일러주고 있다. (26. 6. 21. 병오 하지에 라석 씀)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