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9 (금)

  • 맑음동두천 18.5℃
  • 맑음강릉 19.0℃
  • 맑음서울 20.9℃
  • 맑음대전 19.4℃
  • 구름많음대구 22.2℃
  • 맑음울산 20.3℃
  • 구름많음광주 21.7℃
  • 맑음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4℃
  • 맑음강화 18.5℃
  • 구름많음보은 16.1℃
  • 맑음금산 17.6℃
  • 구름많음강진군 18.7℃
  • 맑음경주시 19.8℃
  • 맑음거제 18.5℃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손녀, 김윤서의 가슴으로 쓰는 편지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80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월하 여사의 유업(遺業)을 이어받고 싶다는 손녀, 김윤서 가객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였다.

 

학생들에게 실기지도를 하면서도 <월하문화재단>의 정기공연과 특별 연주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밖에 고령화되는 노인과 가족들에게 예술로 치유하는 치매 예방을 돕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온 그는, 늘 월하 할머니를 생각하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더 다정하게 정성껏 보살펴 드린다고 했다.

 

월하 할머니는 가곡이나 시조창의 아름다운 선율이 온몸에 스며들어 있어 선한 마음을 지니고 사셨다는 이야기, 그래서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장학금도 주시었으며, 당신의 그 재능뿐 아니라, 전 재산을 국악계에 기부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왔다는 이야기, 그러나 자신은 재능도 능력도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할머니와 같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왔다는 이야기도 소개하였다. 그 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김윤서가 전하는 말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불우한 어린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면서 지내왔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굿 네이버스>를 통해 아프리카 말라위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를 후원하게 되었지요. 이 <굿 네이버스>는 굶주림 없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조직입니다. 특히 복지와 아동의 권리보호를 위해, 학대나 피해 아동의 보호와 예방을 위해, 그리고 위기의 가정이나 시각지대의 가정을 지원하는 그래서 마음의 건강과 권리의 옹호를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요.

 

아동과 1:1결연을 기반으로 해서 자립 환경을 구축해 주는 조직이지요. 제가 미력하나마 후원해 준, 말라위에 살고 있는 그 여자 아이는 성장해서 자립하였다고 하며 저에게 감사 편지와 함께 사진을 보내왔어요. 편지는 해마다 보내오는데, 특히 자립해서 생활해 나간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제가 고마운 마음이 들어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저의 집안이 어려워졌을 때, 할머니 월하 스승님이 저를 키워주셨던 것처럼, 저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지요.”

 

- <깨복나>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다고 하던데?

 

  “네. 할머니로부터 받은 예술적 재능을 연주활동 이외에 교육관련 활동이나, 치유 프로그램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참여도 하고 싶었어요. <깨복나>란, “시조로 깨우면 행복해지는 나를 찾아서”를 줄인 이름이지요. 이 사업은 <서울문화재단>의 시민예술대학 공모 사업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국악치유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였고, 2024년부터 현재까지는《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마음치유, 봄처럼」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이 활동은 경도 인지 장애가 있는 65살 이상 노인들에게 예술 활동을 제공하여 이들의 정서적, 심리적인 안정과 자존감 회복에 영향을 주고자, 예술 치료사가 치매센터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대표적인 치매예방 프로그램의 하나입니다. 시작 당시에는 경기도 일산과 의정부, 서울 용산구 등에서 시행했는데, 점차 확대되어 과천, 부천, 광진구, 강화, 광진구, 강동구 등으로 점차 확대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이 보람 있는 경험이라고 느껴 즐겁게 참여하시는가?

 

  ”어르신들은 그 만남의 시간을 너무너무 좋아하시지요. 또 어떤 분들은 자기가 직접 지은 시조(時調)시들을 제가 창(唱)으로 불러드리면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있고, 또 어떤 분은 시조창을 배우니 호흡이 늘고, 몸이 좋아졌다고 하시기도 하시지요. 이러한 경험 속에서 저를 돌봐주시던 월하 할머니 생각이 많이 떠올라 종종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이 일은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할 생각입니다.”

 

- 윤서 가객은 즐거울 때나, 슬플 때, 할머니 월하 선생을 떠 올리며 잊지 못하는 제자 ㄲ가운데 한 사람인데, 생전 스승의 노래를 한마디로 요약하여 소개한다면?

 

  “네, 어려운 말씀이네요. 선생님은 여창가곡의 섬세한 미학을 지키면서도, 무대에서는 누구보다도 강인한 존재감과 확신에 찬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신 전통의 계승과 감정의 표현이 뛰어났던 가객이셨지요. 월하 스승의 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힘과 깊은 연민이 공존하며, 소리의 강함과 약함, 절제(節制)와 열정(熱情)의 상반된 정서를 아름답게 아우르셨지요. 스승은 깊은 내공에서 비롯된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그려낸 분이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스승의 소리를 이어받은 제자로서, 후배들이나 제자들을 대하고 지도하며 강조하고 싶은 음악적 요소가 있다면?

 

  “가곡은 노래 단독으로 이어지는 성악이 아니고, 관현악기들과의 조화가 절대적이기에, 소리꾼이 반주악기들의 가락을 알고 불러야 노래의 품격이 달라진다는 점이지요. 평소 교수님이 강조해 오신 것처럼, 가곡과 같은 성악에서 반주 음악의 역할이나 그 기능이 절대적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해요. 반주음악이 노래의 종속(從屬)이 아니라 모든 음악적 요소를 함께 진행해야 하는 동반자임을 인정하며 불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떠나신 후에야 스승이 남긴 여창 가곡이 국악의 큰 유산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스승이신 할머니께 손녀의 속마음을 살며시 전해 드린다면?”

 

  “할머니, 너무 부르고 싶고, 보고 싶어요. 할머니께 더더욱 정성스럽게 못 해 드려서 죄송해요. 옆에서 더 따듯하게 보살펴 드리지 못한 게 이렇게 한(恨)이 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 무뎌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그립고 목이 멥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그래도 이제는 울고만 있지 않아요. 할머니께서 물려주신 소중한 우리의 전통가곡, 가사, 시조, 시창 등등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너무너무 그리워요!

부디 손녀, 윤서를 잊지 마세요!!

그리고, 할머니!!!

할머니를 사랑해요!!!!

 

                                                                                            2026년. 9월 22일.

                                                                                           손녀, 윤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