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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시사 합작시 84. 아, 화성(火星)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아, 화성(火星)

 

   거기도 지구의 사막 닮았네 (돌)

   붉은 모래 침묵의 이웃이어 (달)

   생명의 추억을 씹고 있는가 (빛)

   생명의 근본은 무생명인가 (심)

 

                     ... 25.6.16. 불한시사 합작시

 

 

 

 

ㅡ 화성, 생명 이전의 침묵을 향하여 ㅡ

 

인류는 오래전부터 밤하늘의 붉은 별을 바라보며 질문해 왔다.

저 붉은 땅에도 한때 강이 흘렀을까.

생명은 태어났다가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침묵 속에서 깨어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화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이다. 거대한 협곡과 화산, 극지의 얼음, 오래전 물이 흘렀던 흔적들은 그곳이 한때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음을 말해 준다. 그러나 지금의 화성은 끝없는 붉은 사막과 차가운 바람만이 지나는 침묵의 행성이다.

 

바로 그 침묵 속에서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문명을 꿈꾼다. 그에게 화성은 단순한 우주 탐사의 목적지가 아니다. 인류 문명의 두 번째 고향이며, 지구 생명의 씨앗을 다시 심을 새로운 대지이다. 스페이스X는 거대한 스타십(Starship)을 통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사람과 물자를 반복적으로 화성에 보내고, 장차 자급자족하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 개척의 동반자가 되고, 테슬라와 xAI의 기술 또한 결국은 우주 문명을 향한 하나의 긴 여정으로 연결된다.

 

머스크의 꿈은 지구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우주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다. 한편, 인류가 오래전에 보낸 탐사선들은 지금도 태양계를 벗어나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이미 태양풍의 경계를 넘어 성간 공간을 항해하며, 지구의 인사와 음악을 담은 황금 레코드를 싣고 우주의 침묵을 건너고 있다. 그 느리고도 끈질긴 비행은 인간이 우주에 던진 가장 긴 시(詩)이며, 가장 먼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직 화성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우리의 사유는 이미 그곳에 먼저 가 있다. 그래서 불한시사의 이 짧은 합작시는 단순히 화성을 노래하는 작품이 아니다. 붉은 행성을 바라보며 존재의 기원을 다시 묻는 철학적 명상이다.

 

발구 "거기도 지구의 사막 닮았네" 이 한 줄은 화성을 낯선 세계가 아니라, 또 하나의 지구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사막은 생명이 없는 곳이 아니라, 생명이 지나간 자리이며 다시 생명이 시작될 수도 있는 공간이다. 승구의 "붉은 모래 침묵의 이웃이어"의 붉은 모래는 수십억 년 동안 아무 말 없이 시간을 기억해 온 화성의 언어이다. 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아직 읽히지 않은 우주의 역사이다.

 

전구에서 "생명의 추억을 씹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화성의 암석과 먼지는 혹시 오래전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바다와 강, 그리고 미생명의 흔적을 간직한 채 시간을 되새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은 암석을 분석하지만, 시인은 그 기억을 듣는다. 그리고 결구에서 "생명의 근본은 무생명인가" 이 마지막 물음은 시의 핵심이다.

 

모든 생명은 돌과 물, 광물과 원소, 빛과 에너지라는 무생명의 세계에서 태어났다. 별이 폭발하며 만들어 낸 탄소와 산소, 철과 규소가 모여 행성을 이루고, 그 행성 위에서 마침내 생명이 피어났다. 그러므로 생명은 무생명을 부정하는 존재가 아니라, 무생명이 오랜 시간 자신을 꽃피운 또 하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심물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생명과 무생명은 둘이 아니다. 마음은 물질 위에 떠 있는 환상이 아니라, 물질이 오랜 우주 진화를 거쳐 드러낸 가장 깊은 파동이다. 돌은 아직 말하지 않는 생명이며, 생명은 깨어난 돌이다. 그러므로 화성의 붉은 돌을 바라보는 일은 곧 지구 생명의 먼 과거를 바라보는 일이자, 인류의 먼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 된다.

 

결국「아, 화성」은 한 행성을 노래한 시가 아니라, 우주 속에서 인간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를 묻는 존재의 시이다. 붉은 모래 위에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이미 인간의 꿈은 먼저 도착해 있다. 그리고 언젠가 그 꿈이 현실이 되는 날, 화성에서 가장 먼저 피어날 꽃은 식물이 아니라, 끝없이 질문하고 끝내 희망을 심는 인간 정신일 것이다. (26.7.26. 화산섬 제주에서 불한자 라석)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