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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광복 이전 북한 민속자료 소개하는 특별전 개막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2026년 8월 12일(수)부터 2027년 2월 14일(일)까지 기획전시실 1에서 2026년 특별전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을 연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광복 이전 북한 지역 민속자료 316건을 중심으로, 개성ㆍ황해도ㆍ평안도ㆍ함경도의 생활문화와 금강산 관련 기록을 통해 북녘의 다양한 삶과 문화를 소개한다. 특히 전시실 중심에는 황해도 대표 유물인 해주항아리 88점을 한데 모은 대규모 수장탑을 선보인다. 다양한 민속자료에 담긴 삶의 흔적과 지역의 미감을 통해 북한의 다채로운 생활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전시 제목 '제로(ZERO‘는 '공(空)'의 의미를 담아 익숙한 인식과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이해를 위한 출발점을 뜻한다. 북한을 낯선 존재가 아니라 같은 역사와 문화적 토대 위에서 형성된 또 하나의 삶으로 바라보고자 했으며, 민속이라는 가장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시선을 통해 북녘의 생활문화를 새롭게 이해하고자 한다.

 

□ 지역에 담긴 북녘의 삶과 문화

국립민속박물관은 북한 지역의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민속자료를 수집ㆍ보존해 왔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모두 316건 346점의 소장품에 담긴 개성ㆍ황해도ㆍ평안도ㆍ함경도 지역의 삶과 문화를 소개한다. 조선 후기 평양의 대표 명소와 도시의 모습을 담은 평양성도 8폭 병풍, 보기 드문 조선시대 여성 초상화인 의기 계월향 초상을 비롯해 지도, 그림, 사진엽서와 사진첩 등 다양한 자료를 선보이며, 각 지역마다 형성된 생활문화의 특징과 역사적 기억을 살펴볼 수 있다.

 

 

 

 

 

□ "버들가지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함경도 경성의 기생 홍랑은 조선 선조 때 문장가 최경창과 시를 통해 마음을 나누었으며, 이별하며 버들가지와 함께 시조 「묏버들 가려 꺾어」를 전했다. 버들가지의 새잎에 자신의 마음을 빗댄 이 작품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사랑의 시조로 평가받는다. 최경창은 이를 한문으로 번역해 문헌에 남겼고, 덕분에 홍랑의 작품은 오늘날까지 전해졌다. 이번 전시는 홍랑의 작품과 삶을 통해 함경도 지역의 문학과 정서를 함께 조명한다.

 

 

□ 일상에 스며든 북녘의 생활문화

북녘 사람들의 생활에는 공동체 문화와 생활 속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봉산탈춤ㆍ강령탈춤ㆍ해주탈춤ㆍ북청사자놀음에 사용된 다양한 탈은 공동체의 흥과 신명, 복을 기원하는 민속문화를 보여주며, 해주반은 정교한 장식성과 견고한 짜임새를 통해 황해도 전통 목공예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아울러 해주항아리, 반닫이, 문방사우 등 실용성과 미감을 함께 갖춘 북한의 일상 유물들을 통해 우리와 닮아 있는 삶을 마주하게 된다.

 

 

□ 모두의 기억 속 금강산

금강산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찾고 기록하며 기억해 온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람기, 탐승지도, 병풍, 그림, 사진엽서와 사진첩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시대마다 기록되고 재현된 금강산의 모습을 소개한다. 금강산의 봄 경치를 그린 ‘금강산춘경도’와 미국인 화가 릴리안 밀러(Lilian Miller)가 직접 금강산을 여행하고 그린 ‘금강산도’ 등은 금강산이 자연의 절경을 넘어 오랫동안 사람들의 문화적 기억 속에 자리잡아 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1930년대 금강산 유람 영상을 한국영상자료원의 제공으로 처음 외부에 공개한다.

 

 

 

□ 또 하나의 볼거리는 관람객을 압도하는 공간 연출

“우리는 형태가 바뀌는 순간을 관통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공간 연출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둠 속에서 거대한 구조물들이 서서히 빛을 드러내며 무형에서 유형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개방형 수장고를 옮겨온 듯 구조물에 조명이 켜지면서 북한민속 유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간연출은 관람객과 공명하며 몰입감 높은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에서 제시한 ‘공(空)’이라는 주제-비우고 다시 채우는-를 공간으로 경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이라는 익숙하면서 낯선 대상을 현재의 시선으로 마주하고 이해와 상상의 장이 되게 한다.

 

 

 

□ 특별전 연계 체험 프로그램

전시 기간에는 특별전 《제로(ZERO):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 제목을 활용한 '○(제로)' 글자 쓰기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연계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전시 후기를 쓰고 각종 활동에 참여한 관람객에게는 이북 출신의 시인 백석의 작품과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등의 서예 작품을 제공한다. 또, 전시 대표 유물인 해주항아리 무늬를 활용한 전통 염색 주머니 만들기, 닥종이 레진 장식품 만들기, 그리고 한지를 이용한 해주반 만들기 등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관람객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을 모두 9회 운영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이 현대 한국인이 기억하는 북녘의 삶과 문화를 되새기며, 남북이 함께 이어온 문화적 동질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