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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불교, 불살생과 발우공양으로 친환경에 앞장선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147]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1세기에 지구가 처한 환경위기를 극복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종교는 무엇일까? 필자는 단연 불교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종교는 반환경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구촌에 사는 80억 인구 가운데서 불교를 따르고 생활 속에서 불교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인류는 상생(相生)과 평화(平和)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면 불교의 어떠한 요소가 친환경적인지 두 가지만 살펴보자.

 

불살생(不殺生)

 

불자가 지켜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계율이 오계(五戒)다. 오계 가운데서 첫 번째가 불살생으로 살아있는 존재를 죽이지 않는 것이다. 불살생은 자기가 직접 죽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남을 시켜 죽게 하거나 죽음을 부추기지 않는 것, 그리고 생명을 해치지 않는 태도까지 포함한다. 불살생 계율에 따라서 신도들은 가능한 범위에서 생명을 살리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불자들은 벌레를 죽이기보다 밖으로 내보내고, 방생(放生) 행사처럼 생명을 살리는 행동을 주기적으로 실천한다. 불자들은 식생활에서 가능하면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린다.

 

불살생 계율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는 목표로 확장된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다른 동물이나 식물종을 멸종시키는 행동은 불살생 계율과 어긋난다. 불살생 계율에 따라 불자들은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생명을 살리는 행동을 실천한다. 다른 나라 사람을 죽이는 침략 전쟁은 불자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불교의 불살생 계율은 현대 사회의 전쟁과 폭력을 방지하고 생태 위기를 반성하는데,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젊은 세대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있다. 법정스님은 1966년 7월 불교신문에 발표한 컬럼 <역사여 되풀이 되지 말라>에서 한국군의 월남전 파병과 불교계의 파병지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을 하여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스님의 발언을 들어보자. “어떠한 명분에서일지라도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악이다. 그런데 싸움을 말려야 할 종교인이 그 싸움에 동조한다는 것은 더욱 큰 악이다.”

 

발우공양(鉢盂供養)

 

발우는 나무로 만든 그릇을 말한다. 절에서 절밥을 먹어본 사람은 발우공양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우선 공양을 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오관게(五觀偈)를 외운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그리고서 발우에 밥과 반찬 몇 가지를 담아서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발우공양은 자기가 먹을 만큼만 음식을 덜어 먹기 때문에 낭비가 없다. 마지막 그릇 씻은 물까지 먹음으로써 음식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또한 수질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발우공양 때에 참석한 대중들이 밥을 조금씩 덜어 모아 경내 한구석 정해진 곳에 올려두기도 한다. 주변에 있는 새나 동물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상생의 표현이다. 발우공양은 26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행에서 시작된 식사법으로 감사와 정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발우공양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과식하는 현대인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식사법이다. 현대인들은 비만이 많다. 2024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3명 가운데 1명은 비만 상태다. 비만의 원인은 무엇일까? 자명하게도,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의사협회는 비만을 ‘우려되는 건강 상태’가 아니고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다. 비만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려면 식사법을 바꾸어야 한다. 비만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이 발우공양이라고 생각된다.

 

K-불교의 전파

 

필자가 사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에서 가까운 곳에 오대산 월정사가 있다. 그 들머리에 문을 연 자연명상마을은 독특한 숙박시설로 자연명상마을은 보통의 펜션이나 콘도와는 달리 개별 숙소에 주방시설이 없다. 밥은 공동식당에 와서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 가장 특징적인 사항은 숙소에 텔레비전, 냉장고, 인터넷이 없다. 손말틀(휴대폰)은 쓸 수 있으나 와이파이는 제공되지 않는다. 문명의 이기 사용을 억제하는 대신 모든 숙소에는 편백나무로 만든 명상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명상하며 쉬기에 딱 좋은 장소가 자연명상마을이다.

 

 

2024년 7월에 월정사에서는 4주 동안 진행하는 ‘글로벌 명상ㆍ출가 수행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영어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는 22개 나라 80명의 청년이 참가하였는데, 오대산 월정사를 세계 청년 수행 중심지로 만들고 출가학교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2024년 10월 월정사에서는 월정사 들머리에 ‘세계청소년 명상센터’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월정사와 오대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해서 세계 청소년의 마음 건강과 명상을 위한 거점을 만든다는 구상인데 187억 원을 들여서 202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필자가 월정사에 주목하는 까닭은 한국의 불교가 ‘K-불교’라는 이름으로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서다. 최근에 세계로 확산하는 한국 문화 이른바 한류(Hallyu)는 1997년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K-드라마로부터 시작된 한류는 K-팝, K-푸드, K-미용 등 여러 분야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한류에 새로이 K-불교를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살생이 진행되고 있다. 가자 지구, 이란, 우크라이나의 전선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있다. 아프리카의 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소말리아, 남수단, 에티오피아 등 여러 나라에서 내전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살생을 멈추라고 종교 지도자는 외쳐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022년 2월에 시작된 뒤, 조계종 총무원장을 위시한 7대 종교 지도자들은 함께 전쟁 중단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평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전쟁 중단을 위한 행동에 즉각 협력할 것을 선언하였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다수의 신도가 참여하는 살생 중단 촉구 행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지구촌 곳곳에서 심각하게 느껴진다. 해마다 불볕더위와 가뭄 그리고 산불이 심해지는 원인은 지구가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탐욕에 사로잡힌 부자들의 에너지 과소비라고 볼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독(三毒) 중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탐욕(貪欲)이다. 불교는 탐욕의 억제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종교다.

 

인도는 불교의 발상지지만 현재 인도에서 불교를 믿는 사람은 0.7%에 불과하다. 중국의 불교는 국가의 승인 아래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는데 불교 신자는 약 4%에 불과하다. 일본 역시 불교를 믿는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은 11%로 나타났다. 그것도 일본의 불교는 ‘장례 불교’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의례에 치중되어 있다. 한국갤럽에서 2026년 3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불교신자는 16%(개신교 18%, 천주교 6%, 종교 없음 6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르친 전통 불교 사상을 가장 충실히 유지하고 실천하고 있다. 전쟁과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인류를 구할 수 있는 희망은 한국 불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과소비를 막는 구체적인 실천 행동은 한국 불교의 ‘명상’과 ‘발우공양’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명상과 발우공양을 기치로 삼아 K-불교를 세계로 전파하는 전진기지로서 월정사가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불교 종단에서는 K-불교를 세계로 전파하기 위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바란다. 한류의 전파와 진흥을 총괄하는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K-불교에 대한 문체부의 관심을 촉구한다.

                                                                          (이 글은 2026.7.26. <불교닷컴>에도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