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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 서양식 병원운영규칙 작성한 일본 의사

일본 의사 타시카, 조선인들도 치료했다.
[돌아온 개화기 사람들] 88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조지 포크의 1884년 11월 7일 자 여행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현감(전라도 용안의 김노완 현감)이 타시카(Tashika)의 동생과 함께 나를 찾아 왔다.….그는 타시카를 빼다 박았다. 그러나 더 젊고 더 크다..…나에 대해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여기에서 만나게 되니 매우 기쁘다고 그가 말한다. |전양묵(조지 포크의 동행자, 통역)은 타시카와 매우 가까운 사이다. 오늘 밤 내 방에 이 사람들이 모이자, 몹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이건 내가 서울을 떠난 이래 어떤 곳에서도 겪지 못한 기이한 체험이었다.”

 

타시카는 과연 누구일까? 정체를 알 수 없다. 여행기를 번역한 조법종 교수는 “ ‘타시카’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한다.

 

그러나 글쓴이는 어느 날, 제중원 설립을 주도했던 미국인 의사 호러스 알렌(Horace N. Allen)의 기록을 읽다가 무릎을 쳤다. ‘테시카(Teshika)’가 나온다. 주한 일본 공사관의 의사 '카이세 도시유키(海瀨敏行)를 알렌과 포크는 타시카 혹은 테시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일본인 의사는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칼을 맞아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알렌과 함께 치료했던 인물이다.

 

‘카이로세’라고도 불렸던 그는 <한성순보>(1884년 3월 18일 자)에 명의(名醫)로 소개된 적도 있었다. 뜻밖의 일이지만, 첫 근대식 병원(광혜원, 나중에 ‘제중원’으로 이름이 바뀐다)의 운영 규칙 초안을 작성한 사람이 바로 이 일본인 명의였다. 그는 《동의보감》에도 밝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렌은 자신의 일기에서 "이 병원 규칙은 테시카(카이로세)의 능력을 보여준다"라며 그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황상익 교수(서울대)는 <근대의료의 풍경>에서 광혜원 규칙의 제정에 ‘카이로세’가 관여했으며 알렌은 그를 ‘테시카’라고 불렀다고 설명한다. 이 일본 의사는 당시 일본 공사관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조선인들도 치료했다. 조선 사회에서도 명의로 알려졌다고 한다.

 

아무튼 ‘카이로세’, ‘타시카’,’ 테시카’ 등은 모두 동일 인물인 일본인 의사 도시유키를 가리키는 것이다. 광혜원(제중원) 설립을 주도했던 알렌과 포크는 이 일본인 의사와 친밀한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포크는 1884년 11월 7일 밤 전라도 용안 숙소의 등잔불 아래에서 서광범과 푸트 공사 그리고 ‘타시카’에게 편지를 썼다(이 날짜 여행기).

 

이로써 조지 포크의 여행기에 등장하는 ‘타시카’의 정체가 밝혀진 셈이다. 우리의 근대사는 알려진 것보다도 가려져 있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선흥 작가

전직 외교관(외무고시 14회),

《1402강리도》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