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4 (월)

  • 흐림동두천 18.3℃
  • 흐림강릉 21.3℃
  • 흐림서울 19.6℃
  • 맑음대전 19.7℃
  • 맑음대구 22.5℃
  • 구름많음울산 22.2℃
  • 구름많음광주 21.1℃
  • 구름많음부산 23.4℃
  • 구름많음고창 18.4℃
  • 맑음제주 24.2℃
  • 구름많음강화 19.5℃
  • 구름많음보은 15.2℃
  • 맑음금산 16.8℃
  • 맑음강진군 22.5℃
  • 구름많음경주시 22.0℃
  • 맑음거제 23.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다른 나라 풍경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도로 66번 국도(Route 66)

엔젤 델가디요 이발사가 보존을 제언한 관광 명소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낡은 이발소 의자에 남은 거인의 숨결

                 - 엔젤 델가디요 아저씨께 바치는 노래

 

                                                                     이윤옥

 

차가운 아스팔트 고속도로가 매끄럽게 뚫리고
사람들이 속도를 쫓아 바삐 떠나갈 때
오래된 길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숨을 죽였습니다

먼지 날리는 소도시의 저녁
기적 소리마저 끊긴 셀리그먼은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모두가 등 돌린 그 길목에서
당신은 가위 소리 대신 나지막한 기도를 심었습니다
잊힌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고
버려진 길 위에 추억이라는 이름의 꽃을 피워낸 사람
아저씨의 눈물겨운 제안이 없었다면
어머니의 길은 영영 어둠 속으로 묻혔을 테지요

 

이제 가위 쥐던 다정한 손길도
나그네를 반기던 따스한 미소도 이곳엔 없지만
손때 묻은 낡은 이발소 의자는
홀로 남아 아저씨의 숨결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서글프고도 아늑한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나그네들은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덜컹거리는 마차가 마른 흙먼지를 일으키던
그 옛날 서부의 붉은 노을이 의자 위로 쏟아집니다
아저씨가 끝내 지켜낸 66번 도로 위에서
우리는 속도의 시대가 잃어버린 가장 애틋한 낭만을
당신의 빈 의자에 기대어 비로소 마주합니다.

 

* 1926년 개설된 <루트 66>은 시카고와 산타모니카를 잇는 미국의 대동맥으로, 대공황기 희망의 통로이자 ‘어머니의 길’로 불리며 번영했으나 1985년 고속도로 개통으로 공식 지도에서 사라지며 황폐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애리조나주 이발사 엔젤 델가디요의 보존 노력으로 '역사적 66번 국도'가 부활하여 오늘날에는 빈티지한 풍경을 간직한 전 세계 여행객들의 레트로 로드트립(추억의 옛길 여행) 명소로 재탄생했다.

 

---------------------------------------------------------------------------------------------------------------

 

   古い理髪店の椅子に残る巨人の息吹
            - エンジェル・デルガディヨおじさんに捧げる歌

 

                                                詩:李潤玉(イ・ユノク)

 

冷たいアスファルトの高速道路が滑らかに開通し
人々が速度を追い求めて忙しく去っていくとき
古い道は傷ついた獣のように息をひそめました
埃舞う小さな町の夕暮れ
汽笛の音さえ途絶えたセリグマンは寂しく孤独でした

 

誰もが背を向けたその路地で
あなたハサミの音の代わりに静かな祈りを植えました
忘れられた時間の埃を払い
捨てられた道の上に思い出という名の花を咲かせた人
おじさんの涙ぐましい提言がなかったら
マザー・ロードは永遠に闇の中に埋もれていたことでしょう

 

今はハサミを握っていた優しい手先も
旅人を迎えてくれた温かい微笑みもここにはないけれど
手垢のついた古い理髪店の椅子は
一人残っておじさんの息吹を覚えています
その切なくも心地よい席に座り
通り過ぎる旅人たちは静かに目を閉じます

 

ガタゴトと馬車が乾いた土埃を巻き上げていた
古き良き西部の赤い夕焼けが椅子の上に降り注ぎます
おじさんが最後まで守り抜いたルート66の上で
私たちは速度の時代が失ってしまった最も切ないロマンに
あなたの空っぽの椅子に寄りかかってようやく巡り会うのです。

