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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훈의 더불어 사는 삶

우리는 어떤 장례문화를 만들어야하나

미신을 넘어, 남겨진 가족을 생각하는 장례

[우리문화신문=최선훈 기자]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음을 마주하고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장례라는 시간을 갖는다장례는 고인을 보내드리는 마지막 의식이면서, 남겨진 사람들이 이별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이기도 하다우리나라의 장례문화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고 가족과 친척, 지인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그 가운데 장례와 관련해서는 유난히 많은 미신이 존재한다.

 

"장례식장에 다녀오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

"임산부는 장례식장에 가면 안 된다."

"아이에게 주검을 보여주면 안 된다."

"장례식에 다녀오면 소금을 뿌려야 한다."

 

이러한 믿음은 지역과 가정에 따라 내용도 상당히 다르다. 따라서 이를 하나의 전통적인 규칙처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질병과 죽음의 원인을 지금처럼 정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위생환경과 의료기술도 현재와 달라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례 과정에서 감염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지금보다 컸다.

이런 경험적인 생활지혜에 종교적민속적 믿음이 더해지면서 여러 가지 금기와 관습이 만들어지고 세대를 거쳐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장례 뒤 손을 씻거나 옷을 갈아입는 것은 오늘날에도 위생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죽은 사람의 기운을 씻어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행동의 의미와 그 행동에 붙은 믿음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장례문화가 시대에 맞게 변한다는 것은 전통을 버린다는 뜻은 아니다.

고인을 존중하는 마음, 마지막 길을 함께하는 마음,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마음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과거의 관습 가운데 현대사회에서 유가족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는 부분은 조금씩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상주는 반드시 밤을 새워야 한다."

"장례는 크게 치러야 한다."

"많은 조문객이 와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장례가 아니다."

이런 생각보다는,

 

"이 가족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먼저 해보면 어떨까.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때로 큰 빈소가 아니라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일 수 있다.

수많은 조문객보다 가까운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화려한 장례보다 가족끼리 고인의 삶을 이야기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더 의미 있을 수도 있다.

 

장례는 고인을 보내는 일이면서 가족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다.

장례문화에는 그 시대의 사회가 담겨 있다.

과거에는 공동체와 친족 중심의 장례가 자연스러웠다면, 지금은 개인과 가족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모든 전통을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근거가 없는 두려움으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믿음은 내려놓고, 그 안에 담긴 생활의 지혜와 문화적 의미는 따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죽은 사람에게는 존엄을 지켜주고,

남겨진 가족에게는 슬퍼할 시간을 주고,

조문객에게는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어쩌면 앞으로의 장례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리 복잡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고인을 어떻게 잘 보내드릴 것인가.

그리고 동시에, 그 사람을 잃은 가족이 어떻게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

두 가지 질문을 함께 생각하는 것.

그것이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는, 조금 더 따뜻한 장례문화를 만들어가는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