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사마광의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조직의 쇠락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그는 제국의 멸망이 칼날의 부러짐이나 성벽의 무너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질서의 미세한 균열에서 시작됨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거대한 조직이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순간은 화려한 불꽃이 꺼질 때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실금이 가기 시작할 때입니다.
조직의 수명이 다해갈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징후는 이름과 실재의 괴리입니다.
마땅히 지켜야 할 원칙보다 눈앞의 편의를 택하고,
명분 없는 결정을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 시작할 때 조직의 뿌리는 흔들립니다.
사마광은 이를 예(禮)의 상실이라 불렀습니다.
상벌이 엄격함을 잊고, 공을 세우지 않은 자가 자리를 차지하며, 원칙이 권력자의 기분에 따라 휘어질 때 구성원들은 더 이상 조직의 내일을 믿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값어치가 무너진 자리에 탐욕과 기회주의가 돋아나는 것입니다.
조직이 정점에 올랐을 때 지도자의 주변에는 향기로운 말들이 가득 차기 마련입니다.
자치통감은 수많은 군주가 직언(直言)의 쓴맛을 버리고 아첨(阿諂)의 단맛을 택했을 때
어떤 파국을 맞이했는지 처절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쇠락하는 조직은 내부의 경고음을 불협화음으로 치부합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결점을 가리기에 급급하고,
위기를 말하는 자를 멀리하며, 오직 안녕을 노래하는 자들로 성벽을 쌓습니다.
침묵하는 비판은 곧 조직의 지적 동맥경화로 이어지고,
결국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힘없이 바스러지는 허약한 체질을 만듭니다.
가장 결정적인 패망의 전조는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사마광은 믿음은 보배라고 단언합니다.
당장의 작은 이익을 위해 약속을 뒤집고, 구성원과의 신뢰를 도구로 여기는 순간,
조직을 지탱하던 결속력은 증발합니다.
신뢰가 사라진 조직은 더 이상 공동체가 아니라 각자도생의 각축장으로 변질됩니다.
겉으로는 거대해 보일지라도 내부에서는 서로를 불신하며 각자의 탈출구를 찾는 모래성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입니다. 조직의 쇠락은 사소한 곳에서 잉태됩니다. 원칙이 편의에 밀려나고, 진실이 찬사에 가려지며, 신뢰가 이익에 팔려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이 바로 몰락의 시작입니다.
결국 자기를 비추는 거울을 날마다 닦는 마음으로 조직의 기본을 되돌아보는 것이,
《자치통감》이 1,362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준엄하고도 아름다운 경고일 것입니다.
균열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