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9 (금)

  • 맑음동두천 18.5℃
  • 맑음강릉 19.0℃
  • 맑음서울 20.9℃
  • 맑음대전 19.4℃
  • 구름많음대구 22.2℃
  • 맑음울산 20.3℃
  • 구름많음광주 21.7℃
  • 맑음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4℃
  • 맑음강화 18.5℃
  • 구름많음보은 16.1℃
  • 맑음금산 17.6℃
  • 구름많음강진군 18.7℃
  • 맑음경주시 19.8℃
  • 맑음거제 18.5℃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할머니의 유업(遺業)을 이어받고 싶어요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80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윤서 가객이 전해주는 월하 명인의 이야기 <4>를 소개하였다. 대학 2학년 겨울, 할머니가 혼자 팥죽을 드시다가 옹심이가 목에 걸려 급히 응급실로 갔으나, 회복이 바로 안 되어 1년여 고생 끝에 1996년 1월 1월 세상을 떴다는 이야기, 월하 선생은 평소 제자들에게 다정다감하였으나 노래를 지도할 때에는 매우 엄격했으며, 특히 자세나 태도에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다는 이야기, 손녀 김윤서는 <정가악회(正歌樂會)>와 관련 활동을 해 오던 중, 전통가곡 음반으로 미국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2019년에는 <KBS 국악대상>을 수상했다는 이야기도 소개하였다.

 

이번 주에는 월하 여사의 유업(遺業)을 이어받고 싶다는 손녀, 김윤서 가객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간다.

 

그는 현재, <국악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실기지도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월하문화재단>의 정기공연과 특별행사, 기타 각종 크고 작은 연주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의 특별한 활동이 있다면, 그것은 2024년~올해까지 3년 차 문화로 치유하는 지원 사업, 「마음치유, 봄처럼」이란 예술치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게 물었다.

 

- 예술치유 사업이란 어떤 활동을 말하는 것인가?

 

  “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관으로 치매센터에서 지원하고 있는 예술치료사와 함께 만들어가는 사업인데, 그 목적은 고령화되는 노인과 그의 가족들까지 예술로 치유하고, 치매 예방을 돕는 프로그램이지요. 어르신들이 직접 노랫말을 만들고, 이를 시조창으로 배우며 노래하는 활동의 하나인데, 저는 월하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더 다정하게 정성껏 보살펴 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 어르신들을 더 다정하고 정성껏 보살펴 드려야 된다는 표현이나 그 마음이 참으로 귀하게 들리는데?

 

  “오래전, 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날이었어요.

할머니께서는 소녀 같은 미소로 눈을 반짝이며 ‘예전에 시집가서 남편이 자전거 뒤에 나를 태우고 종로구 묘동학원 야간부 고등과에 공부시켜 주러 다녔던 때가 가장 행복했었단다.’라고 말씀하신 때가 있었어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만나게 되면, 예전에 할머니가 일상에서 자주 말씀하시던 모습들이 잊히지 않고 문뜩문뜩 생각나는 거예요.

 

할머니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가곡이나 시조창의 아름다운 가락들이 온몸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어 선한 마음을 지니고 사시지 않았을까요? 그렇기에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도와주시게 되었고, 장학금으로 공부도 시키셨으며, 할머니 당신의 그 재능뿐만 아니라, 모든 재산까지도 국악계에 기부하신 게 아닌가를 생각하면 저도, ---”

 

 

- 그래서 젊은 윤서 가객도 할머니의 유업(遺業)을 이어받고 싶어, 전통예술로 사람들을 치유하고, 치매 예방을 돕는 프로그램에 재능기부를 하는 것인가요?

 

  “네, 저는 재능도 능력도 부족하지만, 고아원 아이들을 후원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 왔어요. 결혼 뒤, 아이를 키우면서도 불우한 어린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굿 네이버스>를 통해 아프리카 말라위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를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몇 해가 지나고 나니 그 아이가 성장하여 자립하였다고 하며 감사 편지와 함께 사진을 보내왔어요. 순간 눈물이 나며 마음이 뿌듯했어요. 저의 집안이 어려워졌을 때, 할머니 월하 스승님이 저를 키워주셨던 것처럼, 저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아이가 해마다 감사 편지를 보내오고, 자립해 나간다고 하니, 제가 고마운 마음이 들어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 ‘깨복나’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고 들었는데?‘

 

  “네. 할머니로부터 받은 예술적 재능을 연주활동 이외에 교육관련 활동이나, 치유 프로그램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도 하고 참여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그 기회가 찾아온 거예요. 전통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중ㆍ고등학생들을 위한 음악학교를 시작으로 해서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국악 대학전(2017-2023)에서 활동한 것도 나름의 보람이 있었고, 전통의 의미와 값어치를 묻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성장을 지원하는 지도자 역할도 보람있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가 활동을 통해 가객(歌客)을 경험해 보는 ’깨복나‘ 프로그램도 보람이 컸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