 

*1926年に開通したルート66は、シカゴとサンタモニカを結ぶアメリカの大動脈であり、大恐慌期には希望の通路、また「マザー・ロード(母親の道)」と呼ばれ繁栄したが、1985年の高速道路開通により公式地図から消え去り、荒廃の危機を迎えた。しかし、アリゾナ州の理髪師エンジェル・デルガディヨの保存活動によって「ヒストリック・ルート66(歴史的66号線)」として復活を遂げ、今日ではヴィンテージな風景を残す世界中の旅行者が集まるレトロなロードトリップの名所として再誕生した。

 

---------------------------------------------------------------------------------------------------------------

 

The Breath of a Giant Remaining on the Old Barber Chair
                             - A Song Dedicated to Uncle Angel Delgadillo

 

                                                          Poem by Lee Yoonok

 

When the cold asphalt highway was smoothly paved
And people hurriedly left in pursuit of speed
The old road held its breath like a wounded beast
In the evening of a small dusty town
Seligman was lonely and desolate with even the train whistles cut off

At that crossroads where everyone turned their backs
You planted a quiet prayer instead of the sound of scissors
Brushing off the dust of forgotten time
You were the one who made the flower named memory bloom on the abandoned road
Without your tearful suggestion
The Mother Road would have been buried in darkness forever

Though the gentle hands that held the scissors are gone now
And the warm smile that welcomed travelers is no longer here
The old time-worn barber chair
Remains alone remembering your breath
Sitting in that sorrowful yet cozy seat
Passing travelers quietly close their eyes

Where the rattling wagons used to raise dry dust
The red sunset of the old West pours down upon the chair
On Route 66 which you protected until the very end
We finally face the most heartbreaking romance lost in the era of speed
Leaning against your empty chair. 

 

* Established in 1926, Route 66 thrived as America's main artery connecting Chicago and Santa Monica, earning the nickname "The Mother Road" as a pathway of hope during the Great Depression, but faced devastation when it was removed from official maps in 1985 due to the opening of new interstates. However, thanks to the preservation efforts of Angel Delgadillo, a barber from Arizona, it was revived as "Historic Route 66," and today it has been reborn as a premier retro road-trip destination where travelers from around the world gather to experience its vintage scenery.

 

 

 

 

 

 

 

 

미 대륙을 관통한 ‘어머니의 길’, 루트 66의 화려한 부활

미국 최초의 대륙 횡단 도로인 66번 국도(Route 66)는 1926년 개설되었다. 이 도로는 일리노이주 시카고부터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까지 8개 주를 연결하며 미국 현대사의 대동맥 역할을 해왔다. 초기에는 대공황기 이주민들의 희망의 통로이자 미 서부 개척을 이끈 경제적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소설가 존 스타인벡에 의해 ‘어머니의 길(The Mother Road)’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대형 주간고속도로(Interstate)가 잇따라 개통되면서 66번 국도는 점차 외면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1985년에는 미국의 공식 국도 시스템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비운을 맞이했다. 도로를 찾던 수많은 차량이 끊기자 길목에 자리한 수많은 소도시와 상점들은 즉각적인 경제적 파산과 황폐화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때 잊혀 가던 도로를 구하기 위해 나선 인물이 바로 애리조나주 셀리그먼 마을의 이발사 엔젤 델가디요(Angel Delgadillo)이다. 그는 고속도로 개통으로 마을이 유령도시처럼 변해가자, 1987년 지역 주민들을 모아 '애리조나 역사 국도 66 협회'를 설립하고 주 정부에 이 도로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끈질기게 제언했다. 그의 제언이 수용되면서 마침내 '역사적 66번 국도(Historic Route 66)'라는 공식 표지판이 다시 세워졌고, 이는 다른 주들까지 보존 운동에 동참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었다.

오늘날 루트 66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전 세계 여행객들이 모여드는 최고의 레트로 로드트립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도로변을 가득 채운 빈티지 네온사인, 복고풍 다이너, 독특한 모텔들은 미국 문화의 황금기를 온전히 간직한 거대한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었다. 한 이발사의 헌신적인 아이디어와 제언이 미 대륙의 역사적 유산을 구하고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문화적 아이콘을 탄생시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