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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강권순ㆍ김승란ㆍ이기쁨, 계면 ‘평거’를 부르다

[사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80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금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는 여창가곡 관련 이야기로 월하 명인의 이수자 14명 가운데 김영기, 이승윤, 조일하, 황숙경, 강권순, 변진심, 김윤서 등 7인의 이야기를 해 왔는데, 이번 주부터는 제2부 순서에 등장한, 이수자들의 후배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 부른 악곡들을 중심으로, 관련 이야기를 이어가 보고자 한다. 당일 제2부의 첫 순서는 강권순 가객을 중심으로 해서, 그가 지도한 김승란, 이기쁨과 함께 3인의 제창으로 부른, 계면조 <평거>를 소개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평거(平擧)라는 노래는 <중거-(中擧)>와 함께 여창가곡의 첫 곡, <이수대엽>의 변화곡이다. 예전에는 <막 드는 자진한잎>, 또는 <막 내는 자진한잎>이라고도 불렀는데, <자진 한 잎>이란 삭대엽의 순수한 우리말 표현이다. 그 이름에서 <든다>, 또는 <낸다>라는 말은 망설임이나 격식을 의식하지 않고, 시작을 쉽게 한다는 의미로, 선율의 흐름으로 보면, 처음이나 중간부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막 들어내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계면 <평거>는 우조의 <평거>와 함께 1920년대부터 하규일에 의해 전해오고 있는데, 이 곡조에 얹는 노랫말로는 <초강 어부들아>, <누구 나 자는 창밖에 >, <녹초(綠草), 청강상(淸江上)에>, <뉘뉘 이르기를 청강소히 깊다든고 >, <춘수 만사택 하니>, <사랑 거짓말이> 등이 있다. 그러나 어느 노랫말이든 간에 그 시작은 제1박이 아닌, 제4박의 채편(鼓)부터 하고 있으며 선율형은 높은 임(淋)으로 들어낸 다음, 중(㳞)-황(潢)으로 떨어져 요성(搖聲)하는 계면조 음계의 특징을 보인다. 이 가운데 어떤 노래는 중(㳞)이 아닌, 임(淋)으로 올려내기도 하고, 또 어떤 곡은 더 높은 황(㶂)으로 시작하여, 임-중-황으로 하행하는 선율형으로 진행된다.

 

참고로 현재까지 불리고 있는 대표적인 <평거>의 시조 시(詩)는 다음과 같다.

 

「초강(楚江) 어부들아, 고기 낚아 삶지 마라.

굴삼려(屈三閭) 충혼(忠魂)이 어복리(魚腹裏)에 들었나니,

아무리, 정확(鼎鑊)에 삶은 들, 익을 줄이 있으랴.」

 

위 노랫말의 의미를 풀어보면, 어부들에게 초(楚)나라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이를 삶아 먹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 까닭은 간신들의 모함을 받아 강물에 몸을 던져 자결한 굴원(屈原)의 충성스러운 넋이 물고기의 뱃속에 들어있기에, 아무리 솥에 넣고 삶는다 해도, 충신의 곧고 변함없는 충절이 변할 리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이 노래는 강권순, 김승란, 이기쁨 등, 3인의 가객이 함께 불러 객석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미동(微動)없이 단정하게 앉아 호흡을 함께 한, 가창자들의 태도나 정좌한 모습이라든가, 그들 3인이 안내하는 가곡의 세계, 다시 말해 그들이 오랜 시간 호흡을 함께 해서 만들어가는 강하고 약함의 조화로운 굴곡 선율이라든가, 일치된 호흡에서 뿜어져 나오는 육성(肉聲)과 가성(假聲)의 고음 처리, 특히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제4장의 노랫말, ‘아무리’의 3글자를 27박에 붙여 가면서 유성(有聲)-무성(無聲)-유성(有聲)의 아름다운 선을 이어가는 호흡, 등에 객석은 압도당한 분위기였다.

 

이들 3인의 여성 가객들은 각각 어떤 창자(唱者)들인가?

 

강권순에 관한 소개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기에 참고하고, 여기서는 그가 지도하여 함께 무대에 오른 김승란과 이기쁨, 두 젊은 가객들을 간단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김승란은 국악고교와 한양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실력파 젊은 가객으로 대학을 졸업할 무렵, 강권순 가객을 만나게 되었고, 그에게 정가를 익혀 오면서 그를 통해 월하 명인이 전해 주었다고 하는 말, “그래, 그렇게 부르면 된다. 그렇게 불러 듣기 좋으면 된다.”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그 말의 의미가 칭찬을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더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격려의 말이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김승란은 <동아국악콩쿠르 학생부 정가부문> 금상, 《온 나라 국악경연대회 일반부 정가부문》 금상, 제11회 《월하 전국 정가경창대회 명가부》에서 월하 대상을 받으며 명인의 반열에 올라있는 가객이다. 2016년 <김승란 여창가곡 독창회>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영 매스터 (Young Masters)와 2023년 월하대상 수상을 기념하는 김승란 독창회를 열어서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인정받기도 했다.

 

“가곡 달꽃을 피우다”에 참여한 소감을 그는 이렇게 전하고 있었다.

 

  “월하 선생님의 노래를 직접 들어보지 못한 세대로 아쉬움이 늘 마음에 자리합니다. 저희들을 지도해 주신 현재의 명인들이신 선배, 선생님들을 지도해 주신 큰 선생님이시며, 여창 가객의 대명사로 남아계신 월하 선생님을 기리는 소중한 자리에, 제자의 제자로 함께 할 수 있어서 대단한 영광이었습니다. 더더욱 노력하여 월하 선생님의 대(代)를 이어가는 정가(正歌)인이 되겠습니다”

 

함께 무대에 올라 여창가곡 <평거>노래를 불러 준, 예쁜 이름의 이기쁨 역시, 정가계의 명인, 강권순과 김영기 가객에게서 배운 정통파 가객이다. 그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합창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자라났고, 타악(打樂)을 전공했다가 정가(正歌)가 좋아 전공을 바꾼 가객의 한 사람이다.

 

 

국립전통예술고교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끝낸 뒤, 2010년에 국가무형유산 가곡 이수자가 되어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여성 가객이다. 이기쁨은 2012년부터 모교인 국립전통예술고교에서 후진들을 지도하고 있는 교사의 직분에 충실하면서도 연창회 회원으로, 그리고 앰비언트 뮤직 듀오‘echohouse’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대표적인 공연 경력을 꼽아보면 앰비언트 즉흥 프로젝트-기쁨 & 레이첼 <SPACE|OUT>이라든가, <이기쁨 가곡 한바탕 프로젝트> , <시<詩>멍: SPACE|OUT>, <이기쁨 가곡: 시시꼴꼴, 겨우 서기>, 등등을 들 수 있다.

 

그 역시 월하 선생 추모공연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렇게 소감을 남기고 있었다.

 

  “실력을 갖춘 이 분야의 유명한 선배, 선생님들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저에게는 뜻 깊은 시간이었어요. 월하 선생님을 추모하고 그 예술적 유산을 저희가 이어받아 이렇게 지켜 나가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 더더욱 열심히 정진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