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슬옹 문학박사ㆍ세종국어문화원 원장] 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생전에 광화문 한글 현판을 강하게 지지했다는 육성 증언이 공개됐다. 광화문 현판에 한글 현판을 함께 달자는 '광화문 현판 한글현판 덧달기 추진 국민위원회'의 공동대표 강병인 서예가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장관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광화문 현판의 가장 단순 명쾌한 답"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가 공개한 사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사옥에서 이 장관을 만나 식사를 함께하며 '말(言)과 꼴(形)'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문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통해 영어 ’Fire‘와 ’Water‘는 어떤 연관성도 없지만, 우리말 불과 물은 뜻과 소리는 다르지만, 그 형태, 곧 문자는 깊은 연관성을 가지면서 자연의 이치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라는 말씀은 정말 공감이 되었다. 글씨만 고민하는 처지에서 보면, 한글 불과 물은 ㅁ에서 획 두 개가 세로로 솟은 데에서 ㅂ은 생겨났으니 불과 물이 가진 성질을 비교해 보면 설명이 된다. 물은 불을 끄는 것이어서 ㅁ, 네모이고 불은 어떤 물체에 불이 붙어서 타오르는 것이니 네모에 기둥 두 개가 붙어서 ㅂ, 불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 보인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시간이 흘러 2020년 5월, 이 장관이 병상에 있어 직접 찾아뵙기 어렵게 되자 강 대표는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글자를 모아(집자·集字) 만든 광화문 예시 현판을 사진으로 보내 보여드렸다. 그리고 한글 현판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40여 분 동안 전화 통화를 나눴다.
통화가 시작되자 이 장관은 강 대표에게 먼저 "녹음을 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강 대표는 앞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 내용을 녹음으로 남겼고, 여기에는 광화문 현판에 대한 이 장관의 분명한 입장이 담겼다.
이 장관은 통화에서 "광화문의 문화재 값어치는 땅밖에 없다. 모두 새로 만들어 지었으니, 현판도 새로 만들어 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광화문이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여러 차례 새로 지어진 건축물인 만큼, 현판 역시 새로 만들어 다는 것이 문화재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 장관은 훈민정음체 현판의 미래 값어치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 훈민정음체로 현판을 만들어 걸면 10년, 50년, 100년 뒤에는 자랑스러운 문화재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훈민정음체는 네모나서 현판에 더더욱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미니멀한 정말 아름다운 서체"라고 평가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이 장관은 직접 나서서 돕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격려를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몸이 좋질 못해 나가서 돕지 못하지만, 열심히 하라"며 "분명 반대도 많겠지만 힘껏 밀어 붙여보라."라고 당부했다.
이 통화가 있은 뒤 이 장관은 2022년 2월 세상을 떠났다. 강 대표는 "몇 년 뒤 장관님께서 결국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그 말씀이 귓가에 울린다"라고 회고했다. 강 대표는 끝으로 "훈민정음, 한글은 저 경복궁에서 태어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재"라며 "나아가 대한민국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